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이상한 위로
비 오는 날, 깊은 밤에는 유독 감상에 젖곤 합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비슷하겠지요. 이런 ‘센티한’ 상태에서 편지를 쓰거나 글을 올리면, 다음 날 어김없이 ‘이불킥’ 상황이 발생합니다.
지금 밖에는 비가 옵니다. 시간은 새벽 2시 40분. 이 글 또한 내일 아침의 저에게 이불킥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사람들을 멀리서 지켜볼 일이 많았습니다. 모니터를 뚫어지라 보며 일하는 사람, 여럿이 모여 영어로 회의하는 사람들, 방문객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사람, 그리고 회식 자리에서 웃고 떠들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그들을 보며 문득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들 참 열심히 사는구나.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저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나름의 방법으로 살아가고 있구나.'
나만 힘들고 나만 고민이 많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들 저마다의 고민과 삶의 무게를 술잔에 채워 넘기고 있었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때, 저는 예상치 못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시작점도 제각각입니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을 비교하다 보면 맥이 빠지기도 하죠. 그런데 그것조차 나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와 비교하며 지치고 힘든 밤을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외로움’은 무서운 것 같습니다. 나만 이 고통의 섬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니까요. 하지만 “너도 그래? 나도 그런데….”라는 공명은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과 다시 시작할 에너지를 줍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 마음이 답답하고 머릿속에 고민이 가득한 분이 계신가요? 힘겨우신가요? 그 무게를 외로움으로 견디고 계신가요? 괜찮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우리 다 비슷비슷합니다. 당신이 느끼는 외로움은 결코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고민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심지어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초등학생도 “사는 게 힘들다”라고 말합니다.
내일 아침, 이 글이 이불킥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이불킥 글이 된다면 또 어떻습니까? 그 또한 인간적인 우리의 모습인걸요. 괜찮습니다. 오늘 밤, 여러분 모두 기분 좋은 꿈을 꾸시길 소망합니다.
참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느낌'은 집단 상담 이론의 선구자 어빈 얄롬(Irvin Yalom)이 강조한 '보편성(Universality)'이라는 개념과 일치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이나 치부, 고민이 오직 자기만의 것이라고 믿을 때 깊은 소외감과 수치심을 느낍니다. 하지만 타인도 나와 유사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 고립감에서 해방되며 강력한 심리적 치유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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