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다고 놀리지 말아요. 해롭다고 말도 못하고.
정크푸드(junk food) 마니아다. 주요 정체성이 '쓰레기'임에도, 난 항상 정크푸드 주위를 배회한다. 먹고 싶을 때는 언제든 먹지만, 다른 볼일이 있어 시장에 갈 때도 정크푸드 코너는 잊지 않고 들른다. 지금까지 마트나 슈퍼에 정크푸드가 없어지거나 줄어든 것을 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항상 새로운 제품이 넘실댄다. 패스트푸드 시장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코로나로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수요가 더 늘었다.
어떤 종류든 정크푸드는 다 좋아하지만, 으뜸은 과자다. 맛있는 것은 당연지사, 간편함의 극치다. 버거나 피자처럼 기다리는 시간 없이 완성품이라 포장만 뜯으면 바로 취식할 수 하다. 게다가 휴대성도 뛰어나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다. (누워서도 먹을 수 있음) 손에 음식물이 묻는 것을 싫어하는데, 과자는 냄새도 나지 않고 깨끗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퍼펙트' 하다. 무엇보다 과자는 여타 정크푸드와 큰 차이가 있는데, 미각뿐 아니라 시각적 만족까지 채워준다는 점이다. 패스트푸드나 레토르트 패키지도 전체 디자인과 브랜드 로고가 훌륭하지만, 과자만큼은 아니다.
철학자 조르주 디디는 색채나 빛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철학적 사유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보이는 것'이 심오한 차원에서도 논의되지만 일상에서도 다양한 시각적 요소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준다. 놀이공원의 다채로운 팝 칼라의 각종 놀이기구는 타는 것에 흥미가 없어도 화려한 모습 앞에서 반하지 않을 수 없다. 회전목마의 여러 색의 적절한 조화와 팝업북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물체가 실사로 '뿅'하고 나타난 것 같은 비현실적인 생김새 앞에서 흐뭇해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시끌벅적한 파티를 연상케 하는 과자 포장지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대부분 스낵의 패키지 디자인은 화려한 원색으로 되어 있어 다양한 색의 향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잘 팔려야 하니 최대한 먹음직스럽고 눈에 띄게 보여야 할 것이다. 맛이 있든 없든 시각적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유독 좋아하는 과자가 있다. 키블러(keebler) 사의 크래커 중 클럽&체다 맛 제품인데, 포장이 눈여겨볼 만하다. 노랑과 녹색, 파랑과 노랑 등과 같이 서로 만나 찰떡궁합이 되는 색이 있다. 이러한 색의 조화는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안정감과 만족감을 준다. 키블러의 과자들은 이러한 색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 키블러 과자 포장에는 전부 할아버지 마스코트가 그려져 있는데, 할아버지가 입은 옷은 빨간, 초록, 노랑, 갈색 조합으로 되어 있다. 크래커 색은 상아빛이고 빨강 바탕에 하얀색으로 Keebler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참으로 조화롭다.
지금은 한풀 꺾었지만, 한동안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 '단짠' 맛의 음식이 유행했다. '단쓴'(쓴 커피+케이크)이라면 모를까 포카칩이나 나초 같은 스낵류보다 오직 단맛만 나고 솜사탕처럼 폭신한 식감의 파이류를 좋아해서 '단짠의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렇게 확연히 구별되어 보이는 맛과 식감에는 사실 여러 종류가 있다. 치즈나 치킨 맛 등 시즈닝에 따라 짠맛의 느낌이 달라진다. 포카칩은 쉽게 부스러지는 깃털 같은 바삭함이고 새우깡은 좀 더 딱딱한 식감의 바삭함, 짱구는 다 먹고 나면 입안이 헤질 정도로 강력한 파워를 가진 바삭함을 지녔다. 다채로 와서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정크푸드 포장 디자인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하는 예술가들이 있다. 한 아티스트는 싸구려 느낌이 나고 과장되고 익살스러운 정크푸드 디자인을 힙스터들의 구미에 맞게 심플하고 세련되게 재탄생시켰다. (https://www.flitto.com/content/3390)
정크푸드는 사람을 홀릴 정도로 맛있어서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햄버거, 라면, 피자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백해무익을 넘어 인체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각종 건강 기사를 볼 때면 두려움에 떨기도 하지만, 정크푸드와 줄다리기에서 매번 지고 만다. 정크푸드에 완패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가공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재료는 수수하고 담백한 맛이 있다. 하지만 정크푸드는 인공성의 미학이 있다. 정크푸드라도 자연에서 난 재료를 가지고 시작할 텐데, 복잡한 가공과정에서 어떤 요술이 펼쳐지기에 정크푸드만의 특유의 풍미가 나오는지 신비하기까지 하다.(이건 기업의 일급비밀이겠지.) 자연 그대로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거스르는 것', 인류가 인위적으로 만든 각종 건축물, 자동차, 분수대(fountain) 같은 인공물들은 저절로 생겨난 자연계만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웃음의 종류는 참 많다. 미소는 소리 내지 않고 웃고 파안대소는 크게 웃고 고소는 쓴웃음이다. 까르르, 깔깔, 낄낄, 호호, 웃음소리를 나타내는 단어도 참 다양하다. 정크푸드 앞에서는 지인들과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맛있는 것' 앞에서 서로의 함박웃음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소확행'
뭐니 뭐니 해도 정크푸드 앞에서는 킥킥대는 웃음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정크푸드는 참으로 '가볍고 해로운 자'이지만, 맛있고 멈출 수 없다. 겁을 줘도 끄덕하지 않는다. 끝내 배불리 먹어버리고는 이런 맛을 즐길 줄 모르다니 하고 킥킥대는 것이다.
* 진정한 정크푸드 애호가라면 디자이너 에밀리 발츠(Emilie Baltz)의 독특한 콜라보에 주목하자. 에밀리는 엄청나다. 정크푸드와 정크푸드를 섞는다! 그의 책 <junk foodie>에 소개된 레시피 몇 개를 소개한다. 맛있는 시간 되시길!
바삭한 통곡물 초코 팝
썬칩 1 봉지 + 투씨 팝(toosie pops) 캔디 2개 + 마시멜로 플러프 잼
1. 썬칩을 잘게 부순 후 깨끗한 그릇에 놓는다.
2. 사탕 윗부분 반 정도만 플러프 잼에 담근다.
3. 잘게 부순 썬칩을 캔디 위에 뿌려 맛있게 먹는다.
와일드베리 타이완 버블 티 스프리처
네스티 라임 맛 1병 + 진저에일 1캔 + 웰치스 후르츠 스낵
1. 네스티, 진저에일, 후르츠 스낵을 섞는다.
2. 10분 기다린다.
3. 얼음을 넣고 잘 저어서 마신다.
*또 하나의 재미, SPTI 테스트
SPTI는 snack+ mbti의 합성어로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본떠 만든 과자로 알아보는 성격 테스트다. 총 12개 질문에 답하면 나와 궁합이 맞는 스낵을 찾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