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끼 Aug 03. 2024

관악산 계곡 물놀이

참가신청

한 손으로 핸드폰 글씨를 쓰다가 얼마 전 검지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두 손으로 핸드폰 자판을 두드려 쓰기 시도를 시작했다.

속도는 느리고 오타가 계속 생기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했는데.. 며칠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묘한 설렘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재미있는 게임을 시작할 때와  비슷한 감정의 호르몬이 솟구친다고나 할까!


이게 도파민이 분비될 정도로  이렇게 설레는 일인가! 라며,  핸드폰 자판을 두 손으로 두들기며,


 나에 대해생소하게 느껴졌다


 일상의 자극에 그다지 차별성이  없는 나는

혼자 조용히 방콕을 하나,  해외의 멋진 곳에 여행을 가거나 두 가지에서 느끼는

행복의 강도가 비슷하다.  


해외 여행을 가면

단지  고생하고, 호기심에 들떠서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 흥분을 느낄 뿐이지

행복한 그런 감정은 그다지 크지가 않다.  여행 후에 거두어들일 수확들이 많기 때문에

기대감을 가지긴 하지만,  그 어떤 행복감에 있어서는 모두 비슷비슷하다.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서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의 느낌보다

동네 뒷골목을 산책하다


우연히 낯선 길에 들어서서 " 와 동네에 이런 곳도 있다니..." 하는 감탄을 할 때의 행복감이 더 크다고 하면

 공감을 못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를 만났을 때 오는 어메이징 한 느낌을 나는 더

사랑하고, 갈구한다.  


나이아가라폭포는 언제나  미디어로 보고 단지 실제로 본다는  확인하는 감격만 있을 뿐이다.

이미 알고 있는 곳을 확인하는 행위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지 않다.


남들이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봐야 한다는 그런 곳을 가 본다는 게 내 인생에 큰 사건사고는 아니다.


산티아고 길을 반드시 걸어서 나도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보리라는 그런 진부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는다.  인생의 새로운 의미를 산티아고 길이 찾아줄 리가 만무하고, 나는 내가 한 번도  보지 않고,

알지 못하는 그런 장소를 개척하기를 더 원한다.

하지만 그런 장소는 위험이 따르고 그럼 모험을 할 만큼 내가 깡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나의 그릇을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즐거운 것들을 찾는다.


어느 날 공황장애 환자의 일상을 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집 밖이 두려워 현관문을 나서지 못하고 집안에서만 사는

주부의 일상을 담은 이야기였다.  


그녀의 도전은 아파트 화단까지였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좌절한다.

불행한 그녀의 모습만 자꾸 오버랩 되며 다큐멘터리는 끝이 났는데...  다큐의 방향성을 잡지 못한 제작진의 의도를 한참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감독은 공황장애를 하나의 병으로 간주하고, 극복해야 할 상황으로 제작방향을 잡은 것 자체가 맘에 안 들었다.


모든 일상의 경험은 해석하기 나름이다.

그녀는 방구석에라는 넓은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그녀의 집안에서도 행복할 수가 있다. 그녀가 평생 밖으로 못 나가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게 왜 불행인가. 그녀가 하나의 세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녀는 세상에서

자기가 가진 것만으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단지 그 상황이  불편할 뿐이다.  그녀가 방구석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그 세계 속에서 완전해졌을 때 그녀는 문밖에서의 세상을 받아들이 수가 있다.


그녀가 방안에서의 공간 속에도 아무 부족함이 없는 경험은 어쩌면  뇌에서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어메이징 한 쇼가 될 수도 있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이런 놀라운 마법을 자주 경험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요즘 도통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은둔해 있다고 친구가 걷기 모임밴드  가입을 권유해서   다음 주 화요일 관악산 물놀이 참가 신청을 했다.


계곡 물소리가 듣고 싶어지기도 했고, 문득 사람들이 만나고 싶어졌다.


내가 행복감을 가장 많이 느낄 때는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단둘이 호젓하게 산길을 걷거나

혼자  여행을 가거나 산책을 할 때이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길을 걷는다는게

어쩌면 내가 기대한 만큼의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고 기대이하이거나, 아니면, 실망하거나

어색하거나 , 여러 가지 감정이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사람들과  오프모임을 하지 않은 데는 꼭 무슨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나는 단지 혼자 하는 모든 것들이 좋았기 때문이고,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의 색채가

가끔은 공허감이 밀려오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  반복 되면

맛있는 음식들에 중독되어

맛없는 음식들만 자꾸 늘어 날 것같은

그런 두려움 때문 이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맛있는 음식이 있기도 하지만


몸에 좋은  음식들도

많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식탁을 깔고

그 시간 속에 나를 몰입시키면


나의 뇌는 경의 로운

마법쇼를 펼쳐 줄  것이다.


가즈아.

관악산 계곡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 졸업, 나의 가치 지키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