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자려고 눈을 감을 때 신을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시공간 속에 존재하지 않는 신. 내가 갈 수 없는 저너머 우주에도 없으니
내가 죽어서만 만날 수 있을까?
하지만 지구 저너머세상에는
꼭 있을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살아서도 알 수 없는 신비한 공간들이 우주밖
눈앞에 있다.
"쥐면 부서질 것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에 사는 나는 이 광활한 우주의
한 점으로 방안에 누워있다.
별들도 삶과 죽음이 있다는데... 이 우주의 생명체들은
결국 죽음과 탄생을 번갈아 가며 신의 숙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
우주는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가!
빛의 속도로 800억 광년의 거리를 가게 되면 4000억 개의 은하를 만날 수
있다는데, 도대체 이 우주에서 생명체는 인간이 전부란 말인가!
이 완전하고, 영적인 인간들을 생각한다.
지구곳곳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이권을 둘러싼 분쟁과 전쟁 내전.
이 우주의 하나뿐인 생명체들이
고작 하는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빨리 이 지구가 멸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뭔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외계인들이 나타나서 정신 좀 차리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만약에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간절히 하고 있는데... 진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외계인이 보내는 그 어떤 주파수를
나 혼자 알게 되고 메세지를 받으면 어떨까?
그런데
외계인이 보낸 메시지가 이렇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 너희에게 경고한다. 회신하지 마라, 회신하면 우리가 갈 것이다."
나는 외계생명체이다 너는 누구냐도 아니고, 우리는 우주의 하나의 생명체이다. 너희는 누구냐도 아니고,
회신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다면?
페르미의 역설을 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엘리코페르미와 3명의 세계적인 과학자 들은 고등 외계인들의 존재에 대해서 어느 날 진지하게 토론을 한다.
우주의 크기와 너비를 고려했을 때 인류문명과 같은 고등 외계문명의 존재는 당연하다는 의견으로 모여졌는데
페르미가 진지하게 그들에게 질문을 한다.
"그럼 그들은 어디에 있나?"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우주의 규모를 보자면 외계문명의 존재는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지만
정말 외계인들이 존재한다면 그중 지구 문명보다 오랜 시간 존재해 온 선구자 문명도 있을 것이고,
일부는 이미 지구에 와 있어야 하는데. 하지만 그 외계문명은 대체 모두 어디에 있는 건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것이 페르미의 역설이다. 여기에 하나의 답을 제시하는 가설이 있는데.
어둠의 책이라는 가설이다.
이 가설은
왜 인류가 외계문명과 접촉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에 그것은
우주 문명 간의 접촉은 필연적으로 어느 한쪽의 멸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외계문명들은 서로 다른 문명에게 발견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며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을 제시한다. 그러니까 우주의 생명체들은
서로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를 숨기고, 서로의 행성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자신의 행성이 더 이상 생명이 다한다면 새롭게 이주할 행성을 찾게 될 것이고, 생명체를 찾아 우주곳곳을
찾아 헤매면서 우주탐사가 아닌 우주정복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인간의 과학이 더더더 발전한다면 인간은 우주정복을 꿈꾸며 우주로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상상을 늘 하던 차에 새로운 드라마가 넷플렉스에서 만들어졌다.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삼체를 정주행 했다.
한번 보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서,... 토요일 새벽 3시까지 눈을 부릅뜨면서 보았다.
이런 참신한 소재의 외계인 침공드라마가 또 있을까? 원작이 중국작가인데.. 원작은 보지 않았으니
드라마 이야기만 하겠다.
먼저 이 드라마는 서사의 구조가 확실하다. 어쩌면 액션영화처럼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시종일관 정적인 장면과 철학적 사유와 대사들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외계인과 인간이 나누는 대사들은 하나하나 적어 두고 싶을 지경이다.
이 드라마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이야기의 서사구조가 아니라 아주 지극히 개인중심의
이야기로 파고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그들은 단순히 세상의 부조리에 맞서 핍박 박는
한 개인들이고, 조금은 특별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나 천제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사람들이다.
