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자책하는 대신 마음껏 부러워하기
몇 년 전, 한 직장 동료가 저에게 "나는 당신이 참 부러워요"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의아했습니다. '나의 어떤 면이 부러운 걸까?'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나를 부러워한다던 동료가 임원으로 승진하며 저보다 훨씬 높은 연봉과 지위를 얻게 된 것이죠. 이번에는 제 차례였습니다. 그가 무척 부러웠고, 그 부러움은 곧 자신에 대한 책망과 자책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친구가 주식으로 수억 원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퇴근길 내내 부럽다는 감정이 마음을 가득 채웠습니다. 주식으로 손해를 보거나 투자금을 잃었던 제 과거의 아픈 경험들이 떠올라 감정의 파고는 더 높았습니다. 관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부러움의 크기는 더 커지기 마련입니다.
부러움은 타인과의 비교에서 시작되지만, 대개 자신을 혼내는 감정으로 끝이 납니다. 상대방의 이익과 성공 뒤에 숨겨진 그들의 수고와 노력은 잘 보지 못한 채, 오직 나의 부족함만 들춰보게 되죠. 이 부메랑 같은 감정은 결코 유쾌하지 않지만, 누구나 겪는 아주 자연스러운 심리적 현상입니다.
심리학자 반 드 벤(Van de Ven)은 부러움에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싶어 하는 악의적 부러움(Malicious Envy)과 상대의 성공을 동력 삼아 나를 발전시키려는 선의의 부러움(Benign Envy)입니다.
다행히 제 부러움은 상대를 시기하는 악의적 방향으로 흐르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나를 향해 돌아온 부메랑에 조금 아팠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 통증은 역설적으로 제가 여전히 나아지고 싶어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비록 아주 유쾌하진 않아도, 이렇게 글을 쓰며 감정을 흘려보내는 과정 자체가 저에게는 하나의 치유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부러운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납니다. 비트코인으로 대박 난 친구,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은 후배, 임원이 된 선배, 사업 엑시트 후 자유롭게 사는 동료...
마음껏 부러워합시다. 부러움은 지극히 당연한 감정입니다. 다만, 그 끝이 나를 할퀴는 자책으로 끝나게 두지는 맙시다. 대신 그 에너지를 나를 위한 선의의 동력으로 살짝 돌려놓으면 어떨까요? "부럽다"는 말은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내 마음의 진솔한 고백이자,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위에서 언급한 부러움의 두 가지 유형에 관한 연구입니다.
Van de Ven, N., Zeelenberg, M., & Pieters, R. (2009). Leveling up and down: The experiences of benign and malicious envy. Emotion.
연구에 따르면 선의의 부러움(Benign Envy)은 상대방을 본받으려는 동기를 유발하여 자기 계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러움을 시기가 아닌 성장의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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