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민 Jan 04. 2019

올림픽 앓이

올림픽이 준 감동을 잊지 못해 다시 평창을 찾다.

이 글은 2018년 3월 평창에 대한 소중한 기억을 더듬어 작성했습니다.

페럴림픽 주간이다. 올림픽이 주는 감동을 잊지 못해 또 다시 평창을 찾았다.

페럴림픽이란?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주최하여 4년 주기로 개최되는 신체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로 올림픽 폐막후 1달 정도 기간 내에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도시에서 개최된다.

이 땅에서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동요된다. “잘 봐도 다시 볼 수 없어”같이 간 딸에게 말하는데 왠지 코끝이 찡해진다. 올림픽과 비교해서 자원봉사자 숫자는 좀 줄어 보였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여전했다. 그들은 친절했고, 열정적이었다. 특정 지어 이야기할 수 없지만 그들의 존재는 마음속에 영원할 것이다. 대회장 곳곳에 위치한 여호와의 증인 선교사들도 여전하다. 앰부시 마케팅 시상이 있다면 당연 그들이 되야 할 것이다. 그들 역시 열정적이었다.  

엠부쉬 마케팅이란? 앰부시(Ambush)는 ‘매복’을 뜻하는 말로, 교묘히 규제를 피해 가는 마케팅 기법을 앰부시 마케팅이라고 한다. 매복 마케팅이라고도 한다.

관람자 수가 눈에 띌 만큼 확연히 줄었다. 날씨는 좋았다. 입장은 무료였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별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패럴림픽도 관심을 가져달란다. 문재인 대통령이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해외 대회가 100시간 중계해주는데 우리는 고작 25시간 중계해준단다. 우리는 우리의 올림픽을 너무 빨리 보내려는 것 아닌가? 녹아가는 눈과 헤어짐이라는 감정이 교차한다. 관중수는 줄었는데 경기를 볼 수 있는 표는 일찌감치 매진이다. 표가 싼 게 이유인지 올림픽 열기가 이어진 건지 모르겠다. 평창올림픽플라자는 한산했다. 덕분에 바글바글 끓던 올림픽플라자를 이제 느긋하게 바라본다. 여유를 가지고 지난 올림픽을 돌아본다. 안 보이던 게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는 이렇게 구성되어 있구나. 이 장소에는 이런 이벤트가 열리는구나. 마음속으로 되새겨본다. 그리고 사진을 저장한다. 잊으면 안 된다. 다시 볼 수 없다. 미술, 마임, 예술, 미디어파사드, 건축물, 공연 등을 차례로 관람하며 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되새겨본다. 어디든 기다릴 필요가 없다.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각 관마다 특색 있는 아이템이 존재했으면 한다. 너무 VR, AR에 매몰 돼서 같은 이벤트를 반복 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독립성은 인정하되 IOC는 이 역시 전체를 코디네이터 해야 한다. 이벤트의 중복성이 너무 크다.

평창올림픽 플라자와 강릉 올림픽 파크에서는 최신기술(VR, AR)이 접목된 다양한 이벤트 행사가 펼쳐졌다

한참 놀다 배가 고프다. 평창올림픽플라자와 좀 거리가 있는 페스티벌 파크로 향했다. 여전히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시스템은 여전하다. 안내요원들은 여전히 친절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사람이 적어서 소소한 이벤트 참가가 쉽다. 쿠킹클라스에 참여해본다. 이벤트 경품이 꽤 많다. 이것 저것 챙긴다. 밥을 시키려고 주위를 둘러본다. 세계음식관이 있다. “전에는 못 봤는데 이럴 수가” 한번 들어가 본다. 놀란다. 정말 다양한 세계의 음식들이 판매되고 있다. “음식 흉내만 낸 거겠지......”대강 둘러보다. 음식 퀄리티가 괜찮은 것 같아 카운터 직원에게 물어본다. “음식 맛 괜찮네요!” 정말 현지인들이 와서 운영한 단다. 멕시코 관은 멕시코 대사관에서 추천하는 요리사가 와서 만들어 준단다. 멕시코 관에 가본다. 멕시코인이 한국말로 인사와 음식을 건네 준다. 먹어본다. “반죽부터 다르구나.” 멕시코 현지 느낌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국적인 맛이다.” 한 바퀴 돌아보니 요리사들은 한국말을 못한다. “이럴 수가.” “진짜 현지인이다.” 이들은 아직도 평창을 지키고 있다. “고맙다. 기억하겠다.”

