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 2천원 번 날
원이 아빠가 자전거로 오전 첫 배달을 마쳤을 때까지는 평범한 날이었다. 이제 완료한 자전거 배달건수가 300건이 넘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원이 아빠는 여유를 부리면서 배달을 하고 있었다. 오전 첫 배달이 전에 가본 분식집이어서 더 그랬다. 문제는 두 번째 배달부터였다. "잉?" 두 번째 배달음식 픽업지를 확인한 원이 아빠의 반응이었다.
'거기는 신축 오피스텔이 있는 자리인데...상가는 없는 것 같았는데...가보자!' 원이 아빠는 혼잣말을 하면서 출발했다. 생각했던 신축 오피스텔까지는 맞았다. 하지만 원이 아빠가 봤던 것은 신축 오피스텔의 정면이었다.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돌자, 가게가 보였다. 가게는 젊은 아가씨들이 좋아할 만한 빵과 샌드위치를 주로 파는 곳이었다. 가게 종업원은 배달음식을 건네주며 "음료도 있어서 조심해서 부탁드려요!"라고 덧붙였다. 원이 아빠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짧고 기계적으로 대답한 후에 음료는 배달가방에 음료를 넣을 수 있는 공간에 넣었다. 빨대가 길어서 옆으로 눕힌 후에 배달가방 지퍼를 닿고 배달지로 출발했다.
자전거 배달을 하면 정말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게 된다. 배민커넥트 앱에 나오는 동선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처음에는 배달지가 두 곳 이상이 되면 엄청 햇갈렸는데, 아주 간단한 비법이 있었다. 원이 아빠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동선은 '블루' 색상이고, 나머지 동선들은 검정색 점선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원이 아빠는 어렸을 때, 파란색을 무척 좋아했는데, 아들인 원이도 파란색을 제일 좋아한다. 원이 아빠는 4살 개구쟁이 원이가 "블루!"를 외치며 배시시 웃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패달을 밟고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게임을 하는 느낌인데, 게임을 할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원이 아빠는 페달을 밟아야만 앞으로 나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는 침대에서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지만, 원이 아빠는 페달을 밟으면서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두 번째 배달지는 어린이집이었다. 구획정리가 되기는 했지만, 골목을 이리저리 돌고 오르막길을 몇 번 지나고 배달지인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어린이집은 신축 빌라 1층에 있었다. 일반적인 배달과 달리 어린이집이기 때문에 동호수가 틀릴 염려가 없다는 것은 좋았지만, 원이 아빠가 어린이집에 도착한 시간은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었다. 어린이집 낮잠 시간에는 초인종을 누르면 안된다. 월요일에 등원을 할때는 세탁한 낮잠 이불을 어린이집 가방과 함께 챙겨야 한다는 것도 원이 덕에 원이 아빠는 알고 있었다. 고객 전화 연결을 눌렀다. 배민커넥트 앱에서 고객 전화로 연결이 될때 원이 아빠 스마트폰에 나타난 숫자는 실제 고객의 전화번호가 아니다.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서 050으로 시작되는 안심번호가 나타나고 통화 기록에도 이렇게 남는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금방 전화를 받았고, 배달음식이 담긴 봉지를 전달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니까 친절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전 직장 후배의 와이프가 어린이집 선생님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적이 있다. 정부보조금을 선생님들에게 주지 않고 몰래 챙기는 원장선생님부터 유난스러운 학부모들, 사랑스럽기는 하지만 하원하기 10분전에 여기저기 토하고, 소변을 본 아이들을 선생님 한 명이 4~5명 이상씩 담당해야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어린이집 선생님이 상냥하게 인사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한다. 원이 아빠에게 배달음식을 받으러 나온 선생님은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가장 나이어린 선생님일 것이다. 낮잠 시간이라 고요한 어린이집을 떠나 강풀만화거리에 있는 파스타집으로 갔다. 자전거를 타면서 쓱 지나가는 것이라 거리 담벽락에 그려진 강풀 작가의 그림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다른 거리를 지나갈 때보다는 늘 기분이 좋다. 남들은 시간을 내서 구경하러 오는 거리를 지나다보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자신을 위로한다.
