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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바의 달달한 추억

중년 남성의 옷 잘 입기 8 - 스니커즈


패션과 무관하게 살던 어릴 적, ‘스니커즈’라는 초콜릿바가 있었다. 그 시절에는 도시락을 두 개씩 가져다녔고, 그걸 미리 까먹고 나면 ‘스니커즈’의 역할은 더욱 커졌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마도 나처럼 많은 중년 남성들은 스니커즈라는 단어를 초콜릿바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군대 시절 초코파이의 그 달달한 중독이 제대하면서 없어졌던 것처럼 스니커즈의 그 달달함은 세월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내 기억 속 시간의 흐름에서는 초콜릿바에 불과했던 그 스니커즈가 패션에서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패션을 알지 못하고 발을 디뎠던 나에게 조그마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정도였다. 사실 사회 초년생 때 “초콜릿바와 신발과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들키지 않기 위해 태연하게 스니커즈의 존재를 아는 척했더랬다. 지금처럼 네이버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어서 취업용 시사용어사전을 뒤적거려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그 초콜릿바의 이름과 신발에서 사용하는 스니커즈가 같은 단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신발에서 사용하는 스니커즈를 차용해 초콜릿바의 이름을 만들었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정리하면 스니커즈는 천과 고무를 사용해 만든 슈즈를 통칭한다. ‘살금살금 걷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가진 스니커즈는 어떤 마케팅 회사에서 바닥이 고무로 되어 있어서 걸어 다닐 때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해 사용했다고 한다. 옛날 가죽으로 만든 신발만 신던 시대에 천과 고무를 사용한 신발은 아마도 혁명에 가까웠을 것이다. 주로 바닷가에서 신었다고 샌드 슈즈라고도 불렸고 프림솔이나 캔버스화라고도 했다. 

현대적 의미의 스니커즈는 미국의 슈즈 브랜드 ‘케즈’가 캔버스천에 고무솔을 사용한 슈즈를 스니커즈로 총칭하며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전에도 많은 브랜드가 스니커즈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이를 브랜드화한 것이 ‘케즈’였고 이후 스니커즈는 ‘케즈’의 대표 아이템이 됐다. ‘케즈’를 잇는 스니커즈의 대표 브랜드는 ‘컨버스’다. 브랜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캔버스 천으로 만는 신발의 대명사로 성장했다. 

스니커즈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에 따라 스타일이 달라진다. 특히 슈즈 시장의 트렌드 사이클은 캔버스화에서 농구화로, 이어서 워킹화와 러닝화, 플랫슈즈, 슬립온을 이어진다. 요즘 유행하는 슬립온 슈즈는 끈이 없는 스니커즈를 의미하는데 이는 최근 유행하는 서핑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스니커즈는 일반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는데 데님이 유행할 때는 캔버스와 하이탑(농구화) 슈즈가 인기고 요즘처럼 스트리트와 아웃도어가 공존하는 시기에는 슬림옷과 플랫슈즈가 유행하는 식이다. 여기에 복고, 즉 헤리티지가 스트리트와 결합되면서 어글리슈즈, 벌커나이즈드 슈즈 등이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말이 조금 어려워서 그렇지 쉽게 이야기 하면 어글리 슈즈는 투박한 조깅화 정도로 보면 되고 벌커나이즈드는 어릴 적 신었던 하얀색 단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제는 중년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스니커즈를 찾는 것이다. 중년의 남성들에게 스니커즈는 데님만큼이나 쉽고도 어려운 아이템이다. 용기가 있다면 슈트에 러닝화를 신을 수도 있겠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주변에서 손쉽게 스니커즈를 고를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스포츠 브랜드에서 찾는 방법이 있다. 스포츠 슈즈는 어떤 캐주얼 아이템과도 어울린다는 장점이 있다. 청바지에 티셔츠는 물론 캐주얼한 세미 정장에도 매치할 수 있다. 요즘 시장을 주도하는 스포츠 슈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뉴바란스’, ‘데상트’, ‘르꼬끄스포르티브’ 등이다. 여기에 최근 ‘휠라’가 무섭게 성장하며 다른 브랜드들을 앞섰다. 또 미국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가 가세했고, 미국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만 인기있는 ‘스파이더’가 가세하며 조금 더 복잡한 경쟁구도가 형성됐다. 최근 1~2년 사이 스트리트 패션 스타일이 크게 바뀌면서 스키너즈 트렌드로 바뀌었다. 최근의 흐름만을 보면 ‘휠라’가 맨 앞에 있는 것이 분명하고 두 번째로는 ‘데상트’와 ‘뉴발란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경합하는 구도다. 불고 3년 전까지 스니커즈 시장은 ‘아디다스’의 독주였는데, 상당히 시장 구도가 달라졌다. 

두 번째는 구두를 매치하는 것이다. 특히 명절 전후 들어온 상품권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보통 구두 매장에서는 브라운 슈즈(가죽을 상징하는 브라운 컬러의 가죽으로 만든 캐주얼 슈즈) 판매하는데 유행을 덜 타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다. (브랜드는 지난 호 참조)

세 번째는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스니커즈 전문 브랜드를 착용하는 것이다. 슬립온을 유행시킨 ‘반스’를 비롯해 ‘케즈’, ‘디아도라’, ‘컨버스’, ‘푸마’ 등 주류에서는 한 발 비켜섰지만 언제든 1위에 오를 수 있는 스니커즈 아이템을 보유한 브랜드들이다. 그리고 이들 브랜드의 매장을 찾느라 고생하지 말고 ‘ABC마트’나 ‘JD스포츠’, ‘레스모아’, ‘슈마커’ 등 슈즈 멀티숍이나 편집숍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트렌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원한다면 명품이나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프라다’, ‘랑방’ 등 명품 브랜드의 슈즈 라인이나 최근까지 인기를 얻고 있는 ‘발렌시아가’, ‘골든구스’ 등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어떤 옷에 걸쳐도 무난하다. 이름값을 하는 셈이다. 

신발장에 구두 1~2개와 러닝화와 등산화가 전부인 중년 남성들이 많을 것이다. 옷에 신경을 쓰는 만큼 신발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시대다. 옷 잘 입는 중년의 라이프를 원한다면 시간 날 때 슈즈 매장에 방문해보자. 요즘 슈즈 전문점들이 많이 늘었다. 

www.fasho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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