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무너뜨리는 심리적 방아쇠

어떤 사람이 권력을 거머쥘까? 거창한 질문을 던져본다. 얼마 전에 치러진 세계 최강 권력의 향배를 가르는 미국 대선에서 그 답의 일부를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는 극적으로 백악관에 재입성하였다. 그가 해리스에 비해서 국민의 마음을 더 얻었기 때문이다. 투표권자들이 그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단순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2세기말 중국의 후한 말기와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소설 삼국지에 등장하는 조조, 유비, 관우, 장비 등의 영웅들과 그들이 펼치는 전쟁의 이야기에서도 유사한 교훈을 추론해 볼 수 있다. 조조는 80만 대군을 일으켜 천하를 통일할 최후의 전쟁을 벌이지만 적벽대전에서 제갈량과 주유의 화공에 처참하게 패하고 겨우 목숨만을 건져 돌아간다. 조조는 훗날 압도적인 군사력을 가지고도 적벽대전에서 패한 이유가 사람의 마음 즉 민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임을 깨닫는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즉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의 힘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 친구가 되고,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 리더십 정의의 핵심 개념도 영향력이다.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와 행동을 발전시키겠다는 결심을 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한다면 누구라도 영향력을 더 발휘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시대와 문화를 뛰어넘어 꾸준히 읽히는 고전이 되었다. 필자는 20대에 처음 이 책을 읽었는데 크게 감동받아 더 읽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하루에 원칙 하나를 소개하는 분량만 읽고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모두 30개 원칙으로 구성된 책이었으니, 한 달 동안 책을 나누어 읽으며 성찰하고 실천했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 50대 후반의 중년이 된 지금 앞으로 30회에 걸쳐,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에서 수록된 원칙을 현대 심리학 이론과 연결하여 공부하며 실천하고자 한다. 멋진 변화와 성장의 여정에 동행하는 독자들이 있기를 소망해 본다.

첫 번째 원칙을 살펴보자.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다면 활용하고, 개선하고 싶다면 절대 조심해야 할 행동에 관한 것이다. 이 행동은 효과가 매우 강력하여 조금만 사용해도 관계를 즉시 눈에 띄게 악화시킬 수 있으니 매우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전지적 시점에서 어느 커플의 대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은 대화 중에 “넌 왜 항상 그런 식이야?”와 같은 식으로 상대방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상대방이 묻는 말에 “네가 뭘 안다고 그래?”라며 상대방을 하찮게 여기고 심지어는 경멸하는 표정과 어투로 받아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그러다 다툼이라도 벌어지면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문제야.”라는 식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상대를 공격하곤 했다. 결국엔 서로 간에 담을 쌓고 대화를 피하고 쿨(cool)한 척하며 지내게 되었다. 이 커플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부부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장기간 추적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심리학자 존 가트만(John Gottman)은 부부의 행동을 3분만 관찰하면 이혼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부부의 대화 방식, 정서적 표현, 갈등 해결 전략 등을 분석하여, 관계의 성공과 실패를 예측할 수 있는 과학적 모델을 개발했는데, 그의 연구는 91%의 정확도로 이혼 여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마도 위에서 언급한 커플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가트만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네 가지 주요 소통 패턴을 ‘파멸의 4 기사(Four Horsemen of the Apocalypse)’라고 빗대어 설명했는데, 네 가지 소통 패턴은 비단 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갈등과 신뢰를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자.

첫째는 비판(Criticism)이다. 비판은 “넌 왜 항상 그런 식이야?”와 같이 상대방의 특정 행동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넘어서, 항상 그랬다는 식으로 일반화하여 인격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비판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려는 의도를 가졌겠지만, 이런 비판은 상대방의 방어적 태도를 유발하고, 갈등을 심화시킬 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둘째는 경멸(Contempt)입니다. 경멸은 상대방을 하찮게 여기거나, 비웃고 조롱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비판의 강도가 세진 것이다. 직장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네가 뭘 알겠어?”라고 말하거나 그런 표정으로 바라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경멸은 관계를 가장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요소로써, 신뢰를 무너뜨리고 감정적 단절을 초래한다.

