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무비 패스 #5 세 번째 영화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한 세 번째 영화
주인공 사치(요시다 요)는 서핑하러 떠난 아들의 죽음을 듣고 하와이로 간다
상어에게 물려 한쪽 다리를 잃은 채 시신으로 누워 있는 아들
어디서부터 불어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의 힘에 속절없이 흩날리는 모래처럼
그 모래 위에 선 두 발이 까슬하게 잠기도록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파도가 파도 위로 하얗게 부서지며 사라지듯 마음속 아픔과 그리움이 서로 부딪혀 사라질 수 있다면
사치가 기다린 10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서퍼들이 자신에게 맞는 파도가 오는 순간을 기다리듯
나의 슬픔과 그리움에 맞는 시간을 기다려 줄줄 아는 것이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슬픔을 씹어 뱉어내기도
속에서부터 토해내기도 하겠지만 한번 다문 입을 열 줄 모르는 이도 있다는 것을
꾹꾹 눌러온 아픔이 해변의 모래처럼 차오르더라도 다시 꾹꾹 눌러 모른 척해보지만
흩날리는 모래가 가슴속에 휘몰아치며 낸 잔 상처들은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터진 것이 다행이랄까
있을 리 없는 외다리 서퍼를 찾아 해변을 정신없이 헤매다 바닷물에 다리를 담가 넣고 한참을 서서
파도가 맞는 바람을 함께 맞던 사치는 끝내 울분을 겨우 토해내며 받아들인다
아들과 남편과 그들에 대한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을 모두
상실이라는 운명 앞에 무기력한 인간이 그 아픔을 받아들이는 긴 호흡의 클리셰들이
다소 상투적이고 반복적이라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