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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춘곤증 May 01. 2018

지금의 나는 과거의 총합인가?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 문제에 대해_ 인간 (Human)

예전의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문제들을 하나하나 캡처해둔 나의 정성을 보았다.

언젠가 시간이 난다면 한 문제 한 문제 곱씹어 보며 생각해보자는 바람으로 저장해두었는데 늘 그렇듯 뒷전으로 미뤄진 사색은 타임캡슐처럼 몇 년이 지나고 찾아왔다.

브런치 안에서 내가 생각하고 나눌 주제들을 고민해보던 참에 흥미롭다 생각되어 지금까지 출제되고, 내가 알게 된 6가지의 챕터 속 대략 66가지에 달하는 문제들에 대한 고찰을 시작해보려 한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200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 자격시험이다.

그중 내가 다루고자 하는 것은 철학. 가장 먼저 치러지는 과목이고 시험의 여왕이라 불린다.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고찰과 논술을 통해 성장하는 것.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믿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과 마주 할 기회를 얻는 것.

성인이 되는 관문에 가장 적절한 문제 같다. 우리가 외우는 수학공식이나 역사 인물의 업적들 또한 일상에서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것. 그 근원에 확신을 가지고 타당한 근거를 가지는 것.

선택의 연속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생각의 힘을 갖는 것 아닐까.

생각하는 대로 말하게 되고 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되고 행동하는 것들이 쌓여 인생이 되는 것일 테니까




지금의 나는 과거의 총합인가?


말을 천천히 입안에서 굴려본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쌓인 나일까

우선 그렇다, 아니다로 갈라질 수 있는 문제일까

그것 또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다. 이런 자유로운 토론을 위한 문제에 대한 생각의 연습이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금이다. 언제나 정해진 답 하나를 향해 쫓아갔던 의식이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라는 의식으로 옮겨가고자 한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총합이라면 앞으로의 나를 결정짓는 것 또한 지금의 나 일 것이다.  이 문장에는 그렇다는 대답에 조금 더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매일의 습관이 쌓여 내가 되어간다. 나라는 자의식은 주변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자아성찰을 통해 다듬어 가고 쌓여간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꼰대'들은 과거의 총합이 단단하게 쌓여 더 이상의 빈자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정해진 그릇 안에 새로운 것이 들어설 자리가 없는 꽉꽉 눌려 담긴 형태.  그릇의 바닥 안에서 무엇이 쉬어 곰팡이가 피어나는지 알 길이 없는 상태.


과거의 총합이라는 전제에는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이라 불리는 망각이라는 단어가 변수를 제공한다.

우리는 빅데이터를 지닌 AI가 아니기 때문에 머릿속에 담기는 과거의 총합에는 한계가 있다.

나의 기억이 해가 되는 것을 남겨둘 것인가 이익이 되는 것을 남겨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때론 내가 선택할 수 없기도 하다.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일 년에 한두 번 샤워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다거나,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영화배우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속 터진다거나 등의 일상에서 찾는 가벼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담 상대적으로 무거운 사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환자는 현재의 자신이 부재하는 것 인가?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은 부인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한 사건의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을 앓는다. 그는 10분마다 기억이 리셋된다. 잔인한 그의 의식은 10분마다 '부인이 강간당하고 살해당했다'까지의 끔찍한 기억 코 앞으로 그를 데려다 놓는다. 범인을 찾고 복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만이 그의 인생을 끌고 갈 뿐이다.


그렇담 과거의 합이 현재의 그를 이룬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 과거가 너무나 단편적으로 편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이루는 요소에 오로지 과거만이 영향을 행사하는가


과거의 총합이 아닌, 내가 바라는 '나'?

인간에겐 희망이라는 가장 희망적인 단어가 있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는 순간 뒤에 무엇이 붙던 현재의 나와는 관계없이 자유롭게 된다.

나라는 자의식에서도 희망, 즉 내가 바라는 인간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습성은 매년 다이어리의 첫 장에 기록하는 신년 계획이라던가 버킷 리스트라던가를 보면 알 수 있겠지.


그저 과거의 총합만이 나라면, 조금 슬플 것 같다.

과거의 실수를 통해 성장할 수도 있는 나도. 곧 내가 희망하는 나도 모두 내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 넣어 둔다면

과거의 내가 응집되어 앞으로도 변화해갈 긍정적인 나로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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