원이 아빠는 강풀만화거리에 있는 파스타집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 파스타집에서 음식을 먹어본 적은 없다. 이제까지 배달음식을 두 번 받으러 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주인으로 보이던 아저씨가 "나가서 기다려주시겠어요?"라고 말해서 잘 기억하고 있다. "나가서 기다려주시겠어요?"는 아주 정중한 표현이지만 이 아저씨의 눈빛이 그다지 정중하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파스타집은 테이블에 3개가 있었는데, 늘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손님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배달음식을 픽업하러 누군가 들어오는 것이 싫은 것 같았다. 하지만, 원이 아빠는 파스타집 문을 열고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배민커넥트 앱에 표시된 조리완료 시간은 조금 남았지만 조리가 다되어 음식이 준비가 되었다면 빨리 가지고 배달을 완료하는 것이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파스타집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해서 파스타집 종업원이 친절하게 "배민이세요? 다 됬습니다!"라고 말해줄 가능성도 없다. 파스타집 종업원은 홀서빙을 하면서 배달 음식을 포장하기도 바쁘다. 원이 아빠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배달 가방을 열어보니, 아까 어린이집에 음료 한 잔을 주지 않았다. 길게 고민을 할 시간이 없다. 빨리 배민커넥트 앱에서 신차 배치 중지로 상태를 변경했다. 고객센터로 민원이 들어오면 원이 아빠는 배달료는 물론이고 이 음료비용도 물어내야 한다. 배민커넥트를 하면 일주일에 한 번씩 돈이 딱딱 들어오지만, 배달 실수에 대해서는 실수를 한 당일에 배민커넥트 회사명인 '우아한 청년들'에게 입금을 해주어야 한다. 배달을 위한 최소 음식 비용이 1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배달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절대로 하면 안된다. 지금은 추가 배달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빨리 어린이집에 음료 한 잔을 다시 가져다주어야 변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파스타집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3분은 참 길었다. 기다리는 동안 파스타 배달지가 아까 어린이집과 가까운 곳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배민커넥트 앱으로 배달지를 확인했다. 노래 가사이기도 한 말로 참 명언이 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파스타 배달지와 어린이집은 3km 이상 떨어져 있다. 원이 아빠는 전속력으로 파스타 배달지를 향해 달렸다. 어떻게 배달을 했는지 기억도 안나게 재빨리 파스타를 배달했다. 문제는 너무 페달을 세차게 밟아서 힘이 빠져버렸다. 빨리 어린이집으로 가야하는데 속도가 안난다. 다시 꾸불꾸불한 골목을 지나고 오르막을 올라가서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아까 나머지 음식을 전달하고 30분은 지났다. 배달을 주문한 고객인 어린이집 선생님이 고객센터에 이미 뭐라고 했다면 어쩔 수가 없다. 배달이 완료된 건으로 처리가 되어서 고객 전화 연결을 할 수가 없다. 원이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 벨을 눌렀다. 원장실 벨부터 눌러보는데 답이 없다. 당직실 벨도 눌러본다. 드디어 어린이집 선생님 한 명이 현관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시죠?"라고 퉁명스럽게 묻는다. "아, 제가 실수로 아까 음료 한 잔을 전달드리는 것을 깜박했습니다"라고 말을 하면서 원이 아빠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인다. 학창시절에도 인사성이 밝았던 원이 아빠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이렇게 인사성이 밝을 줄을 몰랐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무표정하게 음료를 받아들고 사라진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원이 아빠가 고등학생 때 재미있게 봤던 헐리우드 영화 '더 락(The Rock)'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뭔가 계속 부서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마이클 베이 감독 전성기 작품. 영화 속에서 FBI 요원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작년 10월 고인이 된 숀 코넬리를 추적한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남의 페라리를 타고 숀 코넬리를 추적하는데, 추격전 끝에 페라리는 넝마가 되고 만다. 페라리를 보면서 행인이 니콜라스 케이지에게 페라리가 망가져서 어떻게 하냐고 하자. 니콜라스 케이지는 시크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한다.
“It's not mine!”
음료를 받아간 어린이집 선생님은 이 대사를 말하지 않았지만, 시크한 표정은 거의 비슷했다. 다행이 아직까지 060으로 시작하는 전화, 배민커넥트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오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배민커넥트 앱에서 배달 상태를 신차 배치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꾸불꾸불한 골목을 지나서 내리막을 지나서 대로까지 나가기 전에 콜은 오지 않을 것이다. 여기는 배달음식을 만들 음식점들이 있는 동네가 아니니까. 대로에 도착해서 한 10분 정도를 콜을 찾기 위해서 돌아다니다가 콜이 들어왔다. 이번에도 파스타다. 처음 가보는 파스타집이다. 도착해서 가게 도착 버튼을 누르고 가게로 들어가니, 쿠팡 이츠 라이더 한 명이 배달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홀에는 테이블이 6개가 있는데, 2개 테이블에서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가롭게 포크로 파스타를 돌돌말아서 입에 넣으면 수다를 떨고 있다. 쿠팡 이츠 라이더 배달음식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려야겠다라고 생각을 하니, 갑자기 소변이 마렵다. 파스타집을 나와서 건물을 쓱 살펴보니 안타깝게도 화장실이 가까이 있을 만한 건물이 아니다. 소변을 포기하고 파스타집으로 다시 돌아오니 눈이 쾡해보이는 쿠팡 이츠 라이더가 배달음식을 받아서 나간다. 그리고 원이 아빠 스마트폰에 '띵동' 소리와 함께 배민커넥트 고객센터에서 메시지가 한 건이 도착했다.