셋째는 방어(Defensiveness)이다. 방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변명하거나 상대방을 반격하는 태도를 말한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을 방어하려는 강한 본능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의식에 의해서 방어기제가 작동하면 매사를 자기를 향한 공격으로 듣고 “내가 뭘 어쨌다고? 내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와 같은 방어 패턴으로 대응하고 대화의 본질을 흐리며, 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넷째는 담쌓기(Stonewalling)이다. 담쌓기는 갈등 상황에서 상대방과의 대화를 피하거나, 차단하는 태도이다. 무표정으로 대화에 응하지 않거나 방을 나가는 행동 등이 그 예다. 우리는 갈등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좋은 의도로 냉각기를 둘 수 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갈등을 해결할 대화의 불씨는 꺼져버리게 된다.

비판, 경멸, 방어, 담쌓기는 서로를 강화하며 관계를 악화시킨다. 특히 비판은 방아쇠가 되어 경멸과 방어를 부르고, 결국 담쌓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키운다. 비판이라는 작은 눈덩이가 결별이라는 거대한 눈덩이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비판이나 비난이 관계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지만, 여전히 쉽게 타인을 비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사람들은 타인의 실수 또는 눈에 거슬리는 행동에 대해 그들의 성격적 결함 때문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지각을 했다면 "그 사람이 늦은 것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반면에 자신이 늦었을 때는 "교통체증 때문"이라고 외부 요인에 귀인합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 쉽게 그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하고 단정 짓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둘째, 우리는 분노나 실망 같은 부정적 감정을 느끼면 불쾌하므로 즉시 해소하려는 욕구를 느낀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비난이라는 형태로 표현되며, 순간적으로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분노는 그 자체로 나쁜 감정이 아니다. 사실 모든 감정은 중요하고 우리를 위해 찾아온다. 분노할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고 억누르기만 한다면 오래지 않아 마음과 몸의 건강을 해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분노에 휘둘리게 되면 마찬가지로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악화시킨다.

그럼, 비난하고 싶은 욕구 또는 충동이 생길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비난이 해롭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하려는 충동을 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행히 심리학적으로 검증된 몇 가지 대안적 방법을 적용하면, 이러한 상황에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첫째, 비난하려는 충동이 들 때, 상대방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귀인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야? 지금이 몇 시야?"라며 화를 내는 대신 "사정이 있었겠지. 무엇인지 알고 싶어."와 같이 내가 모르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자 마인드의 질문을 먼저 한다면 상대방의 방어적 반응을 줄이고, 대화를 건설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비난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과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자존감을 지키고, 해결 과정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왜 그렇게 했어?" 대신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질문하면 추궁과 방어의 분위기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동기부여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

셋째, 비난하려는 충동이 일어날 때,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스트레스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깊은 호흡, 잠시 자리를 떠나는 등의 감정 조절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는 ‘비난 없이 이 상황을 개선할 방법은 무엇일까?’와 같은 성찰적 질문을 사용하면 상황 통제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감정 조절 행동과 자기성찰적 질문은 부정적 감정에 의한 즉각적인 반응을 억제하고, 건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는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방이 잘되라는 좋은 의도로 비판하거나 비난할 수 있다. 비판을 듣고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몸에 좋은 약은 쓰다는 속담처럼 쓴소리도 해야 세상과 일이 잘 작동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경험을 살펴본다면 굳이 심리학적 이론을 들먹이지 않아도 분명히 알게 된다. 비난이나 비판은 매우 위험하며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누구를 변화시키겠다는 의도 자체가 오류일 수 있다.

Don't Criticize, Condemn, or Complain: 비판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며, 불평하지 말라.

데일카네기 인간관계원칙 1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