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자전거

불운

by 시골남자

예주와 명식이를 만나기 전 날이었다.



"초각이 형!"

"응~ 연각아, 왜?"

"이것 봐! 아빠가 사주셨어, 사이좋게 나눠 타래"

동생이 나를 이끌고 간 집 마당에는 아버지가 사주신 삼천리 자전거가 놓여 있었다. 어렸을 때 탔던 보조바퀴가 달린 세 발 자전거가 아니었다. 파란색 프레임에 앞에 달린 바구니와 보조 바퀴가 없는 두 발 자전거였다.

"우와, 정말? 아빠한테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

"응! 형이 먼저 타 봐"

"그럴까?"

동네 형들이 자전거를 자주 타고 다녔기에 나는 종종 자전거를 타볼 기회가 있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나를 바라보는 연각이를 뒤로 하고, 왼쪽 발을 페달에 올린 뒤 양쪽 손잡이를 잡고 오른발로 힘껏 바닥을 밀면서 안장 바깥쪽으로 오른쪽 다리를 휙- 넘겼다.

"우와"

내게 너무 당연한 것이 동생에겐 당연한 것이 아니었기에 연신 감탄을 했고, 말 끝마다 형을 붙이며 말했다.

"너무 멋있다 형, 우와~ 나도 타보고 싶어 형!"

한 오십 미터를 슬슬 갔다가 다시 돌아오니, 동생은 눈이 반짝반짝해져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자전거 손잡이를 넘겨주니 동생은 신이 난 듯 내가 했던 동작을 따라 했다.

"형, 근데 좀 무서워"

"뭐가 무서워"

"넘어질 것 같아"

"그럼 내가 뒤에서 잡아줄 테니까, 위에 그냥 올라타서 균형만 잡아볼까?"

"응! 그렇게 해보자"

안장 뒤로는 사람을 한 명 더 태울 수 있는 철로 된 짐받이(러기지 랙)가 있었는데, 나는 구멍 사이로 내 손가락 몇 마디를 집어넣고 동생이 균형을 잡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잘 잡아주었다.

"와!!! 형 앞으로 나간다. 앞으로 나가!!"

"어때? 재미있어?"

나는 앞으로 천천히 뛰면서 동생에게 이야기했다.

"응! 우와, 신나!!"

"그럼 내가 이제 놔 볼 테니까 한 번 페달을 굴려봐"

"아, 아, 아직 안될 것 같아"

"그럼 너 영영 못 탈걸? 내가 다시 잡아줄게 한 번 타봐"

"잡아줄 거야?"

"응, 잡아줄게, 한번 더 가보자!"

집 앞 도로는 아직 개통이 되지 않은 상태여서 차가 다니지 않았고,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해가 질 때까지 그렇게 하루 종일 뛰어놀았다. 동네 아이들은 동생에게 와서,

"오! 자전거 샀네. 야! 그럼 우리 내일 저 위쪽 언덕에 개들 많은 할아버지네 집 올라가 볼래?" 하며 물었고,

연각이는 자전거도 아직 잘 탈 줄도 모르면서 고개를 힘차게 흔들며 대답했다.

"어! 야!! 내일 가자! 가, 가가가가! 가자!!"

연각이가 자전거를 사줬을 때 그렇게 신나 할 줄은 몰랐다.

아버지는 우리가 그렇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고, 어머니는 쟤들 정말 못 말려하는 표정으로 해가 저물 때쯤이면,

"초각아, 연각아! 집에 들어와서 밥 먹어~" 하셨다.


그런 날이 며칠 동안 계속 됐고, 연각이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형, 형이 자전거 타고 내가 뛰어가면 누가 더 빠를까?"

"내가 당연히 빠르지 인마. 네가 무슨 육상 선수야?"

"내가 더 빠를지도 모르잖아"

"어쭈, 해볼래? 누가 더 빨리 가나?"

"좋아!"

