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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Jul 16. 2019

프로당구 선수가 갖춰야 할 7가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당구 시장 중심이다. 특히, 캐롬Carom 3쿠션 종목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세계캐롬연맹UMB랭킹 50위권 기준으로 10여명 이상의 한국선수가 활동 중이며 2만4천여개에 달하는 당구장이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편의점 수가 3만9천개인데 이를 비추어 보았을 때 당구장이 우리생활에 얼만큼 깊숙이 침투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5월 당구는 이를 바탕으로 프로당구투어를 출범했다. 2000년 출범한 프로배구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민국에서 6번째로 출범한 프로리그다. 프로리그가 탄생함에 따라 선수들 호칭도 선수에서 프로로 바뀌었다. 생전 처음 프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당구 선수들 기분은 어떨까? 먼저 프로라는 의미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프로란 운동경기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말한다. 생업으로써 직업적 성격이 내포되어 있다. 아마추어는 라틴어 'amator'에서 유래되었는데 amator의 뜻은 lover 사랑하는 사람이다. 미사 구를 덧붙이자면 돈을 떠나 운동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 정도가 된다. 과거 아마추어는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데 19세기 중반 영국 귀족들은 돈을 떠나 순수하게 스포츠를 즐기는 행위가 품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프로는 돈만 밝히는 천박한 존재로 평가했고 실력을 떠나 주요직책에서 배제했다. 당시 영국 귀족들은 다양한 소양을 갖추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프로들을 불완전한 존재로 여겼다.


대한민국 스포츠는 엘리트가 이끌고 나가는 시장이다. 운동선수는 메달을 따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다. 그런데 최근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제 국민들은 메달과 승패에 무조건적인 성원을 보내지 않는다. 경기력, 성적 외 다양한 관점으로 선수를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날 프로는 아마추어 정신까지 포용해야 한다. 성적 외 다양한 소양을 갖춘 프로의 면모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근 프로라는 새 옷을 입게 된 당구선수들을 위해 그리고 이미 프로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프로들을 위해 오늘날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항목을 정리해봤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


당구의 신 프레드릭 쿠드롱

당구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선수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프로화 되기 이전부터 프로답다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회식자리에서도 가장 일찍 자리를 뜨며 알코올을 멀리한다. 프로화 이전 당구선수들은 흡연, 음주에 대한 규제가 소홀했는데 쿠드롱 선수는 자신이 처한 현실에 아랑곳하지 않지 않고 자신의 루틴을 지킨 것이다. 정해진 루틴은 안정적인 경기력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쿠드롱 선수가 세계 탑 자리를 오랜 기간 동안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다. 종목을 떠나 오랜 기간 해당 종목에서 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규칙적인 생활은 철저한 자기 관리 시작이다. 


둘째, 페어플레이 정신


페어플레이란 정정당당한 승부, 깨끗한 경기를 의미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어플레이 정신은 배팅Betting에서 시작했다. 과거 귀족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경마 경주를 즐겼는데 이를 지켜본 시민들이 경마 승부에 돈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날 경우 스포츠 근간이 흔들리기 때문에 페어플레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된다. 미국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메이저리그MLB역시 초기 승부조작으로 인해 팀이 해체되고 리그가 존폐 위기에 처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페어플레이가 바탕이 되지 못한 리그는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들다. 선수들은 공정한 룰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해야 한다. 자신들의 승부가 단순히 이기고 지는 문제를 떠나 팬들의 기대와 성원으로 연결되어 있고 나아가 리그 존폐 여부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페어플레이 정신에 대한 꾸준한 자정 노력은 선수와 협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셋째, 스포츠 맨 십


샤라포바 선수가 2019 윔블던에서 손목부상을 당했다.

