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지난 주말, 집콕만 하기는 아쉬워서 늘어져 있는 둘째를 꼬시기 시작했다.
[우리 저기~ 뒤로 보이는 산에 갔다 올까? 저 산 너머에 엄청 맛있는 케이크 집이 있다는데. 유튜브에서도 유명하고 너무 잘 돼서 망원동에 2호점도 냈다더라.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씩 어때?]
케이크에 호기심이 발동한 건지 흔쾌히 같이 나가자고 한다.
예비고1, 학원에 있는 시간도 있지만 집에서는 내내 핸드폰만 하느라 서로 얼굴 볼 시간도 많지 않다.
청량산을 오르는 길은 여성의 광장, 시립박물관, 호불사 코스가 있는데 이번에는 여성의 광장으로 올라가서 호불사 계단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어린아이들도 많이 오르는 172m의 낮은 산이지만 아들과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던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여성의 광장 코스는 처음이라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 길이 맞나 고민스러웠다. 낮은 산이라고 얕보았더니 요즘 운동을 안 한 탓일까... 아니다 헬스장을 열심히 다니던 아들 녀석도 이거 만만하게 보았더니 꽤 올라가네 하더라. 추운 겨울 날씨라 살짝 얇은듯한 바지가 추웠는데 한 걸음 올라갈수록 온몸에 열기가 돌기 시작했다. 짜릿한 이 기분, 앙상한 나뭇가지, 맑고 차가운 겨울하늘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산을 한참 올랐을 때 나타난 319 계단! 이 계단만 다 오르면 정상이다!!
헉헉대며 계단을 정복하고 잠깐 정자에 앉아서 쉼을 청한다.
이제 내려가는 길, 호불사 방향으로 쭉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533개의 계단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은 또 다른 느낌이다. 오를 때의 땀은 시원한 바람이 식혀주고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은 어찌나 따뜻하던지.. 이런 게 겨울 산책의 묘미 아닐까.
차가운 공기는 코 끝을 쨍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폐 속 깊이 신선함이 가득 채워지는 개운한 느낌. 몸은 조금 힘들었지만, 퇴직을 두고 고민하던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되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마치 몸과 마음이 디톡스 되는 기분이라고 할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오히려 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았다.
핫초코와 달콤한 케이크 두 조각으로 아들과 평화까지 얻었으니 일석삼조다. ^^
다음에는 시립박물관 쪽으로 내려가서 구송도 맛집을 탐방하자고 했으나, 과연 또 따라나설지는 의문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