집에서 출발해 중학교 옆에 있는 면사무소까지 가기로 하고 우리는 대문 밖에서 요이, 땅을 했다.

나는 동생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에 천천히 슬렁슬렁 가다가,

"형! 빨리 안 와? 왜 이렇게 느려. 자전거를 타고 가도 나보다 느리데요~ 느리데요~"라고 할 때만 조금씩 속도를 올려 아슬아슬하게 간격을 유지했다.

그러다 학교와 면사무소로 향하는 각 도로 사이에 난 좁은 골목길에서 체인이 풀려버린 것이 아닌가.

나는 페달을 역방향으로 돌려 체인을 느슨하게 늘어뜨렸고, 체인을 다시 끼우려고 제 자리에 멈춰 섰다.

그런 나를 뒤로 한 채 뛰던 동생은, 닿을 듯 말 듯 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달려오던 형이 보이지 않으니 중학교 정문으로 난 도로를 뛰어 지날 때 뒤를 돌아보게 됐고,

그 순간,

끼이이이이익!!

"으아아악! 으악!"

저 먼발치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집을 향해 가던 중고등학교 형들은 사고가 나자 놀라서 현장에 다 몰려들었고,

동생은 자신이 어떻게 다친 줄도 모른 채, 너무 놀란 나머지 자기 다리를 바라보며 소리만 지르고 있었다.

나는 차마 그 광경을 보지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발목이 부러져 큰 돌멩이 두 개가 살 안으로 파고 들어갔고, 종아리 쪽에는 타이어 자국이 나 있었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술을 먹은 상태였다. 도망치려던 걸 고등학교 형들이 차가 나가는 걸 막아선 뒤 경찰에 신고를 해 조사를 받으러 가게 했다.

인상이 선해 보이는 안경 쓴 형 한 명이 내게 물었다.

"네가 얘 형이야?"

"네.."

"너 집 여기서 얼마나 멀어, 가까워?"

"네, 가까워요. 집에서 별로 안 멀어요"

"너 집에 빨리 가서 엄마한테 이거 말씀드려"

119 소방서에 연락해서 응급실로 실어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는 큰 일을 겪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동생을 뒤에 태운 뒤 집으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동생은 가면서도 울지 않고 인상을 쓰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 했다.

집 앞에 도착해 철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자,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엄마!!!"

"왜!"

엄마는 그 순간, 큰 사고가 났다는 직감을 느끼신 것 같았다.

"연각이가 다쳤어요"

"연각이가?"

"네"

"아니 어떻게 하다가"

"차 사고가 났어요!"

엄마는 놀라 눈물을 흘리시며 대문 밖에 서 있는 연각이를 향해 달려갔다.

집 밖에 한쪽 다리를 땅에 딛지 못하고 서 있는 동생을 보면서, 119에 신고해 병원 응급실로 어서 가자고 하셨고, 일을 하시던 아빠는 동생을 차에 태워 병원으로 데려가셨다.

나는 그렇게 멀어져 가는 아빠와 동생을 바라보면서 어찌할 줄 몰라 마당 뒤 쪽에 있는 텃밭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 성큼성큼 다가오시더니,

"이 백당 놈의 새끼.."

라고 한 말씀 하시더니, 내 오른손으로 내 볼따귀를 날렸다.

나는 너무 얼굴이 얼얼해졌고 무서웠지만, 긴장이 아직 남아있는 탓인지 그게 아픈지도 모른 채 가만히 멀뚱멀뚱 서있었다.

"아버님, 왜 애를 때리고 그러세요"

"작은 애가 다쳤잖아, 형이 데리고 나간 게 잘못이지"

할아버지는 그래도 평소에는 부드러운 편이셨는데, 그날 따라 속상하신 건지 하지도 않던 말씀을 하시고 화를 내셨다.

