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배달, 배달료 그 이상을 꿈꾸며...
지난 주는 자전거 배달을 아예 못했다. 자주 아프지 않는 5살 아들이 열이 계속 나서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열, 기침, 콧물 때문인지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칭얼거렸고, 계속 아빠가 옆에 있으라고 했다. 열을 재고 콧물을 닦아주는 것 빼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 단순하지만 회사를 다녔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어제 병원에 가서 상태가 많이 좋아졌고 등원을 해도 좋다는 소견서까지 받았다. 오늘 아침에 아들은 씩씩하게 등원을 했고, 이제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자전거 배달을 하지 못했던 지난 주 수요일, 배민커넥트 유튜브 채널에 내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누가 보아도 공들여서 편집한 영상으로 깔끔하게 편집이 되어 있었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내용도 잘 포함이 되어있다. 지금은 겨울이라서 자전거 배달을 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많은 분들이 자전거 배달에 도전해보면 좋겠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운동으로 생각하면 부담이 없을 것이다. 자전거 배달 때문에 새로운 자전거를 사는 것은 말리고 싶다. 기존에 타던 자전거로 자전거 배달을 하다가 새로운 자전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도 늦지 않는다. 새로운 자전거를 사게 되면 자전거 배달이 운동이 될 수가 없다. 새로운 자전거를 사는데 들어간 돈이 있기 때문에 그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일 아니 노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 저녁에 15건을 배달 완료를 했고, 배달완료 700건을 달성했다. 700번째 배달은 천호동 쭈구미 골목에서 픽업한 쭈꾸미였다. 700번째 배달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었다. 내 배민커넥트 앱에 '700건 배달완료' 뱃지를 확인하면서 자축을 했고, 배달을 계속했다.
배달완료 1,000건이 되면 관련된 책을 출판해보겠다는 목표로계속 배달을 하고 싶다. 4출판 기획안은 배달을 하면서 조금씩 수정을 하고 있고, 이제 '프롤로그' 부분부터 쓰기 시작하려고 한다. 제목은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 - 비대면 사회의 실체'로 수정했다. 또, 변경될 수 있겠지만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는 자전거 배달을 하면서 가장 흔히 볼 수 고객요청사항 중 하나이다. '조심해서 안전하게 와주세요'라는 고객요청사항도 많지만, 이 요청사항보다는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가 비대면 사회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이 책의 독자를 누구로 해서 작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퍼블리에 제안을 했던 것은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독자층이었는데, 이 독자층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김민섭 작가의 '대리사회'와 같은 성격으로 써볼까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되면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만 독자층이 될 것 같아서 자신이 없다. 또, '대리사회'처럼 잘 쓸 수 있는 자신도 좀 없다.
중간 결론은 기획안을 평소에 알던 분들께 보여드리고 의견을 수용하여 방향을 잡는 것이다. 기획안의 방향을 잡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도 꾸준히 자전거 배달을 계속해야 1,000건을 달성할 수가 있다. 점심과 저녁에 배달을 다해도 하루 20건을 채우기가 쉽지 않고, 주말과 비나 눈이 오는 날에 자전거 배달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갈길이 멀다. 물론 프로젝트로 하고 있는 일들 때문에 미팅들도 있어서 이런 날도 자전거 배달을 하지 못한다. 2월까지 300건을 더해서 배달완료 1,000건 달성은 무리이다. 3월까지 300건을 더해서 배달완료 1,000건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해보려고 한다. 물론 이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5살 아들도, 회사에서 매일 무리하고 있는 아내도 아프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나도 아프지 않아야 한다.
한 집에 살고 있는 가족 중에서 한 명도 아프지 않는다는 것. 마흔이 넘어서는 참 어려운 일이다. 이제 내 몸도 한 겨울에 술을 먹고 공원 벤치에서 잠이 들었다가는 큰일이 날 몸이고, 코로나19도 물러갈 기미가 없어서 더욱 그렇다. '문 앞에 놓고 벨 눌러주세요'를 쓸 수 있는 시간도 이른 새벽 밖에 시간이 없으니, 하나 뿐인 몸을 잘 달래가면서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 창 밖은 언제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뿌옇다. 어제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 아침에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노면상태를 보니 눈이 와서 녹은 것인지 비가 온것인지 잘 모르겠다. 점심 자전거 배달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가족과 즐겁게 보낼 구정 연휴를 생각하면서 출동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