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춘곤증 May 17. 2019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두 변해야 돼

브런치 무비 패스 #5 두 번째 영화


브런치 패스를 통해 두 번째로 다녀온 영화 관람


프랑스 영화는 불어 특유의 발음 탓인지 대화를 즐기는듯한 국민성의 반영인지 유독 대사가 많게 느껴진다

내가 프랑스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또한 그 탓이다

영화적 문법으로 인물의 캐릭터나 감정, 관계의 상황 등을 묘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내게 가장 와 닿고 좋아하는 방법은 대사다

대사의 묘미를 다룰 줄 아는 영화야 말로 서사나 미장센, 영상미 등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흥미로운 영화라고 느껴진다


영화 논픽션은 내 기억에 배경음악이 (배경음악이라도 느껴질 만큼 비중 있게 연출된) 삽입된 순간이 한 번 뿐이었던 것 같다

나머지 오디오는 인물들의 대화와 토론으로 가득했다

내용은 다르지만 한국영화 <완벽한 타인> 이 떠올랐다

인물 등의 대화 속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두 시간 내내 느꼈다

누군가의 한 마디는 내 생각을 옮겨 논 듯 공감했고

누군가의 의견은 내가 생각지 못한 신선한 관점이라 어라? 했다


두 개의 삶에서 삶이 어떤 식으로 영화 안에서 결론을 맞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삶 속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와 생각 등이,

잠시 내 삶과 그들의 삶이 스치듯 마주하고 또다시 흘러간 듯하다


최근 익숙하게 볼 수 있는 E북 시장

디지털 도서관으로 까지 성장한 모습을 보니 종이 책을 고집하던 생각이 조금 흔들리던 참이었다

디지털 도서관은 무엇보다 효율의 끝판왕처럼 느껴졌다

책이 차지하는 공간과 책을 관리하는 시간과 노력의 낭비 등이 카페 같은 공간 안에 자유롭게 놓인 태블릿들로 해결된 모습이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해온 종이책에 대한 고집은 전자 기기에서 나오는 빛을 통해 습득하는 자료가 뇌에 받아들여질 때 온전히 받아들여질까 하는 의심으로 시작됐다

우연히 보게 된 어떤 기사에서 영화관에서 반사된 빛으로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와 전자기기를 통해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각 정보가 뇌에서 해석될 때 반응이 다르다는 것을 읽고 생겨난 의심이다

그것이 종이와 전자기기의 차이에도 반영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름지기 책은 종이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촉각으로도 읽는 것 이 아닌가 하는 고집이랄까


글이란 것이 더 이상 작가가 출판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고 블로거는 에세이며 트윗은 하이쿠가 되어버린 현재라는 대사에서 지금 쓰고 있는 나의 브런치 글의 정의는 뭐라 할 수 있을까 처음 생각해봤다


왜 사람들은 점점 공개된 공간에 일기를 쓰는 걸까

디지털 세상 안의 내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함인가

블로그 위 일상 기록, 트위터의 하이쿠,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의 브이로그 역시 이미지가 첨부된 일기라고 볼 수 있겠다


자전적인 소설, 경험을 토대로 한 책만 출판하는 주인공은 인터넷 속 온갖 형태의 일기를 비판할 수 있을까


내가 고집해오던 형태의 책과 조용히 이별하는 중일까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려면 모두 변해야 돼
라는 말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가장 마음에 오래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상, 형체 없는 믿음과 집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