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의사를 존경한다. 우리가 다치고 병들어서 가장 약해졌을 때에 우리를 위해서 질병과 싸워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혹은 가족이 아플 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실력있는 의사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변호사를 존경한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나를 위해서 싸워달라고 법무법인을 찾아가서 고액의 수임료를 지불해야 하는 일은 없었지만, 드라마에서 우리의 권익을 지키고 확보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주는 변호사들을 보면서 그들을 존경하게 되었다.
나는 드라마 작가를 존경한다. 존경하기 시작한지 몇 년이 안되었다. 그들은 우리 인생 싸움터의 종군기자들 같다. 세심한 감성으로 사람들의 호흡 하나를 여린 생각 하나를 놓치지 않고 포착하여 기록한다. 그들의 솜씨 덕분에 우리는 전쟁의 상황을 큰 시야로 보고 응원을 하기도 하고 싸움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인생 드라마라는 강력한 추천을 받고서 보기 시작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초반 몇 회까지는 따분하고 재미가 없었는데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설정되고, 스토리가 도입부를 넘어서 전개로 나아가면서 급속히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서서히 몸이 풀리는 것이 아마 박해영 작가님의 특징인 듯.
박동훈 부장이 대부 업체를 찾아가서 주먹다짐을 할 때에 충격을 받았다. 드라마가 왜 이래? 이 바쁜 세상, 나와 가족을 건사하기도 벅차서, 누가 어려울 때 옆에 있어 주는 일도 쉽지 않은데 피가 터지도록 싸움을 하다니!
우리는 대부분 힘들어 하는 것 같다. 힘들다는 것은 지금 싸우는 상대가 힘이 너무 강해서 내가 역부족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어려울 때 전화하면 기꺼이 와서 함께 싸워주는 친구들과 이웃들과 동료들이 있어야 한다.
젊은 시절에는 내 욕심이 커서 누구를 위해서 싸워주기가 쉽지 않았다. 싸운 기억이 나지만 혈기를 부렸던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정신도 감정도 호르몬도 차분해진 듯 하다. 혈기 없이 맑은 정신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벅찬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함께 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