나는 조금조금 약게 행동한다고 외가를 닮아 할머니가 미워했다. 하는 짓이 약아빠졌다고 싫어했다. 예를 들어 싱크대 위로 올라가 손을 씻어야 할 때, 나는 키가 작아 쓰레기통을 밟고 올라가 손을 씻곤 했다. 그런 걸 야무지다고 말하지 않고 얍삽하다는 듯 말하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반면 동생은 곰같이 순해서 할머니가 예뻐했다. 도대체 왜 미워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설마 할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신 건 아니겠지.


아빠 밑으로 남자 동생이 한 명 있는데, 우리는 늘 삼촌이라고 불렀다. 삼촌은 우리랑 같은 방을 썼다.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으면 그걸 뒤에서 물끄러미 보시거나, 티브이를 보시다가 친구들과 만나 노는 걸 좋아하셨다. 일을 하시려는 의지나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고, 일을 조금 하다가도 금세 그만두시고 늘 방황하셨던 것 같다. 그런 삼촌도 연각이가 다친 것에는 불같이 화를 내셨다.

동생이 병원에 입원한 며칠 뒤, 사고 낸 사람이 찾아왔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의 남자였다.

조금 뻔뻔스러운 목소리로,

".... 면목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 애 발을 타이어가 밟고 지나갔는데, 그거 알았어 몰랐어"

"저는 맹세코 밟지 않았어요. 정말입니다"

아빠는 한숨을 한번 쉬더니,

"당신 지금 그게 말이 돼? 애 종아리에 타이어 자국이 남아 있는데"

"아니 그걸 제가 몰랐다니까요"

자신은 타이어로 결코 발을 밟고 지나가지 않았다면서 우겼다. 그때,

"이 개새끼가!"

삼촌은 손을 확 위로 올리며 사람을 칠 듯한 태도로 몸을 들이댔고, 그 뒤로 온갖 욕이 난무했다.

"너이 씨발새끼야, 타이어 자국이 있으면 몰랐어도 지나가면 지나간 거지, 그걸 몰랐으면 네가 타이어로 밟고 지나간 게 아닌 일이 돼? 어디 씨발놈이, 뭘 잘했다고 따박따박 말대꾸를 하고 있어?"

그 사람은 뒤로 뒷걸음질 치면서 끝내 대답했다.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병원비를 제가 내라면 내겠습니다"

아빠는 그런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셨는지 그 뒤로 말을 이으셨다.

"당신 말이야, 병원비를 낸다고 하면 끝이야? 사람 죽여놓고도 그딴 소리를 할 수 있어? 사과하는 게 진심이 안 느껴지잖아. 이 사람아!"

"..... 죄.. 죄송합니다"

그런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더니 삼촌은 병원 밖으로 담배를 피우러 나가셨고, 아빠는 옅은 한숨을 쉬더니 좋게 타일러 합의를 보고 그 사람을 돌려보냈다.

그렇게 연각이는 2주일 정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깁스를 한 채 퇴원했다.

목발을 짚고 퇴원한 녀석은, 밖으로 나가질 못해 그런지 얼굴이 뽀얗게 변해있었고 조금 쑥스러운 듯이 나를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

"형.. 나 왔어, 형"

"야!! 괜찮아? 목발 불편하지, 그렇지"

"아니야 이제 괜찮아"

"뭐가 괜찮아 인마, 하나 줘 봐"

나는 동생이 딛고 있던 오른쪽 목발을 받아, 동생에게 총을 겨누듯 자세를 취하고는 입으로 두두두두 총 쏘듯 외쳤고, 내 동생은 그런 나를 보면서 해맑게 웃었다.

그 뒤로 동생이 낫고 나서도 우린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탔지만 그때부터는 주변을 살피고 조심하면서 놀았다.

동생은 종종 다리를 딛고 서 있다가 내게 말하고는 한다.

"형 나 다리 짝짝이 같아. 한쪽이 조금 짧은 거 같아 형"이라고.


연각이는 나중에 운동에 빠지게 되는데, 그 사고의 영향으로 운동하는데 애를 먹는다.

그때 다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