2019년 윔블던에서 샤라포바가 손목부상으로 기권했다. 상대 선수인 파르망티에는 샤라포바가 기권을 선언하자 춤을 추며 기뻐했다. 파르망티에는 "사람들이 뭐라고 얘기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인터뷰했다. 파르망티에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스포츠 맨 십은 곧 품위다. 품위가 쌓여 해당 종목의 상징이 된다. 주먹이 오가는 UFC무대를 떠올려 보자. KO된 상대를 위로하는 모습과 조롱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느낌을 받는가? 치고 받고 싸우는 투기종목이라 할지라도 승자가 패자를 존중하는 모습은 투기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떨쳐내며 격투기가 스포츠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격투기도 스포츠구나 하는 이미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해당 종목 전체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종목을 불문하고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를 존중하는 모습은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종목을 마케팅에 비유하자면 하나의 브랜드와 같다. 기업들은 특정 제품이 대중들 마음 속에 특정 이미지로 잡기 위해 TV CF와 프로모션 마케팅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친다. 스포츠 역시 그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브랜드가 TV CF와 프로모션 활동을 통해 감정을 유발하며 특정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쌓아나가는 것처럼 선수들은 자신들의 행동하나하나가 대중들에 감정을 유발하며 해당 종목에 대한 이미지를 확보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봐야 한다. 선수들은 대중들이 무대 안 밖 자신의 행동 일 거수 일 투족을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넷째, 캐릭터 


어떤 제품을 사려고 마음먹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나 유독 강하게 끌리는 브랜드가 있다. 포지셔닝책에서는 이를 '인식의 사다리'라 부른다. 예를 들면 소비자들은 사다리 맨 위칸에 허츠 두번째 칸에 에이비스, 세번째 칸에 내셔널을 놓는 식이다. 모든 사람들은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프로선수들은 대중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사람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가 자신을 대표할지 선택하는 건 매우 어려운 과제다. 우선 딱 하나만 집중해보자. 자신의 이름이 언급될 때 떠오를 수 있는 단 하나의 이미지가 무엇이 되면 좋을 지 고민해 보자. 수 많은 정보가 오가는 세상이다. 대중들은 특정 카테고리에 하나 이상의 정보를 기억하기 힘들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를 잡는 다고 생각하자. 특정 캐릭터가 잡히게 되면 사람들에게 인지도가 높아지고 높아진 인지도는 호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자신의 캐릭터를 확보하도록 노력하라. 캐릭터라고 해서 꼭 별명이나 외모일 필요는 없다. 자신을 대표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다. 초대 프로 당구에 우승한 필리포스 선수에게 커다란 안경이 캐릭터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주변 지인들에게 자신을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 지 조언을 구하라. 


다섯째, 쇼맨십


스테판 커리가 3점 슛을 던진다. 손을 떠난 샷이 림을 통과하기도 전 슛이 들어갔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슛이 들어가기도 전에 뒤돌아 서며 관중들에게 응원을 유도한다.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다. 


쇼맨십의 사전적 의미는 특이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기질이나 재능을 뜻한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유독 쇼맨십에 인색하다. 예의와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유교문화 영향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결정적 순간조차 자신의 감정을 주저 한다는 건 프로다운 태도가 아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용대 선수 윙크세레모니가 돋보였다. 이용대 선수가 승리의 기쁨에 겨워 카메라를 향해 윙크 세레모니를 한 것이다. 당시 이용대 선수 미니 홈피에는 약 10만명 방문자가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이용대 선수 윙크세레모니가 부각된 이유는 그간 배드민턴 종목 선수에게서 는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세레모니 덕분이다. 윙크세레모니는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배드민턴 주자로서 이용대 선수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무려 10여년이 지났다. 윙크 보이라는 닉네임은 팬들의 마음 속에 남았고 이용대는 윙크 한번으로 스타 반열에 올랐다. 


2018 호주오픈에서 정현선수가 카메라 렌즈에 보고있나라는 문구를 새겨넣고 있다.

2018년 호주오픈에서 선전한 정현 선수 역시 카메라 렌즈에 보고 있나? 라는 문구를 써서 큰 화제가 되었다. 보고 있냐고? 누구에게 한 이야기 일까? 대중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쇼맨십이었다. 이처럼 쇼맨십은 의도하건, 의도치 안건 간에 팬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프로선수들은 쇼맨십 역시 경기의 일부분으로서 팬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쇼맨십은 프로무대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선수 자신에게는 트레이드 마크 역할을 하고 팬들에게는 확실한 팬서비스 수단이 된다. 


