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20
지난주는 '한국여자오픈' 출장을 다녀왔었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조금 길게 다녀온 출장. 4박 5일 동안 현장에서 몇 가지 일을 경험하며 생각했던 것이 있어 기록해 본다. 사실 어제 갖고 있던 감정들을 그대로 살려 적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지난 출장은 팀원 2명과 함께 갔었다. 둘 다 모두 20대이면서 이제 경력들이 각각 1년, 3년 정도 된 친구들이다. 각각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좋은 성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과도 좋은 스킨십을 유지하고 있으며 선수 측의 신뢰도 기간에 비해 높은 편이다.
팀원들이 선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우산을 씌워주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나는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필요하다면 그게 어떤 일이라도 하면 되는데 이제는 현장에 주로 나오는 매니지먼트 사 직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보니 뭔가 행동에 '무게'가 자연스레 들어가게 된다.
그런 내가 주니어직원들과 똑같은 방법으로 선수들과 하는 게 좋게 보이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약간의 딜레마에 빠졌다.) 그동안 나만의 방법으로 선수들과 소통하고 지내 왔는데 정말 갑자기 지난주에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영업은 잘하는 것일까? 그렇지도 않다. 함께 일하는 본부장님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윗분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많은 결과물들을 보여주셨다. 이제 부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나의 경우, 그에 준하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뭔가 내가 만들어낸 성과(주로 어떤 계약에 관한 것들, 새롭게 따낸 프로젝트 들)들이 줄어든 느낌이다. 주니어급 직원과 나 사이에서 공백이 있어 내가 조금 더 내려온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지만 영업에서의 나의 성과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일을 하다 보면, 골프 선수들의 능력 있는 팬과 지지자들, 그리고 선수들의 부모님이 갖고 있는 능력들이 현장에서 보이고 발휘되는 모습을 목격할 때가 있다. 지난주에도 그런 일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저들보다 선수들에게 더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맞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아주 깊게 알고 지내던 관계자와 어떤 일이 있었는데 그때에도 나의 능력이 강해야만 한다는 것을 또다시 생각하게 되더라. 그런데 마침 어제 블로그가 내가 4년 전에 남겼던 글을 보여줬다.
와, 2019년이면 우리 회사에서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고 바빴던 해인데. 왜 저런 문장을 남겼을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했는데, 아래 2가지로 좁혀진다. 글 작성 시간이 밤 11시라 왠지 퇴근하면서 적은 게 아닐까 싶다.
회사, 그리고 내 일에 내 삶이 있다는 것을 의미. 그만큼 내 일을 사랑하고 중요하다는 뜻.
다람쥐와 싸우고 나서 반성하고 있는 찰나에 적은 것. '여기'는 가정을 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돌아오면서 했던 생각이 있다.
"내 삶은 여전히 '이곳'에 그리고 '이 일'에 있는 걸까?"
https://brunch.co.kr/@dhpark887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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