인류를 위해서 자신의 재능을 가치 있게 쓰고 싶어 하는 인간들이 외계인이라는 존재 앞에서
어떤 시선을 가지고 행동하는지를 지켜보는 재미도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다.
칼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말했다.
이 우주에 생명체가 인간만이 존재한 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이다.
모래알갱이만큼 많은 항성과 운하를 가진 우주에서 과연 생명체를 가진 행성이 지구뿐일 리는 없을 텐데...
왜 우리는 외계인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페르마의 역설은 이렇게 말한다.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다른 종을 만나면 서로를 죽이거나 말살한다.
인간은 아직 외계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종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에서 지구가 외계인에게 노출되는 시작 또한 흥미롭다.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6년 칭화대학고 물리학 교수인 물리학자가 아인슈타인 이론을 제자들에게 수업했다는
이유로 홍위병에 들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자리에서 그의 딸 예원제가 고스란히 지켜보게 되는데... 그녀 또한 천재적 두뇌를 가진 물리학자이다.
그녀는 반역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핍박받다가. 그녀의 능력을 높이 싼 정부당국에 의해 중국내몽골에 위치한
홍안 기지에서 외계로 메시지를 보내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녀는 인간과 중국이라는 조국에 극심한 혐오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임무수행도중 어느 날 외계인으로부터 회신하나를 받는다.
" 너희에게 경고한다. 회신하지 마라, 회신하면 우리가 갈 것이다."
과연 이 문구는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이 문구는 어쩌면 평화주의자 외계인이 보내는 인간에 대한 경고였다.
그녀는 이 문구 앞에서 흥분과 설렘 희망, 또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답신을 한다.
" 와라! 우리 문명은 이미 지구력을 잃었다."
외계인 침공은 이렇게 한 개인의 인간에 의한 증오와 혐오에서 시작된다.
4억 광년 떨어져 있는 외계인에게 지구는 발각된 셈이다. 그러면 여기서 외계인들은 왜 그 먼 곳에서 지구를
침공하러 오는 것일까? 단순히 종을 멸종시키려고? 그들이 지구에 도착하려면 광속으로 와도 400년이 걸린다.
그러면 지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
면서 어떻게 지구를 침공할까?
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 드라마는 1966년 에서 시작해서 2024 현재시점까지의 이야기다. .
그러니까 예원제라는 한 여자가 독단으로 외계인에게 지구를 팔아넘긴 셈이 된다.
하지만 왜? 그녀는 외계인을 하나의 구원자로 생각했다. 이 인간말종으로 망해 가는 지구를 신세계로 만들어줄
하나의 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혼자 몰레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외계인과 소통하기 시작한다.
삼체라는 이름은 태양이 세 개가 있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외계인이 사는 행성이다.
그들은 생존과 소멸을 반복하다가, 영원히 살 수 있는 지구를 새로운 정착지로 선택한다.
그들은 먼저 인간을 연구하고 지구를 연구하기 위해 하나의 감시 소립자 컴퓨터인 지자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지구로 보낸다. 여기서 4억 광년 떨어진 지자를 보내는 방법이 흥미롭다.
먼저 양성자를 2차원으로 펼치고, 그 안에 직접회로를 식각 하는 방식으로 소립자 크기의 인공지능 컴퓨터를
광속으로 지구로 보내는데.... 하나는 지구로 보내고 하나는 삼체에 남겨서
두 개의 지자는 서로 양자 얽힘으로 엮여 있어서 4억 광년 떨어진 지구를 실시간으로 조종할 수가 있게 만들었다.
예원제가 비밀리에 모은 단체는
이 지자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이용해서 지구인의 목소리로 대화를 나눈다.
이 드라마를 볼 분들을 위해 스포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삼체 속에는 과학과 접목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실제 과학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한번 공부해보고 싶은 욕망이 드는
이론들이 제법 많이 등장한다.
여기서 "우주의 키스"라는 외계인이 만드는 현상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허구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외계인들이 인간에게 게임을 하게 하는 헤드셋 게임이 있는데.
후각, 청각, 시각, 촉각 등 모든 것이 실제 하는 것처럼 느껴질 뿐만 아니라 해당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삼체>의 VR 게임 헤드셋은 말 그대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허구의 장치라고 한다.
