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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Aug 16. 2019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전쟁에서 패한 유벤투스 사태

2019 K리그 올스타 전은 역대 최악의 스포츠 마케팅 사례로 손꼽힐 것이다. 금번 이벤트는 K리그 올스타전이다. K리그 올스타로 구성된 팀 K리그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간 친선경기로 2010년 메시가 소속된 FC바르셀로나 방한도 같은 이유로 진행되었다. 해외 유명 구단 방한은 축구뿐만 아니라 농구, 야구 등에서도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그나마 축구종목에서 해외 팀 초청이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호날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축구스타로 엄청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호날두 방한은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시절 이후 12년 만이다. 2007년 당시는 FC서울과 친선 전 형태로 치뤄졌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입장권 발매 2시간 여 만에 전체 관중석 6만5천석 중 대부분이 판매되며 엄청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이나 일본은 해외 유명 스포츠 구단 방문이 잦은 편이지만 시장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한국시장은 비싼 초청료 문제로 아시아 투어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다. 


그런 가운데 유벤투스 방한이 성사된 것이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축구에 대한 열기가 그 여느 때보다 뜨거워진 한국 상황을 고려했다 하더라도 이탈리아 명문 구단이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흥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적을 놓친 대회


그런데 호날두와 유벤투스 초청 경기는 목표(Object)을 달성하기 위해 목적(Goal)을 놓친 결과를 낳았다. 목적이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결과라면 목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정표 같은 것인데 금번 이벤트 목표는 세계 속 한국 축구의 경쟁력과 위치를 확인하는 자리어야 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U-20성적이 K리그 인기몰이로 이어졌다. 실력이 인기몰이 원동력인 것이다. 팬들은 대한민국 축구가 해외무대에서도 경쟁력 있고 가능성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는 현재 대한민국 프로축구가 가장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유벤투스 초청이 논의 되야 했다. 프로축구연맹과 기획사 입장에서는 힘든 과정이었을 것이다. 불안요소가 뻔히 보이지만 유벤투스가 원하는 경기일정을 수용해야 했고 호날두 출전 시간을 계약서에 명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일단 호날두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때문이다.


일단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전투에 승리한 것이다. 유벤투스 경기일정이 잡히고 호날두 출전 시간도 계약서에 명기되었다. 이는 대단한 일을 해냈다 라는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성공은 결국 독이 되어 돌아왔다. 무엇을 위해 이 경기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방향성 즉, 목적을 망각한 것이다. 애초 유벤투스 수준 높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보인다는 큰 방향이 있다면 보다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나왔을 것이다. 이동국과 부폰의 대결구도,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박주영 움직임, 해외 이적설이 돌고 있는 조현우 모의고사, 세계적 명장 사리 감독 전술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슈퍼스타 호날두에게 쏠리는 시선이 크겠지만 부폰, 라비오, 보누치, 더 리흐트, 스쳉스니, 디 실리오, 베르나르데스키 등 국가대표 선수들과 K리그를 넘어 국가대표 급 각오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한국 선수들 역시 엄연한 주인공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서두에 말했지만 금번 친선경기는 K리그 올스타전이다. 금번 친선경기는 단지 호날두 한 명에게 너무 많은 시선을 빼앗겨 버렸다. 좋은 영화나 드라마가 주연, 조연의 캐릭터가 부각되고 상호 간 균형을 맞출 때 최고의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 해야 한다. 특정 스타 외 보다 다양한 흥행 요소가 부각될 수 있도록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세분화된 리스크 관리를 위해서 협상 의제를 다양화 해야 하는데 특정 선수의 출전시간 못지 않게 팬 사인회, 기자 회견, 훈련 역시 계약의 대상이 되야 한다. 경기를 치룰 만한 충분한 시간과 준비가 되었는지 여부도 문서화해야 한다. 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터밀란과 풀타임 경기를 마치고26일 한국에서 경기를 갖는다는 게 얼마나 많은 불안요소를 내포하고 있는지 이번 사태를 통해 많은 산업관계자들이 충분히 깨달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숲을 봐야 할 시기

프로축구연맹이나 이벤트 기획사들은 한국축구라는 대의적인 관점과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항상 주시해야 한다. 큰 틀에서 양 국간, 양 리그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로 경쟁이 살아 있는 매치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벤투스 같은 슈퍼 을이 협상 우위를 앞세워 횡포를 부릴 때 원칙과 중심을 잡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양보해서는 안되는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가 어떤 대안들을 가지고 있는지 살필 때 연맹, 기획사, 팬, 미디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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