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캐주얼 착장법
요즘 어디를 가나 캐주얼한 스타일이 인기다. 캐주얼한 만찬이라거나, 캐주얼한 미팅 등으로 사용되곤 한다. 일반적인 의미의 캐주얼은 편안한 분위기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를 뜻한다. 캐주얼이라는 용어는 경제 용어에서 패션 용어로 확장됐고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사용된다. 이처럼 캐주얼은 자유분방함을 표방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캐주얼은 이전에 대한 반대급부의 개념으로도 볼 수 있다. 형식에 얽매인 관습과 제도에서 벗어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말일 것이다.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동양이든 서양이든 옷을 입는데 형식을 갖춰야 했다. 그런데 자유주의가 일반화되면서 형식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제도들이 만들어지고 패션에서도 자유로운 착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패션은 탈 코르셋과 탈 슈트화가 생겨난다. 패션이 자유를 입으며 형식을 탈피한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착장법은 캐주얼이다. 캐주얼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주제다. 주변에 널린 것처럼 많아 보이지만 이것들을 내게 맞는 멋진 스타일로 착장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에서 캐주얼(Casual)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다시 말해 포멀(슈트를 기본으로 하는)이 아닌 논포멀(Non-formal)을 총칭한다. 이런 기준이라면 패션시장의 70~80%가 캐주얼 시장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이렇게 많은 캐주얼웨어 중에 내게 맞는 옷을 찾아내는 일이다. 내게 맞는 옷을 고르는 첫 번째 스텝은 목적에 따라 스타일을 구분해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때와 장소에 따라 입어야 할 옷들을 나눠보는 일이다. 같은 캐주얼이라도 회사에 갈 때와 여행할 때의 착장은 달라야 하며 데이트할 때와 집 앞을 산책할 때 입는 옷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저씨들에게 이런 구분이 쉽지는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스타일을 많은 상황에서 동일하게 표현하는, 뛰어난 싱크로 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것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몇 년전까지 등산복 하나면 어디서나 통용되기도 했다. 해외 공항에서 아웃도어를 입은 사람은 한국 사람이라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뛰어난 트렌드 수용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든 옷을 잘 입으려면 상황에 따라 착장법이 달라야 한다. 우선 회사에 갈 때에는 지난 번 언급했던 것처럼 비즈니스 캐주얼을 착장하면 무난하다. 물론 직장에서의 허용 범위에 따라 스타일이 다를 수 있는데 자율이 좀 더 허용된다면 데님 팬츠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청바지 입고서 회사에 가도 깔끔하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청바지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아내는 일인데 일반적으로 슈트 상의에 깔끔한 슬림핏 셔츠, 여기에 슬림한 스트레이트 핏의 청바지를 매치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진다. 물론 첫 번째는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한다. 배가 많이 나온 중년의 아저씨가 억지로 데님을 입는다며 펑퍼짐한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역효과가 날 확률이 높다.
또 업무 미팅이 아닌 가족과의 외출이나 중요하지만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리에 갈 때에는 회사에 갈 때와 비슷한 스타일이 좋은데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한다면 착장할 아이템이나 컬러에 변화를 주면 된다. 쉽게 말해 셔츠를 니트나 티셔츠로만 바꿔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또 화이트, 블루, 네이비 등 무난한 컬러에서 퍼플이나 그린 등 좀 더 팝한 컬러를 사용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도 좋은 팁이 될 수 있다.
자신의 패션을 좀 더 강조하고 싶다면 과감한 프린트나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 출현한 중년 남성이 입은 만화 캐릭터 티셔츠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런 스타일을 착용해보는 것도 괜찮다. 요즘에는 콜래보레이션이 일반화됐는데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를 비롯해 캐릭터, F&B, 게임 등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자신에 맞는 캐릭터를 선정하고 이를 소화할 수만 있다면 도전하는 것도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착장을 두고 아내가 웃거나 주변 사람들이 웃는다면 심각하게 고민해보길 바란다. 나이가 들수록 과유불급이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새겨야 한다.
이런 상황을 제외한 나머지의 캐주얼 착장은 아마도 스포츠웨어와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다. 많은 중년 남성들은 집에서 잠옷 대용으로 입는 옷이나 마트나 식당에 갈 때 입는 옷, 등산할 때, 여행할 때 입는 옷 등은 대부분 스포츠웨어로 분류된다.
좀 더 세분화하면 집에서 입는 옷은 아마도 90% 이상은 트레이닝웨어(일명 추리닝)일 것이다. 이 추리닝도 스타일리쉬하게 입는 법이 있다. 요즘 강남 거리에서 볼 수 있는 트레이닝룩이 그것인데 중년 남성들에게는 아무래도 무리일 듯싶다. 다만 블랙 컬러를 버리고 밝은 색을 취한다면 우중충한 분위기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많은 아저씨들은 마트나 식당에 갈 때에도 집에서 입는 옷을 그대로 가져가는데 상의는 그렇다고 치고 하의 추리닝만은 집에 두고 면 팬츠나 청바지를 입자. 제발.
마지막으로 요즘 유행하는 아웃도어 스타일에 대해 한 마디 하고 싶다. 요즘에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많은 아저씨들이 야외 활동에서 아웃도어를 착장한다. 맞다. 아웃도어는 말 그대로 문 밖에서 입는 옷을 뜻한다. 하지만 아웃도어도 목적에 따라 디자인과 기능이 달라진다. 등산과 여행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기능이 달라지며 따라서 스타일도 같을 수가 없다. 수영복을 입고 100 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이나 축구 저지를 입고 수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얼마전 등산복을 입고 골프장에 오는 사람이 가장 꼴보기 싫은 스타일이라는 한 설문조사를 주목하고 목적에 따라 아웃도어 스타일을 착장해 아저씨 스타일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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