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마음이 약해지는 순간에 대하여
요즘은 누군가 그만뒀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예전만큼 놀라지 않는다.
한 번쯤 나도 같은 생각을 해봤기 때문이다.
퇴사 예정인 사람은 마지막 메일을 보낸다.
그간 자신으로 인해
혹시 불편한 사람이 있었다면 미안하다는 말.
끝까지 예의를 지키겠다는 문장이었다.
그런 문장을 나는 이미 몇 번 본 적이 있다.
퇴사 인사는 점점 비슷해진다.
사람보다 형식이 먼저 떠오른다.
마지막까지 냉정하지 못하고
착하고 순하기만 한 그들에게 왠지 모를 화도 난다.
왜 퇴사를 선택했을까.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고, 그만큼 냉정하다.
걱정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곧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저 사람이 퇴사해서 잘 되면
나는 더 잘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비겁하지만 솔직한 마음이다.
이런 생각을 아무에게도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은 마지막까지 일을 붙잡고 간다.
어떤 사람은 형식적인 인수인계 후 연락이 두절된다.
그 사이에는 작지 않은 간극이 있다.
끝까지 인사를 남기는 사람은 아직 조직 안에 마음이 남아 있다.
정리하지 못한 관계를 손에 쥐고 있다.
하지만 회사는 그 이후를 책임지지 않는다.
동료도 마찬가지다.
각자는 자기 삶으로 돌아간다.
퇴사를 앞둔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감정은 아쉬움이다.
남아 있던 시간과 사람들, 말하지 못한 것들.
그 모든 건 떠난 뒤의 생활을 지켜주지 않는다.
회사는 시절인연이다.
한 시절을 같이 보냈을 뿐이다.
우리는 결국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이건 배신도 냉정함도 아니다.
그저 구조에 대한 이해다.
퇴사하면 대부분의 관계는 느슨해진다.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긴다.
다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래서 마음을 단단히 해야 한다.
감정보다 앞날을 더 오래 바라봐야 한다.
낭만을 들고나가면 버티기 어렵다.
후배를 위한다는 마음도 지금은 힘을 잃었다.
각자는 자기 밥그릇을 챙겨야 한다.
그게 이기적인 선택은 아니다.
퇴사하는 사람의 자세는 돌아봄보다 앞을 보는 데 있다.
그래야 나간 뒤에도 자기 발로 설 수 있다.
그게 퇴사의 전부다.