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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포츠파이 Jan 16. 2020

두경민의 버저비터와 그놈의 '예의' 타령

KBL 인기를 좀 먹는 한국농구의 폐해

1월 15일 원주DB와 서울SK와의 경기 종료 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91-82로 이기고 있던 원주DB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았고 종료 버저와 함께 던진 두경민의 3점 슛이 림을 갈랐다. 꽤 먼거리에서 짜릿하게 작렬한 슛이다 보니 팬들도 열광했고 두경민도 두 팔을 벌리며 세리머니를 만끽했다. 

그런데 종료 직후 서울SK 선수들이 두경민을 향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최준용과 전태풍, 자밀 워니가 DB선수단을 향해 큰소리로 항의를 시작한 것. 이 모습이 자세하게 카메라에 잡히진 않았지만 두경민의 매우 당황한 모습은 볼 수 있었다. 


사실 NBA도 의미 없는 가비지 타임에 쓸데없이 상대를 자극하면서 공격을 하진 않는다. 상대에 대한 예의일 수도 있고 괜히 자극해서 싸움이 나면 자신만 손해기 때문. 하지만 15일 경기는 점수 차이도 가비지 타임이라 보긴 힘들었고 원주DB와 서울SK는 치열하게 선두권 싸움을 벌이고 있어 승률이 동률로 끝날 경우 여러 가지 변수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상범 감독도 “상대전적이 3승 1패로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경기에서 대패를 했고, 남은 2경기가 (SK의 홈인) 잠실에서 열린다. 3승 3패가 될 경우 공방율(맞대결 골득실)을 꼭 생각해야 한다. 때문에 1점이라도 더 넣어야 했다” 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더라도 상대팀에서 멋진 하이라이트 필름이 연출됐을 때 ‘예의’를 탓하며 항의하는 것은 프로스포츠다운 행동이라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곤 하지만 농구 코트에서 예의를 찾는 것은 전쟁터에서 사람의 도리에 대해 떠는 것이 마찬가지. 특히 최준용의 경우 1월 5일 창원LG의 베테랑 강병현과 리바운드 경합 도중 동네 농구에서나 볼 수 있는 승부욕을 펼치며 선후배가 없는 모습을 보여준 장본인이었다. 

NBA도 버져비터나 멋진 덩크 이후 세리머니는 경기 상황과 상관없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세리머니에도 TPO가 존재하겠지만, 두경민의 플레이가 이런 범주에서 벗어나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SK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코멘트를 남긴 것이 아쉽다. 결국 자신의 플레이가 잘못된 것이라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KBL에서 이랬다간 빰 맞을 기세다

가뜩이나 한국 농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경직된 문화를 지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는 팬들에게 선수들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증명하는 사례가 되고 말았다. 하승진의 일침이 다시 한번 생각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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