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흔들리며 살아가는 연습
점심을 먹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마주 앉았다.
특별한 얘기를 하지는 않았다.
회사 이야기 조금.
살다 보니 드는 생각 몇 개.
우리는 서로를 설득하지 않았다.
말이 길어지지도 않았다.
그냥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대화가 다른 길로 새지 않았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보다
요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지가
더 많이 오갔다.
돈이나 명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걸로는 서로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기 때문이다.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과의
풍족한 대화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삶의 선물이다.
인생은 좀처럼 만족스럽지 않다.
이만하면 괜찮다 싶은 날에도
마음은 다음 칸을 본다.
그게 습관처럼 남아 있다.
그래서 가끔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보다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인생의 기울기’라는 말을 떠올렸다.
이건 목표에 관한 말이 아니다.
지금 상태에 관한 말이다.
기울기가 좋아진다는 건
뭔가를 더 갖게 되는 일은 아니다.
괜히 붙잡고 있던 생각을 하나 놓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비교를 줄이고
조금 덜 흔들리는 쪽으로 가는 일이다.
행복이라는 말은
요즘 잘 쓰지 않는다.
도착지처럼 들려서다.
기분 좋은 날은 있다.
잘 풀리는 날도 있다.
하지만 그런 날들이
나를 더 오래 마음이 가벼운 곳으로
데려가 주지는 않는다.
대신 남는 게 있다면
하루가 끝났을 때
마음이 생각보다 조용하다는 느낌이다.
그게 있으면
다음 날을 버틸 수 있다.
삶이 늘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이 정리되지 않으면
별일 아닌 하루도 무거워진다.
마음을 다스린다는 말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하루를 마치고 나서
굳이 붙잡고 갈 필요 없는 생각을
그냥 두고 오는 일이다.
나는 아직 잘 못한다.
자주 놓친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덜 흔들린다.
그 정도면 괜찮다.
이 글을 읽는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다들 각자의 하루를
넘기고 있을 테니까.
그날 지인과의 대화는 길지 않았다.
식사는 금방 끝났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요즘 나는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보다
어떤 마음으로 오늘을 버텼는지를
더 본다는 것.
그 정도를 확인했으면
그날 점심으로는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