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똑똑,
똑똑 똑똑,
똑! 똑! 똑! 똑!!
"... 으으... 우으웅.... 으?"
"너 초각이 안 일어나! 학교 안 갈 거야?"
"아 엄마~, 조금만 더 잘게요. 조금만요"
아침에 일어나 아직 잠이 덜 깼을 때 졸면서 자는 잠은 왜 그리도 달콤할까. 정신은 깨 있는데 몸은 아직 일어날 준비가 안 됐고, 방문을 한 번 거쳐 들려오는 된장찌개 끓이는 소리는 귓가에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더 자려고 누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엄마는 자고 있는 내 옆에 앉더니 스님이 염불을 외듯,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일어나면 꿈을 이룰 수 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초각이 일어~나라!"
기상송이 반복될수록 잠은 깨어났고, 마침내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얼굴에서 걷어내 눈을 감은 상태로 엄마가 부르고 있는 멜로디를 눈을 비비며 똑같이 따라 불렀다.
"지금(지금) 잠을 자면(잠을 자면), 꿈을, 아우..... 엄마 그만 좀 해요"
"드디어 일어났네. 이 녀석, 나와서 밥 먹어! 찌개 끓여놨어"
"네, 네... 알겠어요"
엄마는 아빠와 결혼하시고 난 뒤로 아침잠을 깊게 주무셔본 적이 없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소를 키웠는데, 새벽부터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이 밀려 늦저녁이 다 되어서야 식사를 해야했다. 그럴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밥 안 먹니? 밥은 언제 먹니?"
라고 매 번 물으셨고 엄마도 웬만해서는 저녁 식사를 서두르려고 하루 일과를 이른 시간부터 시작하셨다. 배고프면 그냥 차려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늘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만 기다리고 계셨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시집와서, 내가 태어날 때부터 이미 그렇게 생활하고 계셨으니. 나도 잠이 많지 않은 것이 아마 엄마를 닮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입바른 소리를 항상 하셔서 난 가끔 엄마를 도덕선생님이라 불렀다.
"콩나물, 시금치, 김치, 또 김도 있고 계란도 있고 참치도 있고! 다 골고루 먹어. 편식하지 말고"
"네네, 네네네네."
음식을 가려먹는 편이 아니었기에 말씀하시지 않아도 잘 먹었건만, 밥상이 차려질 때마다 엄마는 똑같은 소리를 자주 하셨다.
"다녀오겠습니다"
현관문을 닫으며 인사를 하고 집 밖으로 나가는데,
"형! 같이 가"
연각이었다.
나와 내 동생은 각자 돌림인데, 나는 초각, 동생은 연각이었다.
"너 왜 아직 학교 안 갔어?"
"나 배가 아파서 화장실 갔다 왔어. 같이 가 형."
동생은 나랑 두 살 터울인데, 이 녀석은 나를 항상 따라다니면서 내 친구들과 어울렸다. 항상 어딜 같이 다니길 좋아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내 동생과 어울렸던 친구는 섭이였는데 불러도 동생이 나오질 않자 먼저 가버린 것 같았다. 말 끝마다 형을 붙이면서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을 했다.
"연각아, 빨리 가자. 늦겠어"
"어 형, 알겠어. 기다려봐 형"
초록색 철대문으로 가서 집 밖으로 나가려는데 엄마가 밖으로 나오셨다.
"너희 여기 둘이 서 봐. 사진 한 장만 찍자. 자 김치이이- 이"
"아 엄마! 늦었어요. 빨리 가야 해요. 얼른 찍어요!"
"형, 나 사진 찍기 싫어어어!"
"그냥 웃어, 인마"
찰칵.
"잘 다녀와. 동생 다치지 않게 잘 살피고, 차 조심해!"
"네! 연각아, 가자"
"응!"
동생은 무릎으로 실내화 주머니를 번갈아 치며 앞으로 걸었고, 나는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씩씩하게 걸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날 때면 모퉁이에 항상 덕례할머니가 앉아계셨고 우리는 매일 깍듯이 인사를 하곤 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냐, 연각이 오늘은 형이랑 가네?"
