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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살던 그곳에 다녀오다.
추억의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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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드링크
Aug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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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나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늦게까지 공부했다는 점~
그래서 둘 다 결혼할 때 돈 한 푼 없었다는 공통점까지ㅋㅋ
우리의 첫 집은 시댁과 친정에서 보태주신 돈과 내 돈 조금 보탠 1억으로 구한 허름한 단독주택 2층 투룸 전세였다.
작은 방과 큰방이라지만 거의 큰 차이 없는 크기의 방 두 개와, 아주 작은 부엌이 있는 15평짜리 구조. 밤에 화장실에 가려고 불을 켜다가 바선생과 마주치기도 하고, 보일러가 고장 나서 찬물로 샤워도 했었다.
집주인은 4층에 살았는데, 매달 관리비를 내러 올라갈 때면 뭔가 날 움츠리게 하는 무섭게 생긴 할머
니
였다.
그곳에서 소중한 첫째 아이를 낳았고, 반갑지 않은 불청객에게 프러포즈 팔찌와 졸업반지 등 금붙이를 도둑맞았으며, 새 차도 샀다.
아이가 크면서 병원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니 출퇴근이 힘들어 회사 근처로 이사를 오게 돼서 우린 그 집을 떠났다.
지난주 일요일.
아이들과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갑자기 옛 동네에 가보기로 하고 정말 12년 만에 신혼집 동네에 가봤다.
거리는 그새 많이 바뀌었다. 맛 좋은 순댓국집, 요거트 맛집도 사라졌고 가게들이 거의 바뀌었다. 그리고 마주한 우리가 살던 그곳의 2층이 보였다.
정말 예전 모습과 똑같이 그대로 있었다.
지하에서 옷감공장을 하는 분은 아직도 거기서 사업을 하시는지 십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복도까지 옷감이 가득 쌓여 있었다.
달라진 건 우리 가족.
그새 두 명이 세 명이 되고 네 명이 되었다. 30평대 아파트를 마련해 주거 안정을 얻고 나니 무서운 집주인 할머니를 대하는 일이나, 단독 주택에서 힘들었던 주차 문제가 추억이 되었다.
이런저런 추억을 떠올리다가 문득 감사함과 이름 모를 울컥함이 올라왔다.
'그새 나 참 부자됐구나'
지난 세월은 허투루 흐르지 않았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가정을 꾸려 이런저런 세상 풍파에도 버티며 여태 잘 살아오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이 밀려온다.
세월이 더 지나서 과거의 시간을 되돌아볼 때에도 지금처럼
후회 없이 살기 위해 오늘도 삶의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해 본다.
추억의 집 앞에서 나는 현재의 삶에 대한 만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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