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의 무게

당연한 것에 이유를 묻는 고단함에 대하여

by 행복한자유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의 '골든 서클(Golden Circle)' 강의는 명쾌합니다. 무엇을(What) 보다 왜(Why)를 먼저 말하라는 논리죠. 강의를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이며 참 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 삶과 일에 "왜?"를 던져보니 상황은 전혀 달랐습니다.


저에게도 오랫동안 해왔던, 감각적으로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일의 의미와 중요성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제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스스로에게, 혹은 타인에게 그 이유를 답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의 시간이 필요해집니다.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죠?
당신은 왜 이 일을 합니까?
이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너무 당연하고 익숙했기 때문에 쉽게 답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말문이 막혔습니다. "이 일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벌어지는가?" 혹은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라고 자문했을 때,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는 사실에, 엄청나게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에 당혹스럽기도 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안갯속에 가려져 있던 'Why'의 실체는 생각보다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실 우리 뇌는 "왜?"라고 묻는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인간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부릅니다. 뇌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복잡한 생각보다는 익숙한 패턴을 선호합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해"라고 속삭이는 'What'의 세계는 편안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을 캐묻는 'Why'의 세계는 엄청난 고에너지를 소모하는 피곤한 작업입니다.


이 피로감은 타인에게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 극에 달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해야 합니다.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임팩트 있는 논리를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참여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물론 Why만 잘 설명할 수 있으면 나머지는 쉽게 해결됩니다.


상대방에게 이유를 물어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이때는 난이도가 더 올라갑니다. 누군가에게 이유를 묻는 행위는 자칫하면 공격적인 질문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팎으로 던지는 "왜?"라는 질문은 이토록 무겁고 날카롭습니다.

여러분은 왜 그 일을 하시나요?
지금 하는 일이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나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답하기 어렵고 피곤하시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당신의 뇌가 지금 아주 가치 있는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사실 저는 이 질문에 답하다가 하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계속 묻기를 멈추지 않는 건, 이 고단한 질문 끝에야 비로소 '그냥 하는 일'이 아닌 '진짜 내 일'이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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