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젤라 더크워스가 쓴 그릿(Grit)을 읽다보니 이 책이 왜 이렇게 유명해졌는지 궁금해졌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것이 아니라 궁금해졌다는 것은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못했다는 말이다. 나는 큰 감흥을 받지는 못했지만, 세상은 그녀의 업적에 큰 찬사를 보내었다.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녀의 책은 전세계적으로 엄청나게 팔린 듯 하다. 내가 최근에 구입한 책에는 ‘100쇄 돌파 기념 리커버 에디션’이라는 문장이 자랑스럽게 박혀있었다. 그녀는 그릿 연구의 업적을 인정받아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천재들의 상으로 불리는 맥아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왜 누군가는 중간에 포기하고 어떤 사람은 끝까지 노력해 성공하는지 알고자 했다. 끝까지 노력해 성공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연구해서 얻은 개념을 Grit이라고 했다. 그릿은 열정, 의지, 끈기, 투지 등의 의미가 함께 녹아들어 있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녀가 개발한 그릿을 측정하는 자가진단 문항의 하나를 소개하면 “나는 실패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이다. 책을 읽다가 좀 허망하다고 느낀 부분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내기 위해서 당신은 쉽게 포기하는 편인가 아니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인가를 물은 것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나를 진돗개라고 불러요. 나는 한번 물면 절대로 놓치지 않거든요.”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그릿 즉 열정과 끈기가 높을 것은 자명하다.
앤젤라의 연구와 같이, 심리학 연구를 하는 많은 박사과정 학생들이 인간의 어떤 심리적 특성과 행동을 정의하고 그것을 측정하는 척도 즉 설문 문항을 개발한다. 그리고 엄격한 통계적 방법을 사용하여 타당도와 신뢰도를 검증한다.
타당도는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을 바르게 측정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키를 측정하려고 하면 자가 필요하다. 체중계로는 키를 측정할 수 없다. 만일 키를 재려고 하는데 저울을 사용한다면 타당하지 않은 것이다. 신뢰도는 측정을 반복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가의 문제이다. 키를 재었는데 처음에는 175가 나왔는데 다시 재었더니 180이 나왔다면 그런 고무줄 자는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리적 현상이나 특성은 측정하기가 어떤 면에서는 과학적 객관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하다. 반면에 사람의 정서적, 인지적, 행동적 특성을 측정하는 도구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수 있는 과학적 객관성을 확보하고, 도구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아무튼 그런데 왜 그녀의 연구결과는 대 히트를 쳤을까? 그녀의 그릿 연구는 박사학위 논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결과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적어도 심리학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흔히들 그렇게 공을 들이고 힘을 들여서 작성한 대부분의 박사논문을 읽는 사람은 작성한 본인 자신과 심사위원들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앤젤라의 연구와 나의 연구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가 많다. 시계를 보더라도 내가 차고 있는 시계는 30만원 정도하는 제법 좋은 시계이다. 하지만 수억원이 넘는 시계도 있다는 것을 안다. 같은 시계인데 가격의 차이는 천배가 넘는다. 내가 주말에 종종 마시는 스페인산 와인은 6천원대인데, 참고로 맛이 상당히 훌륭하다. 하지만 본 적도 없지만 천배는 더 비싼 와인도 있다는 것을 안다.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 한 끗처럼 보이는 그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 것 같기는 한데 그 차이를 만들어내기는 대단히 어렵겠다는 것도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