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업 인간이 된 날들
팀장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다.
더 큰 결정을 할 줄 알았다.
더 넓게 볼 줄 알았다.
실제는 다르다.
내 일은 늘어났다.
대신 내 생각은 줄었다.
하루는 확인으로 시작한다.
메일을 열고 닫는다.
닫아도 몸은 바로 풀리지 않는다.
나는 누군가의 답을 기다린다.
답이 오면 또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
조금 바꿔서 다시 보낸다.
그 사이에서 시간이 빠진다.
의미도 같이 빠진다.
남는 것은 체크리스트다.
언젠가부터 나는
일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결정은 한다.
하지만 내가 정한 방향은 아니다.
상사가 "새로운 것 좀 제시해 봐"라고 말할 때,
나는 이미 허용된 범위를 계산하고 있다.
선을 넘으면 설명이 길어진다.
설명이 길어지면 사람들의 표정이 바뀐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조율한다.
이것도 일이다.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가늠하는 것.
나는 어느 시점부터
일에 더 매달렸다.
멈추면 쌓일 것 같았다.
휴일에도 일을 했다.
그래서 겉으로는 조용해 보였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잠시 뒤로 밀릴 뿐이라는 것을.
나는 아직 팀장이다.
여전히 이 안에 있다.
팀장이라는 역할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끊임없이 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범위는
내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
느끼고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안다.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
어디까지가 내 선택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
담 밖의 세상도
담 안의 세상과 크게 다를 게 없을 텐데
나는 내가 세운 담인지
남이 세운 담인지 모호한 공간에 잠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