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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벌까? 돈을 벌까?

왜 고민하세요? 둘 다 벌면 좋지요! 어떤 주제에 대하여 어떤 생각이 떠올라서 글을 쓰려다 보면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가 생각난다. 여우는 탐스럽게 달린 포도를 발견하고는 군침을 삼키며 따 먹으려 했다. 그런데 포도가 너무 높게 달려서 아무리 애를 써도 포도를 얻을 수가 없었다. 실망하여 결국 포기하고 돌아서면서 여우는 한마디 했다. 저 포도는 신 포도여서 맛이 없어. 못 먹는 포도야.


왜 이렇게 삐딱하게 나오는 거지? 스스로에게 반문을 하면서도 이것도 나름 이유가 있을 터이니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글을 써보자 허락한다.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동안 가라앉아 있던 부러움과 상대적 빈곤감이 되살아난다. 모임에서 무슨 목적으로 시간 약속을 잡을 때는 자연스레 그들의 일정에 맞추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나는 한가한데 다들 무척 바쁜가 보다.


대신에 너는 시간이 많잖아! 스스로에게 위안을 해본다. 그렇구나! 이건 순간 소중한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시간과 돈 중에 무엇이 더 귀하지?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빌 게이츠 다큐에서 보았던 대사도 하나 기억난다. 그의 비서는 빌 게이츠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고. 왜냐하면 그가 유일하게 살 수 없는 것이 시간이기에. 돈을 벌어 무엇을 하지? 돈은 기본적으로는 교환의 수단이니 자신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무엇을 구매하려고 돈을 벌겠지. 그래. 그중의 하나는 아마도 시간이고!


그럼 이미 시간이 많은 나는 남을 부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잖아? 어쩌면 돈 보다 더 가치가 높은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효용이라는 것은 늘 동일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어서 돈이 더 가치 있나? 시간이 더 가치 있나?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은 의미 없다. 돈은 많은데 남은 시간이 없는 사람은 시간이 소중할 것이고, 시간은 많은데 절박한 수준으로 돈이 없는 사람은 돈이 더 귀할 것이니 말이다.


내가 진짜 부러워하는 무엇은 아마도 돈은 아닐 듯싶다. 아니다. 돈이 부러운 것은 맞다. 이번에 다시금 확인하는 것은 나는 여전히 동기의 근원이 돈에 대한 욕망에 있다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일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화가는 돈을 벌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고 많이 강조했는데 여전히 나의 욕망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다시 알려준다.


돈을 벌고자 하는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경쟁심에 의해 동력을 얻는다. 남보다 더 많이 벌고 싶은 것이다. 남을 이기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 지는 것은 참을 수가 없는 욕망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마도 내가 누가 무척 바쁘다고 할 때에 마음이 불편한 것은 내가 지고 있다고 그가 나보다 더 잘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본능이 아닐까 싶다.


욕망의 대상을 바꾸어 가는 일이 바로 성숙의 여정이 아닐까? 이기려는 욕망, 돈을 더 많이 벌려는 욕망에서 진심으로 자신에게 집중하여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오직 나이기에 더 가치가 있는 그런 일을 하는 데 사용하자. 다행히 나라는 사람은 일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목적이자 가치이기에 일을 하느라 바빠서 정작 휴가를 즐기거나 할 시간이 없다면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에게 있는 시간을 내가 진심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일들을 하는 데 사용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창조적 용기이다. 가질 수 없으니 저것은 신 포도라고 비웃는 거야? 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할 것도 없다. 그럴지도 모르지 하고 인정하면 될 일이다. 그러니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하게 하고 오늘 할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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