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의 옷잘입기 – 스포츠
얼마 전 tvN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인기를 얻었다. ‘응답하라 1997’과 ‘1994’에 이어 ‘응답하라 1988’까지 중년들의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드라마를 별로 즐기지 않지만 이것만큼은 빼놓지 않고 봤던 기억이 있다. 그 시대의 한복판을 살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드라마 곳곳에 그 때 그 시절, 아직은 어린 내 모습과 골목길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드라마에서처럼 ‘나이키’ 농구화, ‘아디다스’의 삼선 츄리닝과 슬리퍼의 시대였다. 엄청 촌스러운 이 스타일이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복고 열풍도 이런 드라마의 컨셉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패션시장에서의 복고는 영원한 테마 중 하나다. 과거의 향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특정의 시대를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이 당시에 유행했던 제품들을 다시 공유하는 심리도 작용했을 수 있다. 패션에서 복고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레트로다. 최근에는 이 레트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뉴트로가 대세다. 레트로와 뉴트로 사이에 수년 혹은 수십년의 세월이 숨어 있는 셈이다.
복고 드라마와 뉴트로를 불러온 이유는 이번 글의 주제인 가방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다. 요즘 민주주의의 아버지라는 전두환(개인적으로는 역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의 이름이 소환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패션시장은 전두환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패션산업에서 1980년 신군부의 5공화국의 등장은 유인원이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서 나타난 변화 만큼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우선 교복자율화가 있다. 개인적인 기억으로 1983년 중학교 입학생부터 교복을 입지 않았다. 교복을 입지 않은 중고생들에게 ‘나이키’와 ‘미즈노’ 등은 뉴키즈온더블록만큼이나 인기였다. 또 토종 브랜드 ‘프로스펙스’와 ‘르까프’는 이문세처럼 많은 학생들과 함께했다.
교복 자율화로 새로운 패션시장이 열렸다 당시 많은 학생들은 의류의 경우 ‘이랜드’에 만족했지만 신발과 가방만은 꼭 ‘메이커’를 찾았다. 특히 스포츠 브랜드의 가방을 즐겨찾았다.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지금도 스포츠 시장을 주름잡는 브랜드를 1순위로 꼽았고 ‘프로스펙스’와 ‘프로월드컵’, ‘르까프’ 등의 국내 브랜드를 2순위로 선택했다. 학생용 가방은 백팩과 함께 여러 스포츠용 가방이 사용됐다.
당시 대학생들은 대학생 가방으로 불렸던 브리프케이스를 필수 아이템으로 사용했다. 또 일부는 007가방이라고 불리던 각진 브리프케이스를 가지고 다녔고 대다수는 브라운 컬러의 손잡이가 투박한 빵빵한 브리프케이스를 가지고 다녔다. 이후 90년대를 넘어서면서 백팩이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의 메인 아이템이 됐다. 옛날 아빠 세대들은 가방의 개념이 다소 희박했다. 비즈니스맨들을 제외한 공무원식 출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들은 서류 봉투로 가방을 대신했다.
요즘에는 남성들의 가방 스타일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류를 넣고 다는 가방의 본래 기능을 넘어선지 오래다. 과거 가방이 본래의 기능만을 담당했던 때의 가방은 본질에 충실했다. 따라서 브리프케이스가 대세였다. 컬러와 블랙 아니면 브라운이 전부였다. 스타일도 틀에 박은 듯 똑같았다. 이런 고정된 시장에 ‘쌤소나이트’가 국내 런칭하며 스타일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작 남성 가방시장의 흐름을 전환시켰던 것은 직장인들이 백팩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학생들의 전유물이었던 백팩을 직장인들이 메고 다니면서 남성의 가방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사실 성인들이 백팩을 메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무관치 않다. 스마트폰에 손을 빼앗기며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백팩이 급속히 번져간 것이다. 여기에 정장에서 탈피한 중년들의 착장도 큰 역할을 했다. 캐주얼한 스타일의 비즈니스 캐주얼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백팩과 어울리는 스타일이 완성된 것. 요즘에는 정장에 백팩을 매치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봤을 게 분명하다. 정장에 스니커즈를 신은 사람을 외계인 보듯 했던 것과 비슷하다.
백팩으로 큰 흐름이 바뀌면서 요즘 남성 가방은 소재도 다양해졌고 스타일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우선 서류 가방, 브리프케이스의 크기와 스타일이 진화했다. 서류와 노트북을 넣어야 하는 기본 사이즈가 서류가 없고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만을 넣을 수 있는 작은 사이즈의 브리프케이스와 간단한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클러치(옛날에는 일수하는 목 굵은 아저씨들이 들고 다니기도 했다)도 많아졌다. 여기에 쇼핑할 때 쓰는 가방, 이른바 쇼퍼백을 들고 다니는 비즈니스맨도 늘었고 어깨에 크로스로 메고 다니는 크로스백을 맨 비즈니스맨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사실 가방은 남성 패션시장의 핵심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남성 비즈니스맨들에게 가방은 패션을 완성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라는 얘기다. 뭔가 부족했던 나만의 스타일을 가방으로 완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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