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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이 Jul 29.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부정채용?

우영우와 권민우 그리고 전장연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졸업하고 ('한국대'와 같은 흔한 가상의 대학교가 아니라 직접적으로 우영우가 '서울대 출신'임을 강조하는 것 또한 주목할만하다.해당 드라마는 그것의 실현 여부와는 무관하게 현실을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변호사 시험을 1500점 (2022년 변호사 시험 최고득점자는 약 1233점이다) 가까이 맞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이다. 그럼에도 우영우는 장애를 이유로 로스쿨을 졸업한 후 6개월 동안이나 면접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그런 우영우를 '한바다'라는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 한선영이 채용한다. 우영우가 채용된 이유가 태산을 이기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었는지, 우영우의 스펙 때문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점은, 드라마 속에서 한선영이 우영우를 채용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선영은 우광호에게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과 변호사 시험 점수를 이유로 채용했다고 주장하지만, 경쟁 로펌의 대표인 태수미 변호사를 만날 때는 우영우를 태수미의 약점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영우가 채용된 이유에 따라 우영우의 채용이 부정한 것이 되거나, 정당한 것이 되는 것일까? 


 한바다의 동료 변호사인 권민우는 우영우의 채용에 대해서 부정채용이라고 사내 게시판에 글을 작성한다. 그는 우영우가 자신의 것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영우를 강자로 생각한다. 따라서 권민우는 우영우의 부정채용에 대해서 "그야말로 도둑맞은 기분"을 느낀다. 모 칼럼니스트의 지적대로 우영우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다. 그러나 우영우가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따라서 권민우의 기분은 잘못됐다고 판단내리는 일은 매우 적확하지만, 동시에 간편한 일이다. 권민우를 이대남의 표본으로 설명하거나, 그의 행동에 대해서 "약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공정과 정의를 방패 삼는"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 또한 지극히 편리하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적 판단은 아무런 힘을 갖지 못한다. 모든 일을 윤리적 당위와 옳고 그름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일은, 사건이 가지고 있는 힘을 무화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권민우의 '기분'과 우영우의 존재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고,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차치하고, 우영우는 존재 자체만으로 권민우를 불쾌하게 만든다. 


 표면적 사실을 가지고 본다면, 권민우의 입장에서 우영우는 부정채용된 것이 사실이다. 우영우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한바다의 대표 변호사와 친분이 있는 우광호씨의 딸이 아니었다면, 한바다와 같은 대형 로펌에 취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취직할 수 없는 이유는 그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장애 때문이다. 우영우의 로스쿨 동기이자 한바다의 동료 변호사인 최수연의 표현처럼, "그 성적으로 아무데도 못가는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일지라도, 권민우에게 있어 우영우는 아버지를 통해 취업을 청탁한 부정채용자이다. 동시에 권민우에게 우영우란, 자신이 절대로 하지 못할 법리적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는 뛰어난 (장애인) 변호사이다. 권민우는 이러한 우영우를 강자라고 여기며 열등감과 질투를 느끼고 그녀를 이기고 싶어 한다. 


 권민우가 우영우를 강자라고 칭하는 첫번째 장면은 극의 초반부(1화 중반부)에 등장한다. 권민우는 우영우의 로스쿨 시절을 말해주는 최수연에게 우영우를 도와주지 말라고 말하며 "나보다 강한 사람을 왜 도와주냐"고 말한다. 드라마 초반부까지 권민우가 우영우를 장애를 떠나 진정한 경쟁자로 여기는, 따라서 가장 편견없이 장애인을 대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회차가 진행되면서, 권민우는 우영우를 이기고 싶어 '권모술수'를 발휘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유리한 입지를 위해 우영우의 장애를 적극적으로 공격 내지는 활용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장 편견없이 '장애를 떠나' 우영우를 대하는 것처럼 생각됐던 권민우가, 우영우의 장애를 가장 적극적으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이는 권민우의 캐릭터 설정이 극의 초반부와 달라졌다거나, 붕괴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생각했던 '편견 없이 장애인을 경쟁자로 대하는' 사람으로서 권민우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왼쪽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만평 오른쪽은 그에 대한 반응


