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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형 Mar 15. 2018

Love & Peace : Koenji

아주 작고 튼튼한 친구들이 지지 않고 빛나는 곳




짠내 스웩

  <AROUND> 한수희 에디터는 가난하긴 하지만 무너지지 않으려는 품위에 대하여 '가난 동경'이란 에세이를 썼다. 여행자 커뮤니티 Clouff의 최낭만 대표는 "결핍에서 오는 긍정에너지"를 찬양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꼬질꼬질한 차림에 반짝반짝한 눈빛의 짠내 스웨거들을 사랑한다. 오늘 소개할 여행지는 일본, 동경의 코엔지(高円寺). 신주쿠에서 JR선으로 불과 9분 거리에 위치한 이 곳엔 아주 작고 튼튼한 친구들이 살고 있다.  

Normal Crush 
     Normal(보통의) + Crush(반하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에 질린 20대가 보통의 존재에 눈을 돌리게 된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다. 예능 프로그램 <한 끼 줍쇼>에서 이효리가 아이에게 "뭘 훌륭한 사람씩이나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한 말이 노멀 크러시의 예시로 자주 언급된다. 아무나 되라는 것은 아무렇게나 살라는 것이 아니다. 나답게 살자는 것이다. 
     나답게 살려면 동경(憧憬)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목이 터져라 울어도 배가 고픈지, 발이 시려운지 살피고 달래줄 엄마는 이제 없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줄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코엔지 주민들은 아무나로 사는 사람들의 집합이다. 망설이거나 주저하거나 괜히 하는 고민은 여기 없다.
 


아마추어의 반란
     코엔지가 뿜어내는 기운에 심취해 일 년 반을 이 동네에 거주했다. 이력서의 주소를 보고 일본 회사 면접관이 "아마추어의 반란(素人の乱) 입니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마추어의 반란>은 코엔지를 배경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에세이 <가난뱅이의 역습>,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의 배경 역시 코엔지다.  







아웃사이더 공동체
      공동체의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른다. 아웃사이더의 공동체라는 건 그래서 역설적이다. 코엔지에서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동네 전체에 별난 사람들의 오밀조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쫓겨 가며 불법 버스킹을 하는 가수, 기괴한 옷을 덧입은 멋쟁이, 길에서 작품 활동 중인 아티스트 등 종류별 돌아이들이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어 재기발랄하게 산다. 
 

  코엔지 역을 중심으로 약 36km 정도 되는 거리가 아티스트들의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샵, 일러스트 전시가 열리고 있는 카페, 인디 밴드들이 공연을 하는 라이브 하우스, 재활용 숍, 주인이 매일 바뀌는 술집이 뒤죽박죽 얽혀있다. 



     다가올 여름을 위해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코엔지의 노천 야끼토리(꼬치구이). 테이블은 없다. 뒤집어 겹쳐서 인도에 아무렇게나 내놓은 맥주 박스에 내키는 대로 자리를 잡으면 된다. 수더분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시원한 하이볼 한 모금, 잘 익은 꼬치 한 입. 코엔지, 한 여름밤의 꿀.   


     코엔지는 일본 펑크 음악의 발생지다. 널린 중고 레코드 가게와 라이브 클럽에 희귀 음반을 찾기 위한 컬렉터들이 모여든다. 싸구려 약으로 탈색을 하고 징 박힌 가죽 잠바를 입은 불량한 음악가들이 앉아있는 골목이라면 근처에 분명 라이브 하우스가 있다. 유치한 자작곡을 유쾌하게울려퍼지는 공연장이 두 번째 추천 장소. 


     진귀한 구경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세 번째 장소는 코엔지의 후루기야(古着店). 자본에 의해 점령당한 하라주쿠와 시모키타자와가빈티지 쇼핑의 메카라면 코엔지에서는 100년이 넘은 웨딩드레스, 소 똥 냄새가 밴 카우보이 조끼, 속이 훤히 보이는 비닐 오버롤 등 입을 수 없을 듯한 옷을 내놓는다. 유행에 맞춰 트렌디한 제품을 가져다 놓는 게 아니라 고집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템만 늘어놓았다. 



코엔지는 돈이나 명예에 차갑다. 무관심하다. 코엔지가 열의를 다하는 것은 오직 인생을 즐기는 것 뿐.올 여름, 쿨몽둥이 하나 들고 이 동네에 스며 들어보자. 





Oh to be alone, and to share with strangers! 
I made pancakes for mooses, only 3 came
Making nice with the inhabitants
Don’t know what you’re trying to tell me but I trust you
Or maybe I just don’t care
Life is always like this, never give in
Will the exiles ever get organized? 
Always must enjoy
  
오 혼자 있으리, 그리고 낯선 자들과 함께하리!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그들을 위해 팬케이크를 만들었지만, 
세 명밖에 오지 않았네.
이곳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난 당신들을 믿어.
아니라도 상관 없고.
인생은 늘 이런 것. 굴하지 말자.





언젠가는 모두 여행을 떠나겠지. 
저마다의 길을 걸어갈거야. 
네가 가진 꿈을 포기하지 말길. 
뜨겁게 살아있는 눈동자가 맘에 들어. 
지지 않기를, 분해하지 않기를. 
너답게 빛나기를.



Love &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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