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커일기(2021년 10월 19일)

교통사고와 첫 오배송

by sposumer

자전거로 배민커넥터를 시작하고 배달 건수를 계산해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마 이제 200건 정도는 배달을 한 것 같다. 저번에는 처음으로 고덕 신도시까지 다녀왔으니, 이래저래 자신감이 붙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주에 두 건의 사고가 있었다.


차 대 사람 사고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로 분류된다. 이번 주에는 길동 골목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갑자기 획 돌아선 아주머니와 살짝 부딪쳤다. 다행히 골목길이 사거리였기 때문에 나도 차가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조심하고 있었던 상태라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다. 타고 있는 자전거는 제동력이 휠브레이크보다 좋은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산악자전거(MTB)라서 충돌이라기 보다는 아주머니와 내 자전거가 딱 붙은 상태가 되었다. 그래도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주머니께서 자기가 갑자기 돌아서서 먼저 미안하다고 하셨다. 정말 다행이었다. '괜찮으시죠?'라고 여쭈어보니 괜찮다고 하셔서 바로 다시 배달을 계속했다. 강동구는 골목길이 많아서 골목으로 많이 다니는 편인데, 다시 한 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차가 다니는 골목길이라면 차도인 것이고 자전거와 사람이 충돌하는 사고라면 나는 차가 되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첫 오배송

점심 피크타임인 오전 11시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첫 배달로 집 근처 분식집에서 음식을 받아서 문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비대면 배송을 완료했다. 열심히 배달을 하고 있는데 점심시간에 고객센터에서 메시지가 왔다. '배달을 완료하셨나요?' 배달 경로를 체크해보니 한 블럭을 착각해서 다른 아파트 같은 호수에 배달을 했다. 배달이 취소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배달음식을 가지러 갔을 때 마주쳤던 분식집 사장님과 배달이 오지 않아서 짜증이 났을 배달을 시킨 사람을 생각하니 참 미안했다. 집에서 가까운 동네라서 지도를 대충보고 자신있게 음식을 배달한 내 잘못이었다. 배민커넥트 앱으로 배달음식을 배달 장소에 두고 사진을 찍을 때까지도 전혀 의심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아파트 호수가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끄러운 첫 오배송이라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늘어나는 배달 전용 음식점

요즘 배민커넥트를 하면서 계속 늘어나는 것이 배달 전문이 아니라, 배달만 하는 배달 전용 음식점들이다. 음식점 안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한정된 메뉴를 최대한 빨리 만들어서 배달 기사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런 배달 전용 음식점은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인건비가 절감된다. 홀 서빙 인력이 필요없기 때문에 제한된 메뉴라면 2명으로 음식점 운영이 가능하다. 한 명은 주방에서 조리를 담당하고, 한 명은 콜 체크와 음식 포장을 담당하면 된다. 줄을 서는 식당이 아니라고 해도 홀 서빙 인력은 아무래도 점심과 저녁 시간에 추가적으로 고용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코로나 시국에는 이런 인건비가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둘째, 조리에서 배달까지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전제는 제한된 메뉴라는 점이다. 한식 중심 도시락 배달 전용 음식점은 가보았는데, 생각보다 음식이 나오는데 시간이 걸렸다. 베트남 쌀국수, 짬뽕과 같이 메인 메뉴가 한정된 곳에서는 음식이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의 맛이 동일하다면 빨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셋째, 초기 투자 비용도 적다. 아무리 작은 음식점이라 하더라도 손님들이 앉을 테이블, 의자와 같은 가구류와 그릇 및 식기류가 필요하다. 배달 전용 음식점은 이런 초기 투자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요즘은 배달음식에 1회용 젓가락과 숟가락을 빼달라고 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이 역시 비용절감으로 이어진다.

장점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배달 전용 음식점은 손님들이 홀에서 식사를 하는 곳과 비교를 했을 때, 좀 더 여유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내가 배달음식을 받으러 갔던 베트남 쌀국수 집은 두 명이 베트남어로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일을 하고 있었고, 짬뽕집은 남편이 주방에서 조리를 부인이 홀에서 포장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손님들이 없으니 누가 봐도 부부사이로 보일 만큼 편하게 일을 하고 있었다.

이런 배달 전용 음식점들이 늘어나는 만큼 가족 단위로 갈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은 줄어들고 있다. 집 근처에 있던 VIPS도 장사가 잘되는 편이었지만, 코로나를 이기지 못하고 폐점했다. 정부 코로나 대응 지침에 따라서 가족 및 그룹 단위 손님을 받지 못하니 당연히 이럴 수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자금 여유가 있거나 손님이 줄을 서는 유명 식당은 버틸 수가 있겠지만 현금유동성이 취약한 소규모 식당들과 패밀리 레스토랑들의 고전은 '위드코로나'가 시작된다고 해도 계속될 것 같다. 반대로 배달 전용 음식점들은 꾸준히 성장하겠지?

배달을 갔다가 발견한 VIPS 딜리버리 브랜드 빕스얌과 아웃백. 조리공간만 있는 점포는 구청 등이 지원하는 청년창업의 일부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그렇지 않다.

다시 한 번 무엇을 해도 쉽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계속해보려고 한다. 오늘은 첫 저녁시간 배달에 도전(?)하려고 자전거 전방 라이트를 충전해서 나왔다. 후미등도 켜고 안전 배달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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