  '~을 떠나'라는 표현은 흔하게 사용된다. "남녀를 떠나 폭력은 안됩니다" "장애를 떠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됩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은 떠날 수 없는 것들을 떠나라고 명령하고 있다. 사건의 원인 자체를 떠나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맥락을 의도적으로 거세하고 그것을 탈정치화하는 발화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합(이하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서 "장애를 떠나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일은, 장애 때문에 발생한 이동권 시위의 맥락 자체를 표백한다. 그들에게 장애를 떠나 생각해보라고 요구한다면 장애인들은 피해를 끼치는 존재로밖에 여겨질 수 없다. 그들은 장애를 떠날 수 없다. 따라서 그들은 시위를 하는 것이다. 이 간단하고 자명한 진실에 대해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고, 자신의 피해만을 생각한다. 시민들이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통근 시간은,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탈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시간이다. 권민우가 정상적이라고 여기는 취업은, 우영우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취업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의 취업이다. 장애를 떠나 편견 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한다고 여겨지는 일은, 사실 장애라는 특수한 맥락을 소거한 채 자신과 같은 '표준점'에 장애인 또한 똑같이 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견에서 비롯된다. 동시에 그들은 장애인이 그러한 표준점에 도달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배려(+)해야 한다면, 그들은 정상인보다는 덜(-) 대우받아야 한다. 그것이 '공정'한 일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공정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내가 장애인 동료에게 비장애인 동료보다 더 배려해야 한다면, 그들은 나와 비장애인 동료들보다 덜 능력있는 것처럼 여겨져야 한다. 그러나 우영우는 그렇게 여겨지는 존재가 아니다. 우영우는 신입 변호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며, 심지어는 14년차 변호사인 정명석 변호사가 놓친 법리적 해석까지 내놓는 능력있는 존재이다. 권민우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으며, 따라서 우영우를 배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우영우는 장애인이지만 능력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우영우의 장애를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것만이 우영우의 약점이기에 집요하게 우영우의 장애를 공격한다.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편견 없이 대우하는 일은, 사실은 장애에 대한 편견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우영우는 권민우를 공격하거나, 권민우에게 손해를 끼친 일이 없지만, 권민우는 우영우의 능력 자체로부터 공격받는다고 느낀다. 반복하자면 권민우는 우영우의 존재 자체만으로 불쾌감을 느끼고 공격받는다고 느낀다. 이는 우영우가 자신의 몫을 빼앗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몫'은 가능적인 것으로서, 현실화되지도 않은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권민우가 우영우에게 뺏긴 것은 남는 회사 차량 자리 뿐이다. 그렇다면 왜 권민우는 최수연도 이준호도 정명석도 아닌 우영우가 자신의 몫을 빼앗는다고 생각할까? 그것은 우영우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가 존재하는 세계보다 훨씬 현실 세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권민우의 세계 속에서 우영우는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권민우에게 장애인이 대형 로펌에 변호사로서 근무하는 것은 '배려'와 '선의'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것은 모두의 몫을 조금씩 빼앗는 형태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영우는 권민우의 세계 속에서 그 자체로 주어진 것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선의와 배려와 혜택으로 인해 구성된 것에 가깝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존재이다.


 

 따라서 팽나무 아래에서 권민우가 우영우에게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고 묻는 대사는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부정채용됐으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와 "(장애인이면서) 뭐가 그렇게 당당하냐" 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적 의미는 전자는 표면적인 의미, 후자는 이면적인 의미와 같이 이분법적으로 엄밀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권민우의 세계속에서 양자는 언제나 함께 존재한다. 보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권민우에게 우영우는 장애인이기에 부정채용된 것이다. 우영우가 장애인이 아니었다면, 우영우의 스펙을 보고서도 권민우는 우영우의 아버지가 대표 변호사와 친분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부정채용되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권민우는 스스로 우영우의 서류 탈락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고 생각하거나, 여타 다른 핑계를 대면서 서울대 로스쿨 수석졸업과 변호사 시험 1500점의 스펙을 가진 우영우의 특별채용을 '합리적'인 것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권민우가 주장하는 부정채용의 근거는 우영우의 아버지와 한바다의 대표 변호사가 친분있는 사이라는 표면적 사실과 더불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장애인이 로펌에 '정상적'으로 들어왔을 리 없다는 권민우의 편견이 작동될 때 완성된다. 권민우는 교묘하게 편견을 숨기면서 한바다의 대표와 우영우 아버지와의 친분만을 부정채용의 근거로 내세우지만, 최수연에게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할 수 없어요 왜? 우영우는 자폐인이니까" 라는 권민우의 대사에서 권민우의 편견이 폭로된다. 지극히 당연하고,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권민우의 부정채용 주장은 정의감이 아니라 우영우를 공격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최수연이 왜 강자는 못건드리면서 영우에게만 그러냐고 따지자 권민우는 "우영우가 강자"라고 말하며, 우영우는 우리를 이기지만 우리는 우영우가 자폐인이라서 공격할 수 없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해당 단어의 정치적 맥락을 포함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이기는 것과 공격하는 것이 같은 층위의 단어가 아니라는 사실은 무수히 많이 지적되었으니 차치해 두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권민우가 "자폐인이라서 공격할 수 없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권민우는 '공정'하기 위해 자폐인 우영우를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우영우의 자폐를 공격한다. 우영우의 자폐를 공격하는 방식이 부정채용인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자폐는 정상적으로 채용될 수 없는 일종의 실격사유이다. 


 우리의 첫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우영우의 채용이 그 자체로 부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일은 이 드라마의 주제와 무관하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언제나 자폐인 우영우의 삶과 동시에, 그 삶을 대하는 주변인들의 태도에 대해서 다룬다. 권민우는 우영우의 채용에 대해서 부정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지는 알 수 없다. 부정채용은 우영우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치 고래퀴즈처럼) 드라마에서 제시한 문제에 집중하지 않고, 핵심을 찾아서 본다면 문제는 하나로 귀결된다. 권민우는 과연 우영우의 삶에 동참할 수 있을까? 9화 까지 공개된 내용으로 살펴보았을 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방금도 권민우는 우영우에게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권민우라는 캐릭터를 선해할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점에서, 권민우를 권고사직 시키기에는 조금 일러 보인다. 만약 권민우가 우영우의 삶에 동참할 수 있다면, 저 댓글 속의 사람들도 전장연의 시위에 동참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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