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 사항

정확한 글쓰기

by 스펀지의다짐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보고서나 기획서를 직접 작성하거나 결재해야 하는 일이 잦다.


나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큰 틀에서는 목적과 문제점, 개선방안을 5W1H 형식에 따라 정리하고, 작은 부분에서는 한 문장에 두 가지 이상의 주제를 담지 않으며, 오탈자 발생에도 유의한다. 특히 문장 중간에 오탈자가 눈에 띄면 전체 글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어 더 신경을 쓰게 된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오탈자를 잘 찾아내는 편이고, 덕분에 "빨간펜 선생"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실제로 최근에 협력 관계에 있던 대기업의 온라인 서비스 소개서에서 오탈자를 발견해 알려준 적도 있는데, 돌아온 반응은 “아이고, 부하직원들 힘들겠어요”라는 농담이었다.


독서를 할 때도 나는 항상 정독을 원칙으로 한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나오면 반드시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내가 이렇게 오탈자나 단어의 정확한 의미에 예민하게 된 데는 계기가 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이던 15여 년 전, 대표이사에게 보고할 문서를 내가 작성하게 되었다. 팀장에게 보고를 마친 뒤, 그 문서를 들고 부사장님에게 올라갔던 팀장이 돌아오자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채로 나를 향해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삼류 에로 영화 찍냐? 에로 사항?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거야?”


나는 깜짝 놀라 무슨 말인지 몰랐고, 당황하며 문서를 살펴보았다. 부사장님이 ‘에로사항’이라는 단어 위에 ‘ero?’라고 작성하신 것을 발견했다.


뭐가 문제지? 어리둥절해 있다가 '에로사항' 을 검색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애로사항’을 ‘에로사항’이라고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고, 영어의 ‘error’와 한글 ‘사항’이 합쳐진 단어라고 혼자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뭔가 실수나 문제가 있어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고 생각해 무의식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온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나는 어설프게 알고 있는 단어는 반드시 그 뜻을 정확히 확인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오탈자에도 민감한 사람이 되었다.


*애로사항(출처:퍼플렉시티)

"애로사항"은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문제나 어려움을 의미하는 표현입니다. 한자어인 "애로(隘路)"는 '좁고 험한 길'이라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비유적으로 일이 진행되는 데 걸림돌이나 난관을 뜻합니다. 주로 업무나 사업, 일상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고충을 나타낼 때 사용됩니다.

더 쉽게 표현하면, "애로사항"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되는 점이나 불편한 부분을 뜻하며, 비슷한 말로는 장애, 난관, 고충 등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애로사항이 있다" 대신 "어려움이 있다"라는 표현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팀이나 회사 내에서의 어려움이나 고민을 표현할 때 자주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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