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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새봄의 먹킷리스트 ④골프장 클럽하우스 맛집

by 김새봄

코로나로 호황 특수를 맞이한 분야 중 하나는 골프.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는 인구가 골프장으로 대거 몰리는 것은 매일의 뉴스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빠른 발달본능과 맞물려 골프는 자체 스포츠는 물론 그 밖의 문화까지 급성장 중이다. 당연히 음식 문화의 눈부신 발달도 빼놓을 수 없다. 요즘 골프장 그늘집에서는 브런치 카페에서나 있을 법한 클럽 샌드위치나 떡볶이, 빙수 등을 팔기 시작했고 클럽하우스도 앞다퉈 코스 요리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네 번째 먹킷리스트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맛집이다.


서서울cc 바베큐소바와 반찬.jpg 서서울컨트리클럽

#여기가 브런치 카페야 클럽하우스야? 서서울 컨트리클럽(cc)

전 JW메리어트 총주방장을 영입해 대대적으로 클럽하우스 음식을 끌어올린 ‘서서울cc’. 급격히 늘어난 젊은 세대의 세련된 입맛을 사로잡는 트렌디한 음식이 메인이다. 김치찌개, 곰탕 등 보수적인 한식이 대다수였던 기성 클럽하우스들과 달리 양식과 중식 등을 골고루 접목한 퓨전 음식이 대다수다. 서울의 유명 브런치카페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맛과 비주얼의 에그베네딕트는 그중에서도 눈이 가는 메뉴다. 직접 돼지 앞다리를 슬로쿠킹(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식재료로 재료가 지닌 영양소를 충분히 살려 요리하는 방식)해 만든 잠봉뵈르는 맛과 향이 남다르다. 팬의 열기와 만나고 나온 햄은 씹을 수록 고소하며, 시금치는 가장 작고 여린잎을 써 걸리는 식감 없이 아주 부드럽다. 만들기 까다로운 홀렌다이즈 소스는 허브로 잡내를 야무지게 잡아 향이 깔끔하게 떨어진다.

서서울cc 된장짜장.jpg 서서울컨트리클럽 된장국수

서서울cc의 대표적 퓨전 메뉴인 된장 짜장은 맛도 비주얼도 특별하다. 일반 춘장으로 짜장소스를 만들지 않고, 된장으로 건강하게 재해석했다. 오묘한 매력을 보여주는 된장소스 컬러는 양파와 호박 등 잘게 다진 야채가 볶음 된장과 만나 풍부한 식감과 다채로운 맛을 머금고 있다. 음미할수록 은은하면서도 섬세한, 기분 좋은 단맛을 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제 소스를 발라 24시간을 수비드한 LA갈비(숏립) 바비큐를 짜장면에 올려 포인트를 줬다. 고기는 숯불에 구워 맛과 향을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서서울cc 바베큐소바.jpg 서서울컨트리클럽 바베큐소바

바비큐를 얹은 소바 또한 특별하다. 국물은 쯔유다시로, 면은 텐션을 잃지 않으면서도 향을 확실하게 내는 메밀 60%함량의 면을 사용했다. 기분좋게 이어지는 면의 당김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은 밸런스가 정확하다. 맑고 깨끗한 국물과 정갈한 모습을 한 면의 자태는 젓가락질을 더욱 조심스럽게, 국물을 2배로 신경써 음미하게 한다.


뿔소라초무침 접사.JPG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뿔소라


#직접 김치를 담그고 식초를 만드는 골프장, 해남 파인비치 골프링크스(gc)

전국 각지의 골프장 클럽하우스들 중에서도 코스요리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해남 파인비치 gc. 국내 클럽하우스 중에서는 처음으로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전통주 페어링을 시작했다. 이강주와 죽력고, 감흥로 등 ‘조선 3대 명주’와 고흥 유자주, 담양 추성주 등 서울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남도 명주’ 시리즈를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다.

파인gc 저녁뷰(세로).JPG 파인비치 골프링크스 환상적인 뷰

신안 앞바다를 끼고 근거리에 다도해가 한껏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삼은 레스토랑은 석양에 크고작은 섬 그림자가 드리우며 그림 같은 장관을 연출해 식사 전부터 눈이 호강한다. 직접 튀긴 김부각부터 손수 만든 호박식혜까지 국내 최고의 입지를 다지려는 레스토랑의 타오르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모둠전 하나도 그냥 내는 법이 없이 호박에는 중간에 고기를 다져 넣는 등 식감과 맛을 채웠다. 무침으로 낸 제철 뿔소라는 새하얀 접시 위에 초록 빛의 거대한 뿔소라껍데기를 오브제같이 올려 미술 작품을 연상케 한다. 껍데기 위에는 잘게 썬 깻잎 방석을, 또 그 위에 매콤새콤한 소라무침을 얹어 개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메인인 제철 생선회는 가뿐히 100% 자연산. 계절에 따라 감성돔, 돌돔 등 귀한 돔을 낸다. 입에 쩍쩍 달라붙는 신선한 횟감은 자연산의 위엄을 보여준다.

파인비치gc는 무려 6톤에 달하는 배추김치를 매년 1월 전 직원이 다함께 담근다. 배추의 섬유질이 ‘아삭’ 씹히며 느껴지는 경쾌한 저작감. 직후 밀려드는 젓갈 감칠맛의 여운은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먹어온 뻔한 공장형의 맛이 아니다. 한정식 스타일의 정갈한 모양새를 유지하면서도 맛을 놓치지 않은 섬세함은 직접 김치를 담는 보람은 먹는 사람이 가장 먼저 느낀다. 이건 모두 직접 담그는 김치의 손맛 덕분이다.

돔머리지리 오곡진지.JPG 돔머리지리와 오곡진지. 파인비치골프링크스

횟감에 사용되고 남은 생선 머리는 맑은 지리를 끓여 식사로 내는데, 특이하게도 막걸리 식초가 함께 나온다. 국물의 풍미를 살려 주기 때문이다. 물론 막걸리 식초도 직접 담가 어디에서도 구경 할 수 없는 독자적인 향미가 인상적이다.

그 외에도 다소곳이 포개져 매 식사마다 등장하는 곱창김은 차원이 다른 김의 클라스를 보여준다. 상당한 두께의 김은 그 향이 두께에 비례하고도 남는다. 셰프가 직접 공수해오는 특별한 신안 김이라고 한다.


세이지우드 여수경도 지리산 흑돼지 갓 김치찌개.JPG 세이지우드 여수경도 흑돼지갓김치찌개

#특산물이 열일하는 ‘세이지우드 여수경도’

예로부터 남도 음식이 발달했듯 전라도 지역 골프장들은 클럽하우스 음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다채로운 편이다. 메뉴가 화려하지 않아도 지척 곳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좋은 재료들 덕분이다.

여수시 경도에 위치한 ‘세이지우드 여수경도’는 갓의 고향 여수 답게 기본적인 밑반찬은 물론이고 각종 요리에 갓김치를 이용한다. 아리지 않고 부드러운 돌산갓은 국내 갓 최대 생산지인 여수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낸다. 보양 짱뚱어탕은 진한 사골 육수에 벌교산 짱뚱어, 무청시래기, 수제비를 가득 넣었는데 국물의 감칠맛과 은은히 퍼져나오는 산초 향이 남도의 맛을 한껏 느끼게 해 준다. 여수바다 내음이 가득한 각종 해초와 벌교 꼬막을 곁들여먹는 해초비빔밥, 완도산 상급 전복을 넣어 만든 한우전복갈비탕 등 이색 메뉴들은 메뉴판을 읽고 고르는 행위 자체를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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