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새롭게 만났다
* 이 문장은 2026년 2월의 어느 아침. 아내와의 대화록입니다. 분주하지만, 잠깐 멈출 수 있는 이야기로 읽으시면 더 실감이 나실 겁니다.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나는 잠을 조금 설쳤네. 어제 봄(태명)이 하원할 때 일이 자꾸 잔상으로 남더라고. 아. 큰일은 아니야. 출근 준비하느라 바쁘잖아. 등원까지 하느라 고생이 많지. 봄이 깨우랴. 멸치 주먹밥이랑 브로콜리로 아침 준비하랴. 어르고 달래서 차에 태우랴. 깜빡이를 켜도 양보를 안 해주는 강변북로랑 영동대교를 운전하랴. 옆 건물에 주차하고 회사까지 걸어가랴. 그마저도 봄이가 안아달라고 하면 가방을 메고, 아기를 안고, 어린이집 가방을 팔에 걸고 출근하랴. 말하는 내가 지친다. 다음에 이야기해 줄게. 그래도 궁금하다고? 시간이 괜찮아? 그래. 그럼 봄이 깨기 전에 잠깐이면 되니까. 어제 강남역 출구에서 내려가는데. 응? 왜 자동차로 가지, 지하철로 갔냐고? 봄이가 그러자고 했으니까. 알잖아. 나는 선택권이 없어. 그래. 아침부터 웃으니까 좋네.
항상 내려가는 4번 출구 알지. 사람들이 줄 서서 에스컬레이터 기다리는 곳. 평소 같았어. 퇴근길 줄이 엄청 길더라고. 안아달라는 봄이한테 지하상가 꽃집까지만 걷자면서 버텼어. 에스컬레이터를 타자마자, 봄이는 소방차 장난감 ‘로이’를 벽에 굴리면서 내려갔지. 봄이가 마지막 계단에서는 항상 뛰는 거 알지? 조마조마한 착지에 안전제일을 외치면서 정신없이 지하상가로 들어가려는데, 모퉁이에 누가 서 있는 거야. 환갑잔치상을 받으셨으려나. 중년 남성이 종이를 들고 조형물처럼 계시더라고. 스케치북을 찢은 것 같은 도화지에 유성 매직으로 아무렇게나 쓴 글씨였는데, 내용은 아무나 하는 말이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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