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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서형 Oct 24. 2021

➂ 리듬이 깨지면 과감히 멈추세요.

멈추는 걸 두려워 하지 마세요.

    두 달이 모락모락 흘렀다. 출석률 111%를 기록한 나는 이제 은근히 도장 가는 날을 기다리기도 했다. 선배와 시간이 안 맞으면 혼자서도 터벅터벅 자주 도장에 나와 운동을 했다. 선배랑 시간이 맞는 날은 운동을 하고 편의점에서 1+1 행사 중인 음료수를 사 마시기도 했다. 한때 반자동으로 외우고 있었던 품새가 이제 순서도 가물가물해졌다는 걸 알았다. 자신있게 한 동작이 1990년대 태권도라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기술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월요일에 가면 정확한 동작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목요일에 가면 앞머리가 땀에 푹 젖도록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수요일은 대체로 미트 발차기를 한다. 미트는 이렇게 생겼다. 가운데가 갈라진 형태를 '쌍미트'라고 하는데, 제대로 맞추기만 해도 '팡!' 하고 시원한 소리를 낸다. 품새 순서는 헷갈려도 발차기는 못참지ㅋ 매주 수요일은 거의 빠지지 않고 태권도장에 나갔다.  

    이 수요일 역시 미트 발차기를 하는 날이었다. 오늘은 미트를 잡은 상대가 움직였다. 움직이면서 발차기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여러 스텝과 발차기를 섞어가며 연습했다. 이동하면서 동작을 하려니 헷갈렸다. 방금 할 때는 쿵짝 쿵짝, 또는 쿵쿵딱 쿵쿵딱 잘만 되더니, 다시 하려니까 영 발이 꼬이고 헤맸다. "리듬이에요!" 사범님이 말했다. 미트 발차기를 빠르게 반복하려면 리듬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앞선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박자를 익혀놓으면 내 차례가 수월했다. 한 번의 박자만 알면 그 다음은 같은 박자의 반복이었다. 그래서 빠르게 갈 수 있었다. 

    앞 사람이 하는 동안 딴 생각을 하느라 미처 박자를 못 찾은 경우엔 반대였다. 목각인형처럼 우지끈 뚝딱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박자를 찾은 사람들이 빠르게 치고 나갔다. 마음이 불안해진다. 박자를 익힐 시간이 없다. 일단 동작을 흉내내며 앞으로 나간다. 삐그덕삐그덕. 아아. 모르겠다. 


    "박자를 놓쳤다면, 잠깐 멈추세요. 리듬이 깨진 채로 앞으로 나아가지 마세요." 사범님의 조언을 듣고 다급한 움직임을 멈췄다. 옆 사람을 돌아볼 것도 없이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박자를 찾을 수 있었다. 쿵쿵딱따- 였다. 한 박자 더 차분히 쉬어가며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했다. 앞의 미트를 보고 움직였다. 쿵쿵딱따- 헐! 된다. 오예, 재밌다. 미트도 제대로 맞춰 깔끔하게 팡 소리가 났다. 처음 두발자전거를 탈 때 버금가는 성취감이다. 입이 귀에 걸렸다. 마스크가 있어 이런 땐 참 다행이다. 지금 누가 내 표정을 봤다면 별 유치한 인간을 다 본다고 생각했을 거다.  


"멈추는 걸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도 마세요. 박자야 누구든 언제나 놓칠 수 있어요. 그런 땐 멈춰서 박자를 되찾으면 됩니다. 뒤쳐지는 게 무섭다고요? 아니요. 박자를 찾고 움직이는 게 오히려 더 빨라요."


    리듬을 놓치면 잠깐 멈춰서 찾고 가도 늦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리듬을 모른 채 우당탕탕 움직이려 하면 더 늦는다. 박자를 잘 맞춰놓은 사람이 있으면 흘깃 베껴도 좋다. 머리로 재빨리 상상을 해봐도 좋다. 언어가 편하면 쿵쿵따-처럼 만들어서 생각해도 좋고, 몸 쓰는 게 편하면 제자리에서 연습해봐도 된다. 리듬을 놓친 채로 박자도 모르고 앞으로 가는 것 보다 이게 훨씬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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