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만으로, 충만한 남자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 뭐라도 해야 했다. 장례의 진행을 맡았다. 직장의 선배이자, 인생의 선배이기도 한 S. 장례식 당일. 내 결혼식보다 곱절로 긴장을 했다. 여러 번 결혼하는 사람은 있어도, 죽음을 두 번 겪는 사람은 없는 세상 아닌가.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땀줄기는 한반도를 흐르는 사대강이 부럽지 않게 허리춤까지 내려왔다. 내 몸과 가까운 물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함께 일을 했음에도, 그의 나이와 가족을 몰랐다. S의 두 딸이 영정사진과 유골함을 들고 입장했다. 대학생쯤 되었을까. 어린 나이에 겪을 큰 이별과 상실을 완전히 체감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진행 연단에 적힌 그의 나이가 눈에 들어왔다. 51세. 마흔 즈음이 된 나에게 그의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가운데 놓인 사진이 나의 얼굴이었다.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은 아내와 봄(태명)이었다. 겨드랑이에서 터진 물이 눈으로 옮아왔다. 마이크 앞에서 울 수는 없었다. 가슴에 손을 얹었다. 진정해. 나까지 울면 안 돼. 울음을 안에 넣고 목소리를 뱉었다. 연단에 숨어 앉아서 숨죽여 울었다. 마이크가 켜지기 직전에 가슴을 쳤다. 모든 순서가 마무리되고 한숨을 몰아쉬었다. 직장동료이자, 고인을 아는 선배 H가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수고했어요.
그제야 무너졌다. 몸을 벽 쪽으로 돌렸다. 한쪽 팔꿈치를 연단에 걸쳤다. 다른 쪽 손은 연신 눈물을 훔쳤다. 꾹꾹 삼켰던 눈물을 끅끅 끄집어냈다. 울어야 할 때 흘리지 못한 눈물이 흘러넘쳤다. 울지 못한 채 한 시간을 보내니까 몸이 저릿저릿했다. 오열을 토해내고 나서야 후련해졌다. 여전히 앞줄에 앉아 있는 유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두 소녀의 눈이 네 돌이 지난 나의 아들. 봄(태명)과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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