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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솔직한 대화이다.

지난주 교회 중고등부 주일학교에서 전도사님은 성경의 창세기 3장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이끌려 선악과를 따 먹게 되었다는 인간의 타락에 대해 이야기를 하였다.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아마 성경의 선악과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으리라. 들었지만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사건이다. 예배를 마친 후, 반별 모임시간에 물어보았다. "오늘 설교말씀을 들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나누어보자." 


고등학교 1학년인 H가 "뱀이 하와를 꼬셔서 선악과를 먹어 그러면 하나님처럼 지혜로워질 수 있어라고 했을 때, 그래서 정말 그 말에 솔깃했고, 또는 그렇게 되고 싶었다면 왜 하나님께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하나님! 뱀이 그러던데 이 열매 먹으면 정말 하나님처럼 될 수 있는 거예요? 하고 물어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왜 안 물어보았을까요?" 하며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H의 속상한 질문은 그 뒤로 계속 내 머리에 맴돌았다. 어제 저녁에 사당역 인근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만난 독서모임 멤버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Y가 "우리 때는 감히 부모님 말씀에 토를 달지 못했고 질문도 못했죠. 근데 지금 아이들은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바로 물어봐요."라는 조금은 우스개 소리를 하면서 모두 아 그렇죠 하며 웃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세대이기에 성경의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아마 왜 안 물어본 거야 하는 그런 생각을 하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의 시선은 종종 새로운 것을 깨닫게 이끈다. H의 이야기는 기도란 무엇인가에 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였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온갖 생각과 감정이 오고 간다. 속상도 하고, 화도 나고,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못된 생각을 하기도 하고, 하나님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기 마련이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고, 무엇을 가지고 싶은 탐욕이 슬금슬금 우리를 감쌀 때도 있다. 성경의 말씀대로 하면 사탄이 우리를 유혹하는 때이다. 


그때, 그 유혹에 그대로 흔들리기보다는, 누구 보는 사람이 있나 주변을 되돌아보면서 죄를 범하기보다는, 혹은 감정의 충동에 그대로 휩쓸리거나 압도되기보다는, 그것들에 애써 저항하거나 거절하지 말고 정직하게 마주하며 하나님께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여쭈어보는 그런 대화가 기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기도라고 하든 명상이라고 하든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고 정직하게 드러내고 대화하는 것이 기도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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