"오늘 섭이가 먼저 갔어요. 저는 배가 아팠거든요"
"공부 열심히 해라, 그래야 큰 사람 된단다"
"네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동네를 다니면 우리는 항상 인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가 매일 마을에 나오셔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시곤 했는데, 손주인 우리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하신다고 했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모질게 말하고 표현도 서툴게 하시면서 남들에게는 자랑거리인 양 얘기하시곤 했다. 그럴 때면 할머니가 미웠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 학교에 빨리 도착할 수 있을 텐데..' 나는 동생을 바라보며 물었다.
"연각아, 우리 아빠한테 자전거 하나만 사달라고 할까? 그리고 우리 둘이 번갈아 가면서 타는 거야. 어때?"
"정말? 좋아! 나는 좋아! 형이 두 번, 내가 세 번 탈래"
"상관없어. 그러면 아빠한테 오늘 집에 가서 말씀드려 볼까?"
"응! 그러자 형"
나는 그때 몰랐다. 자전거를 산 지 얼마 안 됐을 때, 내 동생의 한쪽 다리가 부러져버릴 줄은.
큰 동네 길을 지나 편도로 된 도로 외곽으로 나와 걷다 보면 학교가 나온다. 우리 말고도 늦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늦든지 말든지 아무 생각도 없는 친구들 같았다.
'늦었는데.. 왜 이렇게들 여유가 있는 거야. 혼나고 싶은 건가?'
횡단보도 앞에 서니 친구들 엄마가 노란색 교통안전지팡이를 들고 교통지도를 하고 계셨다.
"초각이 안녕?"
"네 안녕하세요... 누구세요?"
"아~ 나 혁진이 엄마야"
"아! 안녕하세요"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주신 혁진이네 엄마는 항상 무표정인 그 녀석과 달랐다.
"옆은, 동생이야?"
"네, 연각이에요"
"호호호~, 너희 둘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초각이, 연각이"
"연각아 인사해"
"...... 싫어. 난 저 아줌마 몰라"
"동생이 낯을 좀 가려서.."
"호호호호, 괜찮아. 괜찮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기 전에 동생과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넜다.
이제 교실까지 전력질주로 뛰어가야만 했다.
"연각아"
"응?"
"뛰어!"
"응!"
동생과 나는 각자 1학년, 3학년 교실 건물을 향해 뛰어갔다. 우리가 뛰니, 함께 건너온 지각생들도 눈치껏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뛰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는 여자아이, 예주였다.
실내화 가방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다시 뒤로 돌아 주머니를 집어 들고 나는 교실로 다시 뛰었다.
"아, 미안! 촉각아~"
"초각이라고!"
"아, 그래. 초각아~"
동생이 1학년 교실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려고 건물 쪽을 바라보니 동생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
고개를 서로 먼발치서 두 번 끄덕이며, 오케이 사인을 보낸 뒤 건물로 들어갔다. 간신히 도착해서 안심하며 계단을 올라가는데,
"너는 왜 이렇게 매일 굼떠?"
"무슨 소리야, 그러는 넌"
"나는 이유가 있으니까 늦는 거야, 근데 너는 아니잖아? 너는 그냥 게으른 지각생일 뿐이지"
"아직 안 늦었거든? 늦지 않았잖아 아직"
"쉬는 시간에 들어가서 선생님한테 딱밤이나 맞았지?진 선생님 꿀밤은 우리 반에서도 유명하다고"
"너나 일찍 일찍 다녀. 쉬는 시간에 꿀 빨아먹다가 늦게 들어갔으면서 나한테만 뭐라 그래"
"우리 담임은 안 때리거든"
"... 너... 이 씨, 자꾸 놀릴래"
"어쨌든, 난 이만 들어간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
그렇게 우리는 복도에서 흩어져 각자 반으로 들어갔고 나는 교실에 들어가서 1교시 수업을 준비하면서도, 예주가 한 말이 머리에서 계속 떠올랐다.
'나는 이유가 있으니까, 나는 이유가 있으니까, 나는 이유가 있으니까...'
대체 그 이유가 뭐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 걸까, 예주는 왜 늦는 걸까.
쉬는 시간에 꼭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분명.. 또다시 꿀 빨아먹겠다고 인동초 화단으로 올 거야, 그때 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