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는 사람에게, BX는 반려견에게 집중한 브랜드 경험 디자인
반려동물은 이제 ‘반려(伴侶)’라는 단어 그대로의 존재가 되었어요. 사람과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지고, 1인 가구와 저출산이 늘어나면서 펫 산업은 ‘펫코노미(Pet+Economy)’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죠. 그런데 시장이 커질수록 한 가지 질문이 생겨요.
“우리 반려견은 이걸 진짜 좋아할까?”
“나와 반려견이 ‘함께’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는 어디일까?”
가까(Gagga)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 브랜드예요. 반려견이 처음으로 자신의 기호를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 견주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반려견의 취향을 ‘이해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안한 거죠. 그 공간을 현실로 만든 스프레드웍스 정은우 대표와 김현아 공간 디자이너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정은우 대표(이하 은우): 한 번이라도 사료나 간식을 구매해 본 분들은 공감하실 거예요. 집에 있는 반려견이 좋아할 것 같아서 구매했는데 정작 입도 안대서 버려본 경험이요. 그래서 가까에서는 ‘간식·사료 무료 테이스팅 서비스’를 제공해요. 저희끼리는 개마카세라고도 하는데요. (웃음) 사람보다는 반려견이 좋아하는 취향과 입맛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구매할 수 있어요. 이는 곧 재방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요.
맞아요. 사실 펫 산업은 브랜딩은 고사하고 실제 소비 계층인 반려견에게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어요. 대부분이 소비 주체인 반려견보다는 그의 가족, ‘사람’에게 맞춘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 대다수죠. 그러다 보니 무인으로 업자가 운영하는 길거리 창고형이나 동물 병원,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가까가 기존 펫샵과 뭐가 다른데?”했을 때 대답할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했어요. 디자인 영역을 넘어 사용자 경험(UX)의 영역으로 가져와서 브랜드를 설명할 길을 만든 거죠.
은우: 펫샵의 본질인 반려견에게 집중하되, 가격으로만 경쟁하지 않겠다고요. 사람이 아닌 ‘반려견’에게 집중한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어요. 가까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까, 어떻게 사람보다 반려견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반려견 맞춤 테이스팅 서비스가 그 경험이 돼줄 수 있겠더라고요.
저렴한 간식은 원재료가 걱정되고, 매번 고가 간식을 사는 것도 부담돼요. 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반려견 입맛인데, 정작 반려견이 먹어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구매를 결정해야 했죠. 가까는 이 모순을 해결하고 싶었어요. 가격만으로 경쟁하기보다, 반려견의 실제 경험과 기호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예요. 일종의 개 버전의 무인양품(무지, MUJI)’이랄까요?
은우: 무인양품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고 큐레이션이 느껴지는 브랜드에요. 가까도 반려견의 취향에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방향성이 맞닿아있다고 느껴졌어요. 반려동물 제품들의 상당수는 캐릭터를 사용한 디자인이 많거나, 기능 중심으로만 구성돼 있거든요. 색감도 강한 편이라 일반적인 펫샵에 가면 정신없이 느껴지기도 해요. 그래서 가까는 ‘반려견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공간’에 집중해서 탐색·교감 등 다양한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드는 데 집중했어요. 각 경험에 필요한 공간 영역을 분리하면서도 서로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이 핵심이었어요.
은우: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아주 명확했거든요. 반려견과 사람이 모두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일 것. 이 조건 때문에 이전에 경험했던 프로젝트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했어요. 정말 수십 개의 후보들이 있었어요. 최종적으로 ‘가까’라는 이름이 될 수 있었던 건, 브랜드 기획의 시작점인 반려견의 산책 동선에 맞춘 펫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콘셉트와 자연스럽게 맞았기 때문이에요.
Gagga(가까)는 사실 스펠링만 보면 굉장히 애매해요. 일자로 적으면 ‘가까’가 아니라 ‘개그가’처럼 읽힐 수도 있고, 어감은 또 핀란드어나 북유럽어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 초반부터 가장 큰 과제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한 번에 ‘가까’로 읽도록 만들까”였어요. 결론적으로 선택한 방식은 음율을 조절하는 거였어요. 앞의 a와 뒤의 a를 미묘하게 다르게 처리해서 리듬을 만들었어요. 이렇게 디테일을 살렸더니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연스럽게 ‘가까?’라고 읽더라고요.
시각 언어도 그 톤에 맞춰 개발했는데요. ‘G’를 변형한 강아지 심볼을 만들고, 닥스훈트 캐릭터까지 개발했어요. 원래는 전체적으로 훨씬 모던하고 정제된 톤을 유지하려 했는데요. 오픈 직전 테스트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어요. 매장을 보고 펫샵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요. 그래서 시인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시트와 사인에 캐릭터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더했어요. 견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귀여운 포인트가 필요하기도 했고요.
김현아 공간 디자이너(이하 현아): 이번 프로젝트는 가까의 두 번째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시작점부터 1호점에서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하고 경험적으로 어떻게 확장할지에 초점을 맞췄어요. 무엇보다 가까만의 차별화된 경험이 실제로 기능하고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 목표였어요. 비주얼 요소는 브랜드의 디자인 언어를 유지한 채 이후에도 충분히 디벨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조닝과 동선은 초기 단계에서 구조적으로 결정해놓지 않으면, 그 이후의 모든 경험 설계가 흔들려요.