여섯째, 자선활동Acts of Charity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많은 상금이 걸려 있는 큰 대회에서 우승한다. 카메라 셔터 소리와 응원 함성이 쏟아진다. 우승 순간을 충분히 만끽한 선수는 인터뷰 말미에 우승상금 중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힌다. 


자선활동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람을 받고 있는 스포츠 스타에게 흔히 볼 수 있다. 먼저 프로선수에게 자선활동은 의무이자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팬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한 선수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일은 돈의 액수보다 행동 자체가 더 중요하다. 사람들은 연말 재벌 총수가 김장하고 연탄 나르며 땀 흘리는 모습을 통해 진정성을 느낀다. 진정성이란 숫자가 아닌 행동에서 잘 드러난다. 기부총액보다 땀한방울이 대중들의 마음속에 와 닿는다. 프로 선수들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모습은 선수에게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팬들에게는 사랑을 넘어선 존경심을 후배들에게는 롤 모델로 작용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행위는 리그 전체에 대한 위상을 높인다.


NBA는 NBA Care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비 시즌 기간 동안 자선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NBA Cares는 미국과 전 세계 주요 사회 이슈를 해결하는 NBA의 오랜 전통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공헌 활동 중 하나다.) 이러한 자선활동은 NBA가 갱스터라는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한 브랜드로 발전하고 팬덤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NBA뿐만 아니라 이미 수많은 종목들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결국 개인과 협회가 자선활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보폭을 맞춰갈 때 팬들의 사랑과 관심이 이어질 것이다. 팬들의 사랑과 관심 뒤에는 그에 걸맞는 보상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


일곱째, 다양한 관심과 소양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 아나운서가 우승소감을 묻는다. 그런데 우승 소감이 너무 단답형이고 투박스럽기 까지 하다.


웨인 그레츠키

나는 퍽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퍽이 도착할 곳으로 갑니다. (웨인 그레츠키)

농구는 신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앨런 아이버스)

연습이 완벽함을 만들지는 않는다. 오직 완벽한 연습만이 완벽함을 만든다. (빈스 롬바르디)

와 같은 멋진 명언이 나오는 인터뷰는 대한민국에서 나오기 힘든 것일까?


멋진 승부에 걸맞는 멋진 인터뷰는 선수가 평소 가지고 있는 사고 폭과 깊이에 비례한다. 선수가 경기력에 올인한 나머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상식과 소양을 갖고 있지 못한다면 반쪽짜리 선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운동에 올인해서 100점의 성과를 낸 선수보다 운동과 학업, 운동과 음악, 운동과 미술 활동 등을 병행해서 80점의 성과를 거둔 스타를 대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당장의 성과와 승패에 얽매인다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사회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소양을 쌓는 일은 선수가 은퇴 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히 자리잡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이다. 한철 반짝 영웅으로 빛나고 사라져 버리는 일은 선수나 팬들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한 분야에서 멋진 성과를 기록한 선수가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고 은퇴 후에도 사회에 소중한 자산으로 남기 위해서는 선수, 단체, 팬 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선수는 더이상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정리하자면, 프로는 규칙적인 생활, 페어플레이 정신, 스포츠 맨 십을 바탕으로 프로다운 경기력을 유지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기본적인 요소지만 기본을 지키는 건 정말 힘들고 중요하다. 자신을 나타내는 캐릭터 개발과 쇼맨십은 팬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로 선수 본인의 가치를 극대화 시킬 것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자질은 더이상 부차적 산물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은 팬들로부터 존경심을 불러올 것이고 이는 스포츠 스타의 위상을 한단계 높여줄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선수가 평소에 쌓은 다양한 관심과 소양은 멋진 순간에 걸맞는 멋진 인터뷰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공감할 만한 가치 있는 생각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상으로 프로선수가 갖춰야할 7가지 자세를 정리해봤다. 오늘날 프로에게 경기력 외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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