내친김에 인도관에 가서 카레와 난을 시켰는데 역시나 만족스럽다.

어둑어둑 해진다. 올림픽 플라자에서 메달시상식이 열린다. 해당 경기장에서 간이로 시상식을 하고 이곳 평창올림픽 플라자에 와서 팬들과 다시 한번 교감한다. 연이은 시상에 감동이 떨어질 법도 한데 감동은 여전하다. 그들의 표정에는 감사와 행복이 충만했다. 이 순간 팔 다리 개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메달리스트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환호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 사람들이 거의 없다. 장애인은 더더욱 없다. 한국 사람과 장애인이 빠져 있는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우리는 우리의 축제를 너무 빨리 보내버린 건 아닌가?

선수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 그들의 표정에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그들은 비장애인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힘들었겠구나.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낸다. 노력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 올림픽이 재미있고 신나고 그 뒤에 감동이 있는 건 인간의 의지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지에는 신념이 있다. ‘난 할 수 있다.’ ‘해야만 한다.’라는 신념 훗날 인간의 모든 것을 배운 로봇은 마지막으로 인간의 의지를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죽음을 뛰어넘으려는 의지, 안 되는걸 극복해야 하는 이유 같은 것들 말이다. 아무데서나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이런 면에서 올림픽은 소중한 가치를 가진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페럴림픽이 주는 감동과 가치와 별개로 중계 편성 벽은 여전히 높다. 비인기 스포츠는 주류 미디어 중계가 어렵다면 현실적으로 비디오 머그와 같은 신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은 비디오 머그, 엠빅, 아프리카 TV와 같은 신규 미디어 활동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음향, CG, 자막, 편집 등 기술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류 미디어와 차별화 된다. 감동적인 순간을 시간을 들여 기다려 주고 박진감 있는 현장 분위기를 빠르게 전달하기도 한다. 특히, 비디오 머그의 활약이 눈에 띈다. 비디오 머그는 장애인 알파인 스키 가이드 러너 역할을 잘 설명해 주었고 파라아이스하키 감동의 동메달 뒷이야기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지지 않겠습니다."라며 다음 경기 선전을 기대하는 대한민국 파라아이스하키 에이스 정승환 선수의 눈물을 지나치지 않았다.

이들은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대중들의 눈높이를 고려한 컨텐츠를 만들어낸다. 신규 미디어는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힘든 비주류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준다.


어느 덧 대회가 마무리 되고 있다. 올림픽이 계속 된다는 느낌을 간직하려 끝까지 다 보지 못하고 자리를 떠난다. 굿바이 평창. 평창패럴림픽은 또 하나의 감동, 또 하나의 올림픽이다. 지금도 문득 문득 딸아이가 물어본다. “아빠~ 올림픽 다시 못 봐?” 이미 철거되었을 평창의 맨땅을 떠올린다.

“응 못봐. 이제”라는 대답을 차마 하지 못한다. 대신 이렇게 말해본다.

 “2020년 이웃나라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또 해~”, “그런데 이번에는 더울 때 해~”, “그리고 2년 더 있다가 중국이라는 나라에서 해.” “그건 추울 때 해~”, “또 가고 싶니?” 딸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한다 “응~”

딸아이의 대답을 듣자 마음이 좀 편해졌다. 내 마음속 저편에 어렴풋이 남아있는 88올림픽처럼 딸아이도 이제 평창을 기억할 것이다. 나에게는 호돌이가 딸아이에게는 수호랑이 마음 속 어딘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