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경험을 기억하는 특별한 방식
우리가 경험을 평가할 때 매 순간의 감정을 균등하게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 칩 히스, 댄 히스 <순간의 힘> 중에서
우리는 경험을 평가할 때 매 순간의 감정을 산술적으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대신 가장 인상적인 순간을 선택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죠. 칩 히스, 댄 히스 형제의 저서 <순간의 힘> 프롤로그에서도 지적하듯, 시간이 흐른 뒤 우리 곁에 남는 것은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선명한 찰나의 조각들입니다.
일상의 짧은 순간에는 나쁜 감정들이 크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면 결국 좋은 기억들이 더 많이 남아있게 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골프 라운딩을 할 때도 비슷합니다. 미스샷이 나오면 그 아쉬운 느낌이 다음 홀까지 계속 따라다니며 기분을 망치곤 합니다. 하지만 라운딩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어떤가요? 수많았던 미스샷의 기억보다, 임팩트가 좋아 공이 쭉쭉 뻗어 나갔던 그 짜릿한 '손맛'의 순간들이 먼저 떠오릅니다.
일찍이 골프 고수들은 이런 조언을 건넸습니다. "잘 안 맞는다고 고민하지 마라. 이전 홀에서 잘 맞았던 좋은 샷만 기억하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플레이를 만드는 비결이다." 결국 좋은 퍼포먼스는 나쁜 기억을 털어내고 가장 좋았던 감각(Peak)을 유지하는 데서 나옵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여행 중에는 가족들과 다투기도 하고 피곤에 지쳐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돌아와서 사진을 보면 다시 떠나고 싶어 집니다. 고생스러웠던 기억은 휘발되고, 사진 속 찬란한 풍경과 웃음소리가 그 여행의 전체 인상을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남는 건 사진뿐이다"라는 말은 뇌과학적으로 꽤 일리 있는 말입니다.
물론 강렬한 나쁜 기억도 힘이 셉니다. 실수한 일이 생각나 '이불킥'을 하거나, 과거의 일이 트라우마로 남아 삶을 지배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강도가 센 녀석'이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이끌어갑니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강렬하고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들 합니다. 이는 새로운 자극이 줄어들면서 추억할 만한 '강렬한 지점'들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죠. 참 슬픈 일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하루는 어떤가요? 무미건조한 시간의 나열보다는, 훗날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강렬한 '찰나' 하나쯤은 꼭 간직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참고: 피크 엔드 법칙(Peak-End Rule)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제시한 법칙입니다. 인간은 어떤 경험을 할 때 전체의 평균이 아니라, 가장 강렬했던 순간(Peak)과 마지막 순간(End)의 감정으로 그 전체를 기억합니다. 대단한 전체를 만들려 애쓰기보다, 한 번의 강렬한 즐거움과 깔끔한 마무리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기억'을 남기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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