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키는 나만의 작은 의식, 리추얼
회사 메일함에는 매일 수많은 뉴스레터가 쌓입니다. 대부분은 스팸함으로 직행하지만, 가끔 호기심을 자극하는 단어 하나에 멈칫할 때가 있습니다. 어느 날, 제 눈에 띈 생소한 단어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리추얼?
리추얼(ritual)이 뭐지? 종교적 의식을 말하는 건가? 사전적 의미는 그래 보입니다.
(특히 종교상의) 의식 절차, (제의적) 의례
(항상 규칙적으로 행하는) 의식과 같은 [의례적인] 일
자료를 찾아보니 평범한 일상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를 뜻하더군요. 아직은 모호했지만, 어쩐지 이 단어가 제 삶의 답답함을 뚫어줄 힌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요즘 여러분의 일상은 어떤가요? 반복되고 지루한 일상에 답답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삶이 빛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너무 고상하게 썼습니다. 내 삶은 후져 보입니다.
집안일이 많아졌습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고 티가 나지 않습니다. 작은 집에 짐만 쌓여갑니다.
친구와 후배가 승진하고 성장합니다. 직장생활도 끝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뤄놓은 것이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자주 찾아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믿습니다. 누구나 삶이 유독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침침해진 시력만큼이나 답답한 느낌말이죠. 우연히 만난 '리추얼'이라는 단어는 제게 새로운 선택지를 주었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매일의 삶에 내가 직접 의미를 부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좋아 보이는 것은 따라 하고 싶어 집니다.
리추얼!
첫 번째 리추얼로 저는 글쓰기를 선택했습니다.
리추얼을 지속하기 위해선 기록과 시각화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활용하기 괜찮은 도구를 찾아봤습니다. 정말 많이 있습니다. 선택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는 처음에 Habitica(해비티카)를 선택했습니다. 리추얼을 지속할 수 있도록 RPG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만든 아주 독특하고 강력한 도구입니다. 평범한 할 일 관리 도구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할 일을 마치면 RPG 게임처럼 캐릭터가 성장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복잡하게 느껴져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 선택지는 maily(메일리)였습니다.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구독할 수 있는 뉴스레터 플랫폼입니다. 누군가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저에겐 글쓰기 실행 도구로 적합했습니다. 화려한 기능은 없지만, ‘누군가에게 내 글을 보낸다’는 적절한 긴장감이 글쓰기 리추얼을 지속하는 든든한 실행 도구가 되어주었습니다.
리추얼은 단순한 ‘루틴’과는 다릅니다. 루틴이 효율성을 위한 반복이라면, 리추얼은 그 반복 속에 나만의 의미를 담는 ‘의식’입니다. 일상의 소음을 잠재우고 오직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심리학에서 리추얼(Ritual)은 스트레스를 낮추고 통제감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교수는 리추얼이 불안을 감소시키고 수행 능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비난, 실패, 경쟁)에 직면했을 때, 리추얼이라는 '내가 완벽히 통제할 수 있는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뇌가 '나는 지금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착각, 즉 '통제감(Sense of Control)'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 마이클 노턴의 '리추얼과 불안' 연구 (2016)
혹시 지금 리추얼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움직이시나요? 그렇다면 이미 시작한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평범한 일상에 어떤 의미를 선물하고 싶으신가요? 또 여러분의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