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울려퍼지는 라디오 소리.
오늘 촛불시위 관련 뉴스를 듣기 위해 이리저리 찾다가, 전 세계 모든 라디오 방송국을 선택할 수 있는 앱을 설치했다. 이름하여 myTuner Radio Free. 맥과 호환성도 좋아서 상시 연구실에 라디오를 틀어둘 수 있다.
엄청난 발견이다. France Culture 등 모든 라디오 채널을 들으며 아침을 시작할 수 있다니.
무의식의 상태가 지속되는 아침 시간동안 구조 있는 대화를 내 의식에 불어넣음으로 얻는 기쁨은 상당하다. 마치 하루를 더 알차게 보내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끔 한다. 무의식의 상태는 꽤나 길어, 출근길을 지나 연구실에 들어갈 때 까지 지속되기 때문이다. 1시간 내지 1시간 반 정도의 기간동안 아무 생각도 없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바일 듯 싶다.
특히, 프랑스 교양 시사 라디오 채널은 15분에서 30분 사이마다 대상 주제에 대하여 심층적인 분석, 혹은 특정인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때문에 짧은 시간동안 집중하여 대화의 프레임을 구축하여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다. 프랑스 교육의 장점이라면 이러한 데카르트식 문장의 형식적 구조 구축이리라. 흔히들 말하는 "생각의 궁전"을 구축할 때 이만한 방법론이 없다. 또한, 불어의 미학적 속삭임 또한 매력적이다.
작업을 해야 할 때에는 Radio Classique를 듣는다. 서울의 연구실에서 듣는 수준높은 불어와 클래식 연주의 향연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시공간을 왜곡한 느낌이다. 덤으로, 매 시간 정시를 알리는 진행자의 목소리는 서울의 청취자의 정서적 사이클을 7시간 전으로 돌린다. 나른해지는 오후시간에는 활기 넘치는 오전으로 돌아가며, 잠이 오는 밤 시간에는 저녁 식사를 하고 차분하게 파리의 거리를 걷는 느낌을 주는 저녁 시간으로 돌아간다. 시간적으로는 GMT+9시간대에 살지만, 정서적으로는 GMT+1시간대에 있는 느낌은 경험해보면 마법같은 느낌이 든다.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