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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민 Feb 22. 2020

스포츠 영웅 탄생 10년 주기설

 박찬호-류현진, 김연아-유영, 박세리-박인비, 박지성-손흥민 10년 주기 영웅 탄생
대한민국 이끌어 나갈 새로운 원동력


피겨 유망주 유영이 첫 번째 점프를 뛰었다.

트리플 악셀이 완벽하게 들어가면서 많은 박수와 갈채가 쏟아진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다. 김연아다. 시상자로 나선 김연아가 유영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다. 포스트 김연아 탄생의 서막을 알리는 장면이다.

유영(16•수리고)은 임은수(16•한강중)와 김예림(16•도장중)과 더불어 대표적인 '연아 키즈'로 꼽힌다. 김연아 선수가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을 때 당시 유영 나이는 만 6살이었다. 유영 선수의 4대륙 선수권 은메달 획득은 유영 본인이 기록한 ISU 최고 기록이자 김연아 이후 한국 여자 피겨가 이뤄낸 쾌거로 기록된다. 1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 마침내 우리는 김연아에 뒤를 이을 새로운 스타를 맞이할 준비가 된 것이다.


TV를 틀었다. 오늘은 박찬호 선발 경기가 있는 날이다. 이제 마이크 피아자, 라울 몬데시 등 동료 선수들 모습이 제법 친숙하다. 박찬호가 등번호 61번을 달고 마운드에 들어섰다. 투구 전 모자를 벗어 관중들에게 인사한다. 머나먼 이국 땅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감 있게 뿌려대는 강속구는 많은 국민들에게 짜릿한 추억으로 남았다. 박찬호는 1996년 MLB메이저 리그 무대에서 첫 승을 올렸다.

그로부터 10년 후 박찬호 메이저 리그 활약을 보며 성장한 류현진은 2006년 한국프로야구 무대에 데뷔한다. 고교 시절부터 가능성을 인정받던 류현진은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괴물 투수'로 승승장구한다. 2013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몬스터'명성을 이어가며 활약하다. 201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4년간 8천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18년 전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5년간 6천5백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대 규모다.

1998년 5월 미국 어느 골프장에서 동양인 여자 골퍼가 헤져드로 들어가 맨발로 샷을 한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달리 하얀 맨발이 유달리 빛났던 선수는 연장전 혈투 끝에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 블랙울프런에서 열린 US여자오픈이라는 거대한 벽을 뛰어넘은 선수는 애국가에서도 등장한 박세리 선수다. 골프는 대게 초등학교 3~4학년에 시작하는 데 당시 나이 10살이었던 박인비, 유소연, 신지애, 김인경, 이보미, 김하늘 선수가 큰 영향을 받았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태어난 88둥이 골프 선수들은 박세리 선수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미래 골프 스타로서 막연한 꿈을 키웠을 것이다. 대표적인 세리 키즈 박인비 선수는 10년이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하며 자신의 프로 첫 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한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박지성을 소개하는 자막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문구가 보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문구가 낯설고 자랑스러웠다. 박지성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주역으로 2006년, 2010년 월드컵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양인 최초 월드컵 본선 3회 연속 득점 대기록을 달성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박지성의 엄청난 팬이었다. 박지성을 보면서 컸다.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 - 손흥민 -


2015년 이적료 3000만 유로(약397억원)에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EPL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은 2010-11시즌 독일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함부르크 최연소 득점 기록을 세웠다. 박지성을 보며 꿈을 키웠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손흥민 성공스토리는 지금도 진행형이며 많은 후배 선수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영웅은 스스로를 창조하고 유명인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영웅은 위인이고 유명인은 인기인일 따름이다.'(Boorstin, 1983)


학문적으로 스포츠 영웅은 메달리스트, 스타, 명사, 유명인 등과 구분되는 상위 개념이다. 스포츠 영웅(hero)은 미디어를 통해 상업화된 스포츠 유명인(celebrities)와 결을 달리한다.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 김연아 등 스포츠 영웅들은 스포츠라는 벽을 뛰어 넘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 국민에게 몸소 보여주었다. 이들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은 종목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유영이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 선수를 보며 자신의 무대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다. 스포츠 영웅은 해당 종목을 넘어 꿈에서나 일어날 일이 실제 가능한 일임을 인식 시켜 준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존재다.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틱한 존재 불가능이 가능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존재를 우리는 '영웅'이라고 부른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유영-김연아, 박찬호-류현진, 박세리-박인비, 박지성-손흥민 순으로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고 있다. 스포츠 영웅 탄생 주기를 정확한 수치로 환산하기는 힘들지만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탄생하고 뒤를 이을 키즈 세대가 주축으로 등장하기까지 대게 10년이 걸린다. 우리는 10년 주기로 스포츠 영웅을 떠나 보내며 새로운 영웅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1993년 미국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은 만 시간의 법칙을 발표했다. 그는 세계적인 바이올린 연주자와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를 비교하며 만 시간 법칙을 설명했는데 양 그룹 간 실력차이는 대부분 연주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며 우수한 집단 연습 시간이 1만 시간 이상이었다고 주장했다. 10년 이라는 시기를 1만 시간 법칙으로 환산하자면 매일 3시간씩 10년, 만 시간 동안 노력했을 때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앤더스 에릭슨 박사는 연습량이 아마추어와 프로 차이를 만들어 낸 핵심 변인 이라고 말한다.


시카고트리뷴은 지난 2010년 3월 봉 감독의 작품 '마더'가 미국에서 개봉한 당시, 그의 영화가 미국 주류 관객들에게도 상당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며 주목한 바 있다. 영화 '마더' 이후 10년이 지난 2020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했다. 블랙리스트로 분류된 봉준호 감독은 한때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박찬호, 박세리, 손흥민, 김연아 등 스포츠 영웅뿐만 아니라 싸이, BTS, 봉준호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을 길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끝까지 나아갔다는 점이다. 영웅은 오랜 시간 어려움 속에서도 위기와 좌절을 극복한 노력의 상징이자 부산물 같은 존재이다. 노력의 가치는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어떤 상황에도 불구하고 평가 절하되어서는 안된다.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심심치 않게 눈 앞에 펼쳐진다. 영웅들의 활약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감동을 국민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꽃이 소중한 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쓴 시간 덕분이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영웅들의 진정한 가치는 화려한 이면 뒤에 오늘날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야 이유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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