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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타기는 좋은 전략이 아닌데...

무는 어떤 요리를 할 때에 기초가 되어주기 때문에 자주는 아니어도 필요할 때가 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요리를 할 수 있지만 무를 사용하면 맛이 훨씬 시원하고 고소해진다. 주로 국물 요리인데 된장찌개의 경우도 그렇고, 특히 갈비찜을 할 때도 요긴하다. 하지만 혼자서 먹을 분량으로 요리를 하다 보니 무를 하나만 사도 결국에는 거의 반 토막 정도 크기의 무가 냉장고 야채 칸에서 시들어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도 그러했다. 음 식재료를 버리는 것은 나쁜 일이지!


묘안을 낸 것이 무를 많이 사용하는 요리였다. 맑은 소고기 무 국이다. 재료가 단순하기에 조금은 만만히 보고 시작했다. 일부러 찾아서 넣지는 않겠지만 역시 야채 칸 구석에서 오래전부터 찌그러져 있던 청양 고추 2개도 이번에 해치웠다. 재료 다듬는 과정은 생략을 하고, 드디어 국이 끓기 시작했다. 소금과 다시다로 간을 하고는 맛을 보니 깔끔하게 매운맛이 살짝 있으면서 무 특유의 단 맛과 구수한 소고기 맛이 어우러져 이만하면 성공이다는 수준이 되었다. 


그런데... 조금 짜다. 음 고민이다. 결국 물을 조금 더 넣었다. 아! 조금 싱겁다. 그리고 국의 건더기에 비해서 국물의 비율이 너무 높은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 고민의 찰나에 얼마 전에 야채를 파는 트럭에서 샀던 알 좋은 감자들 중에 남겨진 아이들이 싹을 띄울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감자는 싹이 나기 시작하면 그 부분을 크게 도려내고 먹어야 한다던데... 그래 이참에 이 녀석도 해치우자는 마음에 감자를 깎고 잘라서 국에 투입하였다. 잠깐 괜찮을까? 잠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굴려보니 감자의 단 맛이 무의 단 맛 하고는 다르지만 어울릴 것 같은 판단이 든다. 고~.


어? 맛을 그런대로 어울리는데 싱겁다. 여기서 중대한 고민을 하였다. 국물의 풍미를 조금 더 풍부하게 하려면 간장을 조금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이 생긴 것이다. 양조간장을 국자에 조금 담아서 넣었는데, 보이는 광경은 내가 심각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 보기 안 좋은 맑은 것과는 거리가 먼 탁한 무 국이었다. 깔끔하던 맛도 간장의 향과 맛에 완전히 눌려버렸다. 대참사다!


애시당초 물타기는 좋은 전략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비슷한 실수를 꽤 여러 번 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다. 주식 투자를 할 때가 그랬다. 흑흑 그때 그렇게 모질게 배웠으면서도 또 물타기 방법을 사용하다니! 내가 한심하다. 


어떤 결점을 오히려 매력으로 되살리는 뛰어난 안목과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물타기 전략이 아니다. 완전히 차원이 다른 창의적 기교에 해당한다. 물타기는 어리석은 바보나 하는 단순한 평균의 원리일 뿐이다. 머리를 굴리라고 그렇게 단순하게 대처하지 말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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