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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곤증 Mar 27. 2019

우상, 형체 없는 믿음과 집착

브런치 무비 패스 #5 첫 번째 영화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감격스럽게도 브런치 무비 패스의 5기에 선정되어 첫 시사회에 참석했다

영화 <우상> 은 봄비가 흠씬 내리는 다소 스산한 날에 만났다

영화를 보는 저녁 8시 직전까지도 일에 치여 허둥대다 겨우 짐을 싸들고 도착했다

티켓을 받으면서 우상이 붙어있는 우황청심환과 영화 내 대사로 짐작되는 글로 구성된 스티커를 받았다

나눠진 스티커의 대사로 미리 짐작했어야 했다

토요일 낮의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짤막하게 본 뒤 가졌던 흥미와는 다른 소재의 영화란 것을




유중식(설경구)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둔 아버지이자, 하루를 먹고살기 바쁜 소시민으로 비친다

지지도가 꽤 있는 도의원 구명회(한석규)는 젠틀한 정치인이다

그 둘을 둘러싼 사람들과 환경, 극명하게 다른 모습을 친절하게 보여주며 시작한다

구명회의 아들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차로 들이받아 집으로 데려오고,  끝내 숨진 사람은 유중식의 아들이다

문제의 차와 사람을 숨겨둔 차고의 바닥을 채운 더러운 물 구덩이로 구명회의 얼굴이 어렴풋이 비친다

일렁이는 물결이 내면의 감정을 대변하듯

하수구 아래로 휩쓸려내려가는 물살을 카메라가 한참 바라보고 다음 장면으로 죽은 아들을 확인하러 가는 유중식을 비춘다, 쏟아지는 비를 뚫고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아래에서 위로

엉킨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를 보여주고자 함일까

구명회의 아들은 음주운전 및 뺑소니를 자백하고 유중식은 아들의 그 날을 캐는 중에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장애인 아들의 자위를 대신해주던 중식은 조선족 여자 련화와 아들 부남을 결혼시켰다

사고 날 함께 있던 련화가 사고 이후 사라지자 중식은 그 뒤를 쫓기 시작한다

시체유기를 피하기 위해 뺑소니로 아들을 자백시킨 명회 역시 사고를 목격했을지도 모를 련화의 존재가 거슬려 심부름센터를 고용해 련화를 쫓는다

여기서부터 인지 영화는 련화에게 집중하는 듯 하지만 막상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주진 않는다

한국에 넘어오기 위해 사람을 죽였다지만 누군지 왜인지 알 수 없고

받은 것은 어떻게든 복수를 한다는 것만 들려줄 뿐이라 감정이입을 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대사를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영화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다 웅얼대는 발음이나 사투리들이 잘 들리지 않아서 이미지와 분위기에 의존해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영화 자체도 이야기보다 이미지와 분위기로 끌고 가려는 제스처가 많았다


오로지 정치인으로서의 생명을 위해 달려가는 구명회

아들, 아들의 자식일지도 모르는 뱃속의 아기에 집착하는 유중식

살인을 해서라도 생존만을 쫓는 련화


우상이 되기 위해 아들에 대한 끔찍한 생각을 하면서까지 집착하고 

끝내 얼굴이 뭉개지고 가정이 뭉개지고 쌓아 올린 든 것이 뭉개진 뒤에도

그 위를 밟고 올라서 스스로 동상이 되고자 한 구명회

그 집착이 중식과 련화의 집착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 지도 모르겠지만 영화의 제목이 우상이기에 그 형체 없는 믿음의 존재가 되고자 한 구명회의 집착이 가장 지독하다고 말하고 싶었을까

사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화상을 입어 발음도 제대로 할 수 없어 자막을 통해 강연하던 구명회를 멍하니 바라보고 손뼉 치던 관객들이 된 심정으로 몰입하기 힘들었지만 한석규와 설경구, 천우희의 연기에 박수를 치며 영화관을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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