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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Oct 24. 2019

'연결', 스포츠가 지켜야 할 가치

CJ 계열사 총출동 THE CJ CUP


지난주 제주에서 국내 PGA정규대회인 'THE CJ CUP@NINE BRIDGES'(이하 '더 CJ컵')이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더 CJ컵은 총상금 약100억원으로 PGA평균 상금을 훌쩍 웃도는 대회다. 해를 거듭할 수록 PGA상위권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데해마다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 수가 늘어나고 있다.


더 CJ컵은 '먹거리'에 특화된 대회다. 비비고 모둠잡채, 왕교자 프라이즈 등 자사 브랜드인 '비비고'를 활용한 특색 있는 메뉴를 포함해대회 한정 메뉴인 '콘도그(Korean Corn dog)'와 '비비콘(bibi-cone)'을 선보였다. '콘도그'와 '비비콘'은 한식 세계화를 겨냥한 제품으로코스안에서도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다. CJ제일제당은 대회기간 중 미국 NBC골프 채널에비비고 광고를 선보이며 '비비고' 노출을 극대화 하고자 노력했다. 

현장을 돌아보면 더 CJ컵이 아니라 더 비비고 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비고 브랜드가 대회장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대회 식품관련해서는 CJ제일제당, CJ프레시웨이, CJ푸드빌 등이 맡았는데 방송(TVN), 장소(나인브릿지), 물자수송(CJ대한통운), 티켓(CJ ENM) 등 CJ계열사들이 총동원되었다. 소비자와 접점이 높은 B to C 사업을 하고 있는 CJ그룹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CJ계열사 중 항공, 호텔, 의류 등 사업 군이 포함되었다면 해당 계열사가 추가적으로 대회에 참여했을 것이다.


롯데 계열사 총출동 KLPGA대회, 자라섬 페스티벌


롯데 역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 to C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10여년 전부터 제주도와 해외에서 3개 골프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롯데가 후원하는 골프대회 역시 롯데계열사들이 총동원 된다. 골프장(롯데 스카이 힐), 렌터카(롯데 렌터카), 리조트(롯데 리조트), 커피(칸타타), 식품 등다수 롯데 계열사가 참여한다. 롯데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역시 10년 넘게 후원하고 있는데 재즈페스티벌 역시 롯데리아, 롯데 주류, 롯데 리조트, 롯데 홈쇼핑, 롯데제이티비(여행사), 세븐일레븐, 크리스피크림 도넛&커피, TGI 등 롯데계열사가 한자리에 모인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곳곳에 롯데 계열사 홍보 부스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특정 스포츠 이벤트에 후원하면
해당 계열사가 함께하는 집단적 성향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특정 기업이 스포츠 이벤트나 축제를 후원하면서장소, 방송, 호텔, 식품 등에 거쳐 다방면으로 후원하는 이벤트는 흔치 않다. 해외 대기업의 경우 기업 핵심 역량이 전자 면 전자, 금융이면 금융, 식품이면 식품, IT면 IT로 한정 되어 있기 때문이다. PGA투어 스폰서 프로그램은 4가지로 구분된다. PGA투어 스폰서 프로그램은 타이틀 스폰서, 공식 마케팅 파트너, 투어 스폰서십, 라이센싱 4가지로 구분된다. 타이틀 스폰서는 대회 명칭에 기업명이나 로고를 사용할 권리이다.


공식 마케팅 파트너는 기업의 광고나 홍보에 PGA투어 마크를 사용할 권리이다. 투어 스폰서십은 대회 운영에 필요한 차량, 의료, 홍보, 마케팅, IT, 보험 등분야별로 서비스/인력 제공을 할 권리이고라이센싱은 PGA투어 로고를 활용해 상품 개발 및 판매할 권리를 의미한다. 한국은 아직 이런 스폰서 프로그램이 확실히 정착되지 않았다.


한국 골프대회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보자. 한국 골프대회는 모든 활동이 후원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업홍보활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은 해외 역시 마찬가지지만 열악한 국내 스포츠 환경을 고려했을 때후원금을 지원하는 기업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자사가 후원하는 골프대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해당기업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을 모아 대회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내 골프대회를 후원하는 기업은타이틀 스폰서, 공식 마케팅 파트너, 투어 스폰서십을 포괄하는 마케팅 활동을 한다. PGA투어 스폰서 프로그램 기준으로 최소 2~3가지 권리를 동시에 행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적 특징은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후원 기업이 다양한 사업을 할 수록 후원 영역도 함께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특히 CJ나 롯데와 같은 소비자 대상 대기업은 소비자 삶과 밀접해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체감으로 느끼는 기업 후원 활동은 더 크게 느껴진다.


중소상인과 지역경제 배제될 가능성 높아


그런데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기업이 스포츠 행사를 후원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이던 그렇지 않던 간에 지역 중소상인과 지자체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팬들이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강한 연대감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바로 지역성이다.


스포츠 이벤트는 지역(팬)-스포츠-기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튼튼해야 성공할 수 있다. 만약 후원 기업이 자사 계열사가 대회를 구성하는 특정 제품 군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후원 활동에 참여한다면 팬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제주도 골프대회를 갔는데 서울 도심지에도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즐비하다면 어떤 감흥을 느낄 수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후원 기업은 대회를 후원할 때 자사 제품으로 대회장을 도배하고 싶은 유혹을 떨칠 필요가 있다. 지역 중소상인과 자선단체를 특히 잘 살펴야 한다. 자선단체를 선정할 때도 해당 기업 산하 자선단체를 통한 기부가 아니라 정말 재정이 어렵고 힘든 곳을 세심히 살펴 지원해야 한다. 지역발전과 상생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 비로소 지역(팬)-스포츠-기업과의 연결고리가 강화될 것이다.


이제 폐쇄성을 벗고 공공성을 부각해야 할때...

기업이 후원하는 스포츠가 폐쇄성에서 벗어나 공공적 성격을 띌 때 무늬만 지자체 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지역 속으로 깊숙이 뛰어들 때 우리는 해외 메이저 대회 기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부가가치 창출과 긍정적 경제파급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업은 큰 틀에서 지자체, 자선단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을 찾는 과정에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스포츠 협회 역시 이런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PGA투어는 상업적으로 성공했지만 비영리 단체다. 설립취지가 돈을 벌기위한 단체가 아니다. PBA투어는 매년 약 만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대회를 치른다. 매 대회는 비영리로 진행되는데, 대회를 치르고 남는 이익은 해당 대회가 개최된 해당 지역사회에 전액 기부된다. PGA투어는 2018년 3,000개 이상의 자선 단체에 1억9천만 달러의 자선 사업에 영향을 미쳤다.


이상으로 한국 스포츠가 지켜야 할 가치에 대해 살펴보았다.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기업과 스포츠 단체가지역 사회와 공존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시간이 흘러도 오래도록 사랑받는 대회로 남을 것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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