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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Jul 16. 2019

프로화 관점에서 바라본 김연아 아이스 쇼

2018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피겨 사상 최초의 일이 일어났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2개의 아이스 쇼가 개최된 것이다. 하나는 국민 영웅 김연아를 중심으로 나머지 하나는 포스트 김연아를 바통을 넘겨받은 차준환을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국내 아이스 쇼 시장을 이미 많은 아이스 쇼가 열리고 있는 일본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일년에 2개의 아이스 쇼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은 피겨 팬 입장에서 두 손 들고 반길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에서는 STARS ON ICE, PRINCE ICE WORLD, FANTASY ON ICE, DREAMS ON ICE, THE ICE등 정말 많은 아이스 쇼가 열린다. 김연아가 아이스 쇼 무대에 선건 지금까지 약 10여차례이다. 2018년 말에는 스페인 아이스 쇼에 출연했는데 향후 해외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연아 스스로 만든 프로 무대


김연아 선수는 프로가 아니다. 피겨에서 프로란 실력 여하를 떠나 국제빙상연맹ISU에서 개최하는 대회를 은퇴하고 아이스 쇼 같은 행사를 통해 수입을 벌어들이는 선수를 의미한다. 프로라는 의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단순히 아마추어보다 실력이 뛰어나서 붙는 호칭이라 기 보다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문제인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선수인가 아마추어 인가에 대한 기준을 단순히 수입 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김연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프로라는 타이틀이 익숙하지 않은 건 대회를 통해 획득한 상금만으로 생계 유지가 힘들기 때문이다. 세계선수권 대회 우승상금은 대략 5천만원 수준이다. 


과거 김연아 선수 수입을 살펴보면 대회에 출전해 벌어드린 상금보다 스폰서 십, 방송 출연, 갈라 쇼, 티켓 판매, 머천다이징, 음반판매 등이 주를 이뤘다. 만약 김연아 선수가 해외 갈라 쇼 무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면 우리는 김연아프로라는 호칭을 더욱 쉽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김연아가 특별한 점은 본인 스스로 프로 무대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다. 김연아 선수는 2010년부터 아이스 쇼를 개최해 왔는데 본인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일찌감치 자신의 프라퍼티property를 확보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아이스 쇼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는 사실은 김연아 본인이 스스로 프로의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은 김연아 선수가 후배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프로라는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귀감이 될만하다. 


프로화 핵심 요소 5가지
프로당구 PBA투어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필리포스 선수

얼마전 농구, 축구, 배구, 야구, 골프에 이어 6번째로 프로화에 성공한 당구선수 인터뷰를 들었다. 선수들은 저마다 프로가 된 소감을 전했다. 다양한 사연이 쏟아져 나온다. 당구선수 이전에 당구장 운영, 심판 생활, 미용사, 세탁소 운영, 사이클 운동선수 생활 등을 경험했다. 핵심은 프로화 전 당구선수 수입은 제로에 가까웠는데 비로서 당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프로라는 날개를 단 당구 선수들은 이전에 없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프로 화는 선수들에게는 수입을 보장해주고 팬들에게는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즐거움을 보장해준다. 스포츠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는 미디어는 스포츠라는 컨텐츠를 확보하고 시청률이라는 잣대를 활용해 수익을 올린다. 스폰서는 프로라는 무대가 더욱 멋지게 빛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입구만 봐도 느낌부터 맛집이라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도록 프로 무대에 걸맞는 멋진 무대에 선수들에게 필요한 모든 재원을 약속한다. 프로무대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빠지지 않고 중요한 요소가 바로 스포츠 조직이다. 우리가 박진감 넘치는 스포츠를 접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포츠 단체이다. 이들은 끊임없는 노력과 쇄신을 통해 해당 종목이 가진 장단점을 파악하고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해 전체 룰을 개정하고 실험하기를 반복한다. 아마추어 조직과 프로 조직은 애당초 지향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프로화가 되는데 있어 프로 조직은 필수적이다. 프로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장성이다. 시장성이란 사람들이 해당 종목에 대해 소비를 지출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었는지 여부이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축구는 즐기지만 실제 축구공이나 축구화를 구매하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골프는 골프 장비뿐만 아니라 골프 의류나 악세사리류가 축구용품보다 널리 판매된다. 이런 관점에서 축구는 시장성이 약하고 골프는 강한 종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선수와 팬, 미디어, 스폰서십, 스포츠 조직, 시장성 이상 5가지는 스포츠 프로화의 핵심 요소다. 김연아 아이스 쇼를 상기 5가지 관점에서 비추어 본다면 향후 피겨 종목이 프로 스포츠로 정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피겨는 선수와 고정 팬이 존재하지만 김연아 이후로 관심을 가질 만한 선수 층 확보와 팬 십 유지가 중요하다. 피겨 종목이 주가 되는 미디어 확보도 필요하다. 비인기 스포츠로 분류되는 골프나 당구, e스포츠는 24시간 전용 방송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피겨나 동계 종목을 후원하는 기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스폰서십이 확보되었으나 올림픽 기간 외에도 대중들에게 피겨 종목을 지속적으로 알릴 수 있는 추가적인 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프로화에 걸맞는 룰과 규정을 담당할 프로 조직도 필요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는 점에서 향후 동계 종목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피겨 종목이 가진 한계 역시 금세 파악할 수 있다. 


프로화는 스포츠의 꽃


프로화는 스포츠의 꽃이다. 프로화는 해당 종목 선수와 동호인 관계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의 염원이다. 프로화가 된다는 건 대중적인 관심을 의미하고 나아가 영화나 음악 같은 컨텐츠로서 가치를 재평가 받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에서 김연아, 차준환 없는 아이스 쇼를 상상조차 하기 힘든 건 특정 스타를 제외하고 피겨 종목을 말하기에 기반이 너무 약하기 때문이다. 바람직한 건 피겨 종목 자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다. 일년에 한두 번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가슴속에 묻혀 있을 피겨 종목이 프로리그와 같이 단단한 플랫폼과 함께 할 때 아이스 쇼 같은 특별한 행사가 더 빛나고 대중들의 마음 속에 더 단단히 자리 잡힐 것이다. 김연아나 차준환 없는 아이스 쇼를 생각할 수 조차 없다. 현재 성과가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프로화는 필요하다.


제7의 프로 종목은 어떤 종목이 될까? 이미 테니스, 배드민턴, 태권도, 양궁과 같은 많은 종목들이 사랑받고 있다. 스포츠는 다양한 종목만큼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무대가 잘 마련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 다양한 영화와 음악을 통해 대중들의 삶이 풍요로워지 듯 다양한 스포츠 종목들이 대중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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