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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여름의 추억 하나, 양산

여름 햇볕이 뜨겁지 않은 해가 없었겠지만, 올해는 분명히 유별났다. 얼굴이 검게 타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성미라 자외선 차단 크림 따위를 바르는 수고는 하지 않는 나이지만, 정수리에 이글거리는 광선을 견디다 못해 양산을 들고 외출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양산은 아니고 그냥 우산이지만 해를 가리는 용도로 사용하니 양산이다.     


효과는 그야말로 백점이었다. 직사광선을 막으니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시원하다. 덕분에 햇살이 화창한 날에 우산을 양산처럼 들고 걸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오히려 내 아이디어 좋죠 하면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신사처럼 느긋하게 걷게 되었다.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 보니 올해에 양산을 사용하는 남자들이 많아졌다는 소식을 전한다. 나랑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니 반갑다. 그래서 우산과 양산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우산이라 할지 양산이라 할지 모를 제품도 출시가 되었단다.     


폭우로 인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뜨거워진 열풍으로 대형 산불이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고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는 뉴스를 연이어 보게 된다. 인류는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관리할 수 있을까? 지구에 양산을 씌워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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