"배달지가 변경되었습니다" 배달지를 살펴보니 배달지가 처음보다 더 멀어졌다. 그리고 메시지가 또 왔다. "배달지가 변경되었으니 확인 바랍니다. 변경에 따른 배달료 3천원은 고객에게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원이 아빠가 배달할 파스타가 비닐 봉투에 담겨서 나온다. 배달 가방에 파스타를 넣고, 고객센터에 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고객이 현금 3천원이 없으면 어떻게 하죠?" 그리고 3.5km 짜리 배달을 출발했다. 1km 정도 갈때마다 잠깐 자전거를 멈추고 고객센터에서 온 메시지를 살펴본다. 처음 메시지 두 건은 상담원이 다른 상담원에게 원이 아빠의 문의를 인계했다는 내용이다. 식사 시간 교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여튼 원이 아빠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다. 3km 지점에서 메시지를 확인하니 고객님이 잔돈으로 3천원을 주겠다고 합니다라고 한다. 빙고! 속이 시원해진 원이 아빠는 500m를 더 자전거로 달려서 배달지에 도착했다. 배달지는 원이 아빠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자주 가야하는 고층 아파트이다. 성격이 급한 원이 아빠는 고층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것이 싫다. 특히 10층도 아니고 20층이 넘는 아파트는 배달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올 때도 오래 걸린다. 엘리베이터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이 최소 5분 이상은 걸린다. 한 번 스마트폰을 시간을 측정해본 적도 있는데 7분이 걸린 적도 있었다.
보통 배달 주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 앞에 배달음식을 놓아두고 가는 것을 선호한다. 배민커넥트 앱에서 자동으로 배달 완료 문자가 발송되는 것이지만, 이걸 알 수는 없다. 그래서 고객 요청 사항에 가장 많이 적혀있는 문구 중에 하나는 '배달하고 문자주세요!'이다. 원이 아빠는 고객의 전화번호를 모른다. 당연히 문자도 보낼 수가 없다. 비대면 배달이 불가능한 것은 앱에 미리 결재 완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카드나 현금으로 결재를 하는 경우다. 현금 결재는 원이 아빠도 딱 한 번 해봤고, 카드 결재는 배달 10건을 하면 1~2건 정도는 된다. 오늘은 배달지를 변경해서 추가 배달 비용이 생긴 것이니 특이한 경우다. 드디어 아파트 문이 열리고 졸려보이는 청년이 나왔다. 점심 때를 지난 배달인데 왜 졸려보이는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원이 아빠는 파스타가 담긴 비닐봉지를 청년에게 전달하고, 청년은 주머니에서 두 번 접은 천원짜리를 원이 아빠에게 줬다. 원이 아빠는 천원짜리를 지퍼가 달린 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지퍼를 잠궜다. 엘리베이터안에서는 보통 배민커넥트 앱이 작동되지 않는다. 1층에 내리자마다 운행종료로 상태를 변경했다. 집까지 가려면 자전거로 7.5km를 가야 한다.
원이 아빠는 집인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해서 자전거에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 바지 호주머니 지퍼를 열고 천원짜리를 꺼냈다. 천원짜리를 펴보니, 세 장이 아니라 두 장이다. 다시 한 번 세보는데 세 장이 아니라 두 장이다. 피식 웃음이 났다. 왜 천원짜리를 받았을 때 세어보지 않았을까? 지금 다시 그 청년에게 가서 배달료 천원을 더 달라고 할까? 청년이 저는 삼천원을 드렸어요! 라고 말을 하면, 원이 아빠는 반박할 증거도 없다. 편도로 7.5km, 왕복으로 15km를 자전거로 왔다갔다할 힘도 없다. 힘을 아껴서 저녁 배달도 해야 하니까 천원은 포기하기로 했다. 천원짜리 한 장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작은 구멍 하나가 있다. 원이 아빠는 천원짜리 두 장을 다시 접어서 지갑에 넣었다. 배달하다가 배가 고프면 우유나 사먹을 때 쓰면 되니까. 이제 편의점에서 천원으로 200ml 짜리 우유를 사먹어도 거스름돈이 없다. 900원이었던 우유는 950원이 되었고, 이제 천원이 되었다. 우유값처럼 배달료도 계속 오르면 좋겠다는 공상을 해본다. 하지만 피크 타임을 제외하고 배달료는 늘 3천원대이다. 오늘 완료한 배달들은 1주일치가 모여서 정산이 된다. 그래서 오늘 원이 아빠가 받은 배달료는 2천원이다. 배달료는 3천원이 아니라 2천원이다. 혼자 피식 웃으며 집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원이 아빠의 뒷모습은 웬지 쓸쓸해 보였다.
P.S. 글 형식이 너무 똑같으니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한 번 소설처럼 써보았습니다. 너무 짧아서 소설이라 하기는 어렵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