현아: 1호점의 시공을 맡으시고 브랜드 운영에 대해 잘 알고 계시는 현장 소장님의 피드백에서 시작했어요. 초기엔 출입구 위치나 중심 동선, 필요한 영역 등 가장 기본적인 구조부터 다시 검토했어요. 방문자가 공간에 들어와서 어떤 장면을 마주하고,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 직원, 반려견, 견주 모든 경험의 성격과 관계를 먼저 정의했어요. 이를 기반으로 공간 구조와 비주얼적 요소를 설계하면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과 방문자 모두에게 자연스럽고 기능적인 경험이 구현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초기 구조 설정은 단순한 배치가 아니라 가까의 브랜드 경험을 공간 안에서 온전히 보여주기 위한 기초였어요.
1) 반려견이 경험에 직접 참여하는 구조 만들기
1호점의 시식·식수 존은 반폐쇄형 구조였어요. 실제 반려견들이 잘 이용하지 않았고, 각각 독립적으로 위치하다 보니 경험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어요. 그래서 2호점에서는 경험의 핵심 요소를 중앙으로 모으는 방식을 택했는데요. 공간의 중심에 중앙 쇼케이스를 두고, 직원이 바로 앞에서 샘플을 준비하고, 반려견은 그 자리에서 바로 시식할 수 있는 테이스팅 존으로 바꿨어요. 이렇게 하면 견주는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반려견의 기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어요.
2) 경험과 기능을 동시에 고려한 디스플레이·수납 시스템 설계
2호점에서 가장 먼저 바꾼 건 샘플 제공 방식이에요. 1호점은 개별 소분된 비닐 샘플을 꺼내서 열어주는 방식이었는데, 위생·효율·작업 동선 모두에서 한계가 컸어요. 이에 따라 2호점에서는 병입형 샘플 + 외부 노출형 디스플레이를 새롭게 적용했어요. 또한 가까는 400개가 넘는 SKU를 보유하고 제품 변경 주기도 잦아요. 이런 특성상 고정된 진열장보다는 찬넬 모듈 기반의 가변형 수납 시스템이 훨씬 적합했어요. 제품의 종류나 레이아웃이 바뀌어도 ‘경험의 흐름’이 방해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죠.
현아: PB 매대를 더 놓고 싶다는 요청도 있었어요. 가까의 핵심 경험이 ‘테이스팅’이다 보니, 가능한 많은 종류의 샘플을 보여줄 수 있는 진열과 수납이 필요하다는 건 이해돼요.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많이 보여줄까 보다는 ‘어떻게 보여줄까’가 더 중요했어요. 가까의 경험은 제품이 단순히 많다고 해서 완성되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샘플을 최대한 많이 배치하되, 비주얼적으로나 기능적으로 ‘경험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영역을 설정하는 일이 핵심 과제였어요.
맞아요. 클라이언트는 제품 종류가 많을수록 다양한 경험이 생긴다고 보셨고, 저희는 경험이 흐트러지지 않는 환경이어야 그 다양성이 실제로 발현된다고 봤어요. 결국 어떤 매대를 더 넣을 것인지가 아니라, 브랜드 경험의 흐름을 지키면서 최대치의 샘플과 제품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중심으로 조율했어요.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매대는 과감히 제외하고, 경험을 해치지 않는 수납·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정리한 거죠.
은우: 기존 펫샵은 견주가 편하게 쇼핑하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어요. 간식이나 사료도 결국 견주가 골라서 사죠. ‘반려견이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은 뒤로 밀리고요. 그런데 가까 프로젝트에서는 그 순서를 아예 뒤집어야 했어요. “견주의 UX가 아니라, 반려견의 BX(브랜드 경험) 중심으로 설계한다면 어떤 공간이 될까?” 이 사고 실험 자체가 굉장히 재밌는 도전이었어요.
은우: 지금까지는 견주가 일방적으로 골라주고, 반려견은 그걸 그냥 받아들이는 구조였잖아요. 하지만 가까에서는 반려견이 처음으로 자신의 ‘기호’를 스스로 표현할 수 있어요. 저는 그 지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견주가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고요. 반려견이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엔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강아지가 이런 모습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순간들이 생기거든요. 그 둘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우리를 이렇게 세심하게 이해한 브랜드가 있었구나”라는 감정이 드는 브랜드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현아: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물리적·시각적 요소를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고, 무엇을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한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 더 가깝죠. 결국 브랜드 메시지와 가치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감되도록 만들어주는 것. 저는 그게 공간에서 반드시 담겨야 하는 브랜드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가까도 브랜드 이름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가까의 공간을 거닐며 즐거움을 느끼면서 산책하듯 가볍게, 자주 찾고 싶어지는 일상 속의 공간으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즐거운 일을 모두와 함께, SPREADWORKS
스프레드웍스는 가까의 브랜드 경험·공간 디자인을 비롯해 벤슨, 희녹, 노티드, 다운타우너 등 다양한 브랜드와 함께 브랜딩 전략부터 공간, 패키지, 디지털 콘텐츠까지 전방위 디자인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감정과 태도를 시각화하고, 오프라인 공간과 온라인 채널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경험으로 확장하는 데 강점을 가진 팀이에요. 스프레드웍스 홈페이지 내 포트폴리오에서, 브랜드가 어떻게 ‘디자인으로 말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