아직은 실현불가능한 이야기다.
나노 섬유로 모든 물건 항공모함을 마치 국수 자르듯 잘라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나노 섬유는 실존하며 드라마 속 묘사처럼 실제로도 강력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거대한 물체를 찢어발겨버릴 정도의 규모로 생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드라마 결말 부분에서 오기가 사용한 것처럼 물을 여과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하는 연구가 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태양을 이용해서 외계인에게 메시지 전송 속도를 증폭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제로라고는 할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와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된다고 한다.
외계종족이 물기가 모두 빠져 쪼그라든 인간을 순식간에 되살리는 설정이 있다.
현재 과학 기술로는 불가능한 그야말로 외계 기술이라는 허구적 설정이다.
모든 통신과 대화가 외계인에게 다 도청되는데.. 외계인에게 대항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론으로 인간 중 우수한 자를 선별 면백자를 선정하는데...
외계인들이 인간의 마음까지는 읽어낼 수 없다는 점에 착안한 인류 최후의 보루라고 하는데... 허구의 설정이다.
우주로 보낸 인간의 뇌가 외계인에게 도착할 때까지 썩지 않고 보존될 수 있을까?
우주는 매우 춥기 때문에 뇌를 보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뇌를 녹여서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은 인간의 기술로는 불가능한 그야말로 외계인에게나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예원제가 몰래 지구에 외계인을 초대하고, 60년 후 외계인은 인간에게 드디어
자신들의 실체를 드러내며 존재를 밝힌다.
" 우리는 지구에서 살기 위해 가고 있다. 우리는 너희를 지켜보고 있다
너희들은 그냥 벌레에 불과할 뿐이다."
예원제과 그 단체는 엄청난 혼란에 빠진다. 자신들을 구원하러 올 신적인 존재가 자신들을 벌레라 칭하고, 토사구팽 시키자.
예원제의 인생은 추락한다. 그녀의 딸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망연자실해서 자살했을 때도
당당했던 그녀가 드디어 자신이 한 짓이 자신이 한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나서
그녀는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는 순간을 경험한다.
유머가 없는 세상은 얼마나 공허한가라는 그런 이상한
말들을 하면서 예원제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한다.
이 드라마의 무엇이 나를 이토록 매료시켰을까 생각해 보았다.
단순한 sf 장르적 재미가 아니라.
우주의 하나밖에 없는 생명체인 인류가 아름다운 지구를 훼손하면서 바이러스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절망에 빠지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내 일상 속에 숨 쉬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그 어떤 행동이나 선한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그들의 생각과 글. 마음 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들의 매력을 느끼면 자연스레 스며드는
샛물 같은 강줄기가 내 내면 안으로 졸졸졸 흐르는걸
느낄 때가 있다.
잘생겼다 이쁘다. 멋있다. 뭐 그런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행동하나,
진솔한 말 한마디에서 잔잔하게 움직이는 마음의 일렁거림.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어느 날의 허접함도 내 것 같아진다.
그렇게 누군가 잘못을 해도
내 허물도 한 까풀 벗겨내듯이 벗겨내면서 서로를 위로한다.
괜찮다 괜찮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실수도 한다.
하지만 너무나
추잡한 사람들의 민낯을 보면
그 민낯을 닦아낸 수건에게 조차 미안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또
그 더러움으로 내 얼굴을 닦는다.
우리는 그 더러움을 외면하고, 모른 척한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악랄하고 더러울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사람들이 날마다 인터넷 포털을 도배하는 날
우리는 그 더러운 수건 앞에서 비겁하게 구경만 하고
욕만 해대면서도
여전히 그 더러운 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왜냐면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 권력 앞에서 추해 지지 않는 자. 욕망 앞에서 더러워지지 않는 자
누가 있느냐고 물어 오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면 인간은 지구상에 바이러스덩어리 들이다. 하지만 아직은 인류에게
희망이 있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서 긴 시간 이렇게 인간에 대한 설렘과 감동 기대
아름다움을 느낀다.그리고 사유하게 한다.
이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