외로운 사람들

고독과 외로움의 사이

by 토끼


나의 아저씨 박동훈은 대기업 부장이며, 변호사이며 미인이고, 유능한 아내가 있으며, 혼자유학을 보내도 잘 적응하는 어른스러운 아들도 두고 있다.


나의 아저씨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삼 남매 중 가장어른스럽다. 그는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동네 조기축구회 친구들과 형제들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독 동네 친구들과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들이 많다.


2018년 처음이 드라마가 나왔을 때 나는 정이네라는 동창이 하는 동네술집 장면들이 참 좋았다.

한동네에서 불알친구들이 중년이 되어서 까지 동네를 떠나지 않고, 술집에서 만나

미주알고주알 수다 떨면서 노는 장면은 삶의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 주었고, 깨알 같은 재미와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시 한잔할 수 있는 술친구가 동네 한가운데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일중 하나이다. 그래서 대사씬도 많고,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술집에서 오고 간다. 하지만 이런 따뜻하고, 정겨운 술집장면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금 떨어져서 보이지 않는 뒷면은 바라보면 한편으로는 쓸쓸한 뒷여운을 남긴다.


날마다 그 술집을 찾는 남자들은 잠시 한잔술로 하루의 시름을 잊지만,

그 술집에서 날마다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장을 기다리는 가족들은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저녁밥상에서 아버지 없이 저녁을 먹고, 술에 만취한 아버지를 밤늦게 만난다.

밖에서 더 즐거움을 찾는 남자들의 아내는 그것이 오히려 불만이 되고, 그녀들의 인생 1순위가 아닌 뒤로

밀려났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술집에 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이 술집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이 고달프기 때문이다. 이 고달픈 인생들이

모여서 술판을 벌이는데.... 시청자들의 눈에는 그 장면이 훈훈하과 따뜻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그런 장소라고 있다는 것이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동훈의 아내 강윤희는 그렇게 동훈의 가족이 1순위, 그리고 친구들이 2순위 그다음이 자신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 사랑에 두 번째가 어디 있어? 두 번째도 많이 사랑하는 게 그게 사랑하는 거야?

자신의 아내에게서 자신의 엄마와 형제, 친구들, 또한 자신을 이해받지 못하는 한동훈은 외롭다.

그는 외로워서 조기축구회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외로움이 먼저인지 친구들이 먼저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남들이 보기에는 완벽할 것만 같은 박동훈의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재미있기는커녕, 동훈의 내면은 시들시들

죽어만 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어쩌면 내가 가슴 따뜻하다고 여겼던 술집장면들은

참 슬픈 장면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는지 모른다.

우리의 외로움 뒤편에는 언제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다. 밖으로만 도는 남편 때문에 외로워서 강윤희는

자신만을 바라봐 주는 남자와 불륜에 빠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로워서 불륜에 빠지는 것일까? 설렘이라는 호르몬을 느끼고 싶어서 불륜에 빠지는 것일까?

결혼이라는 일상은 우리의 사랑을 나누어가지는 시스템이다. 매일매일 우리는 자신의 순위를 변경한다.

삶이라는 게 그렇다. 자신이 가장 소중하다가도 또 누군가 소중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자신의 1순위가 된다.

불륜은 표면적으로 보면 완벽하게 서로를 자신들의 1순위에서 밀어내고 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는 둘이 데이트를 가고 있는 와중에도 배우자가 찾는다면 차를 돌려야 한다

언제나 1순위인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이다.

불륜당사자들 간의 내면은 몸이 1순위를 향해 달려가지만 마음은 1순위인 상대에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자신의 자아는 없어지고,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으로

꽉 채워진다. 인생에 있어, 내가 아닌 1순위인 사람을 마음에 들이고, 그 사람에게 집중한다.


1순위라는 말을 주인공이라는 말로 바꾸어 보자.

우리는 나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

신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게 했고, 인간은 서로 간의 관계의 질서유지를 위해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관계를 정의 내려놓았다. 인연은 관계의 축복이다.

서로에게 끌리는 영혼을 만났는데, 애써 모른 척 관계를 부정하기는 힘들다.


누군가 새로운 상대를 갈구하는 이유는 결핍과 허무 때문이기도 하고, 권태 때문이기도 하고, 지루함 때문이기도 하고,

무기력함 때문이기도 하고, 삶이 재미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갈구하는 욕망이 다르기에,

사랑의 시작은 다양하다. 성적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외로움에 함께 동화되어 절절한 공감에서 시작되는 사람도 있고,

서로의 동질감에서 시작되는 사람도 있다. 같은 결핍 같은 불안에 이끌려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내가 가지지 않은 다른 새로움에 이끌려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우리를 끌어 당시는 힘은 단순하다. 나를 히스토리가 있는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사람에게 끌린다.

또한 잠깐이라도 서로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줄줄 아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외로움이란 감정 안에는 주인공은 없다. 바로 공허와 결핍이라는 감정만이 존재한다.

하지만 고독이라는 감정 안에 주인공은 오롯이 나다.

정이네 에서 매일 술을 마시는 나의 아저씨의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은 외로운 남자들이다.

그들은 그 외로움을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견디고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고독한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갈망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서로를 애타게 원하지만 허무하지는 않다. 서로에게 오해 사는 행동을 하더라도 침묵할 줄 안다.

서로에게 상처 주는 행동을 하더라도 서로의 시간을 견딜 줄 안다.


나의 아저씨 한동훈이 지안에게 했던 말처럼

"사람을 알아버리면 그 사람 알아버리면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알아"


설사 잔인한 말로 서로에게 이별을 선언하더라도,


"네가 나에게 무슨 짓을 했어도, 내가 널 알아. 그건 네가 견디기 힘들어서 그런 걸 꺼야.

그걸 견디기 힘들어서 내 옆에도 못 있는 걸 꺼야.

그러니까 널 미워하지는 않아. 내가 널 알아"


서로를 미워하고 헐뜯고, 상처받고, 실연의 아픔을 견디기 힘든 사람들은

그래서 어쩌면 외로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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